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살 할머니도 씩씩하게 살고 있습니다
오사키 히로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인디고(글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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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정말로 알 수 없어요.

제게 이런 놀라운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 줄

젊었을 땐 상상조차 못 했습니다.


이미 중년의 길을 훌쩍 넘은 내가 너무 늦은 게 아닐까 불안함이 들 때 나는 되새김질 하는 말이 있다.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다행인 건 우리 주위에서 실제로 인생의 내리막길인 노년기에 이런 역전을 증명해주는 실제 사례들을 보게 된다는 점이다. 그 중의 대표적인 분이 손녀와의 요리 유튜브 촬영으로 홈런을 친 박막례 할머니의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이다. 할머니를 위한 도전들이 박막례 할머니의 맛깔나는 말들과 레시피로 많은 구독자들을 찐팬으로 만든 할머니는 늦었다고 생각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롤모델이 되어 주었다. 인생, 정말 이대로 죽기는 너무 아깝다. 끝날 때까지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다.

여기 또 다른 할머니가 있다. 그것도 박막례 할머니보다 더 오래 사신 1932년생 89세 할머니 오사키 히로코씨다.

박막례 할머니에게 터닝 포인트가 유튜브 촬영이었다면 오사키 히로코 씨의 터닝 포인트는 트위터이다. 런던에 사는 딸에게 트위터 사용법을 배웠지만 잠잠했던 트위터 계정에 동일본지진 당시 올렸던 글들이 화제가 되며 단번에 20만명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 트위터리안이 되었다.

트위터의 짧은 글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 이렇게 큰 변화를 만들어내게 될 줄 정말로 인생은 알 수 없다.


'옛날이 좋았다'고 말하는 노인들이 있는데

저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어요.

모든 게 지금이 좋습니다.

사는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기대됩니다.


『89살 할머니도 씩씩하게 살고 있습니다』에서 할머니의 일상을 읽어가다보면 느끼는 점이 있다.

할머니의 일상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불안함보다 오늘 하루를 즐겁게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태극권도 배우고 바느질로 마스크나 다른 수예품도 만들며 넷플릭스로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를 보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일상을 채워간다. 현실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로 채워간다.

유일한 가족인 딸이 런던에서 살아 홀로 살아가지만 멀리 있는 딸을 그리워하기보다 매일 컴퓨터로 통화할 수 있다는 현실에 기뻐하고 딸을 만나러 갈 수 있다는 사실에 더 기뻐한다. 그래서 할머니는 지금이 좋고 행복하다.


내가 행복하면 남에게 친절해집니다!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남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어요!


나이가 들면 어린 애가 된다고 한다. 남이 자신의 기분을 맞춰주기 원하고 대접 받기 원한다.

하지만 오사키 히로코 할머니에게는 철칙이 있다. '내 몸은 스스로 지킨다'이다.

이 철칙은 할머니의 삶에도 적용된다.

내 행복은 내가 만든다.

내 삶은 내가 만들어간다.

그래서 할머니만의 방식으로 삶을 만들고 좋아하는 것들로 만족하며 살아간다.

매일 똑같은 일상인 것 같지만 똑같은 평범한 하루이기에 기뻐하고 트위터에 기록하며 하루를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런 할머니의 마음이 트위터에 전해지며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책 속에 나오는 글 들 중 할머니는 "사치하지는 않지만 무리하게 애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신의 삶을 무리하게 애쓰지 않으며 즐길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

그 삶이 89살까지도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나의 80세 노년이 할머니처럼 씩씩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더 건강할 수도 있고 더 허약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중요한 건 그 상황에 맞추어 우리의 일상에서

행복해질 방법을 찾고 살아가는 것임을 오사키 히로코 할머니는 말해준다.

9회말 2아웃 상황에서도 역전은 만들어진다.

박막례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오사키 히로코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이런 분들의 이야기가 더 많아지길,

그리고 이런 삶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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