대리인 1
제인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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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인의 사전적인 정의는 "다른 사람을 대신하는 사람"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을 대변하고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 대신 나서주는 사람 말이다. 직장인, 변호사 등 많은 사람들은 힘 있는 자들, 돈 있는 자들을 위한 대리인을 하며 살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제인도 작가의 장편소설 『대리인 1,2』의 제목 '대리인'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장르소설 『대리인 1,2』에서 주인공 김유찬은 자동차 잡지 기사이지만 때때로 친한 형의 대리운전회사에서 슈퍼카를 대리운전을 한다. 일개 작은 잡지사에서 일반인이 타기도 힘든 슈퍼카를 직접 몰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마감에 쫓겨 기사를 쓰고 있는 그에게 성재형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기사 마감때문에 거절해야 하는데 대리운전 할 차종을 들으니 도무지 거절할 수 없다.

국내에 한 대 있을까 말까 한 '부가티'가 아닌가. 일평생 볼까 말까한 30억 내외의 차를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마감에 대한 압박마저 이겨낸 부가티를 운전하러 간 자리에는 초등학교 동창생 정이준이 있었다. 부모님 덕분에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친구 정이준과 작은 잡지사 기자이자 대리운전 기사로 만난 김유찬. 세상은 참 야박하다.


얼른 도착해서 헤어지고 싶지만 술 취한 친구는 김유찬을 끌다시피 하며 자신의 집에 초대한다. 한 잔만 하려고 하지만 술자리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한 잔이 두 잔 되고 두 잔이 또 다른 잔으로 연결되며 어느 새 취한 김유찬은 깜빡 잠이 들고만다. 다음 날 간신히 정신을 차린 그가 친구에게 헤어지는 인사를 하려는 찰나 시체가 된 정이준의 모습을 발견한다. 놀라움과 당혹감에 정신을 못 차리던 그 앞에 나타난 한 여인, 그 여인은 유찬을 가리키며 소리지른다. 저 사람이 범인이라고. 그렇게 그는 한 순간에 살인자로 내 몰린다.


소설은 두 가지 축을 이룬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김유찬이 회사 경영권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 역경을 헤쳐나가는 과정. 그리고 또 다른 모습은 '대리인'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인생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경영권의 비리를 막을 수 있다고 굳게 믿으며 위험을 무릎쓰는 김유찬.

하지만 소설은 남의 대리인으로 살아가는 그의 한계를 명백히 보여준다.



대리인. 대리인은 결국 누군가의 영향을 받게 된다.

누군가의 도움을 의지하게 되고 결정할 수 없다. 결정하는 건 다른 누군가이다.

그 대리인의 한계를 소설 『대리인 1,2』는 신랄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묻게 한다. 과연 김유찬이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일개 대리인이 있는 자들 속에서 살아나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한 발 더 나아가 작가는 있는 자들이 일부러 대리인들끼리의 균열을 하게 이용한다. 그 균열 안에서 순응하며 살아가는 대리인도 있고 끝까지 저항하거나 사라지는 대리인들도 있다. 그리고 친한 사이였지만 살기 위해 한순간에 적으로 돌변하는 대리인도 있다. 그리고 그 한계를 넘으려는 대리인을 비웃는다.


맹종할 필요가 없다고.

세상에 정의가 어디 있어?

우리에게 돈을 주는 이들이 정의지.

그걸 너도 이젠 알아야 해.

괜히 깨끗한 척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

나처럼 말이야.


대리인은 과연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수 없는가? 결국 끝까지 대리할 수 밖에 없는가?

작가는 이 소설에 두 가지의 결말을 내놓는다. 복종하는가 또는 다른 기회를 찾아가는가.

결말을 선택하는 건 읽는 자의 자유다.

대리운전에서 시작된 비극. 그리고 대리인으로 살아가는 운명.

그래서 이 소설의 제목 『대리인』은 씁쓸함을 안긴다. 바로 누군가의 대리인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결코 소설로만 읽히지 않는 묵직한 소설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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