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레슨 인 케미스트리 1~2 - 전2권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요리는 화학입니다. 화학은 생명이지요.

모든 것을 바꾸는 여러분의 능력,

바로 자신을 바꾸는 능력도 바로 여기서 시작됩니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 (Lessons In Chemistry)는 영어 원제 그대로 화학수업이다.

화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올리는 건 지겹고 어려운 화학 공식으로 가득찬 과학 공부를 떠올릴 수 있다. 우리의 삶과 아무런 관련도 없고 배워도 소용없는 학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그렇다.) 과연 그럴까?

정말 화학은 우리와 무관한 학문인걸까? 소설 『레슨 인 케미스트리』 의 소설을 읽어보면 화학에 매료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주인공 엘리자베스 죠트는 딸 매들린을 홀로 키우며 집에서 화학 연구를 하는 화학자이다. 어쩌다 그녀는 싱글맘으로 연구소가 아닌 집 주방에서 화학연구를 하며 살아갈까? 소설은 이 모든 일의 원인을 찾아 10년 전인 1952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성의 참정권도 인정받지 못하던 시대, 심지어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도 없던 시대인 그 때로 말이다.

남자들로 가득찬 헤이스팅스 연구원, 그 곳에서 여성 화학자는 엘리자베스 죠트 단 한 명이다. 이 연구소에서 엘리자베스 죠트를 제외한 다른 여성들의 존재는 남성 화학자들의 조수나 보조일 뿐이다. 그러니 남성 화학자들의 눈에 엘리자베스 죠트 또한 자신들과 동등한 과학자로 인정해 줄 리 만무하다.

주변의 방해와 시기를 뒤로 하고 자신만의 연구에 몰두하는 엘리자베스 죠트. 그녀에게 운명의 만남이 다가온다. 헤이스팅스 연구원의 에이스이자 스타 과학자인 캘빈 에번스와의 만남이 그렇다. 물론 모든 드라마답게 이들의 만남이 시작부터 부드러울 리 없다. 엘리자베스가 자신이 쓰는 연구용 비커를 캘빈 에번스가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캘빈 에번스의 단독 연구실로 쳐들어간 우리의 주인공. 그녀는 당당하게 이 사실을 밝히고 자신의 비커를 되찾아온다. 사랑하는 주인공들에게는 우연이 찾아오는 법, 이들의 반갑지 않은 첫 만남에 우연이 이어지며 이들은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된다.

이 소설이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일 리 없다. 이 둘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핑크빛 이야기일 리 없다. 저자는 주인공에게 캘빈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이라는 고난을 선사한다. 그리고 연이어 찾아오는 불행의 파도. 아이를 원치 않았지만 캘빈이 죽은 뒤에야 알게 된 임신, 그리고 연구소에서의 해고.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더구나 여성이라면 남성의 들러리로나 간주되던 1952년에 말이다! 무얼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엘리자베스 죠트가 이대로 포기할 리 없다. 끝없이 변화하는 화학 공식처럼 엘리자베스 또한 변화해나간다. 세상 공식이 통하지 않는 부모의 역할에 적응해 나가고 뺴앗긴 연구실 대신 자신의 집에서 자신만의 연구실을 만들어 나간다.

집에서 홀로 연구한다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경제를 무시할 수 없다. 우연한 기회에 딸 매들린의 친구 아버지에게 제안받은 요리 프로그램 진행자로 일하게 되며 엘리자베스의 매력이 폭발한다. 잠들어 있던 여성 시청자들을 깨운다. 요리가 화학 시간이 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화학 공식처럼 여성들 또한 요리 뿐만 아닌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켜 가도록 요구한다.

화학은 삶과 불가분의 관계를 이룹니다.

그 말에 따르면 화학은 바로 삶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파이처럼 삶에는 튼튼한 토대가 필요합니다.

가정에서는 바로 여러분이 그 토대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하는 일에는 엄청난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이토록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주는데도

세상에서 가장 저평가되고 있지요.

 

소설은 엘리자베스를 단순한 요리 진행자로 한정지으려는 주변의 방해와 공작, 그리고 그 방해를 뚫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엘리자베스와 그녀를 돕는 여성들의 연대가 두 축을 이룬다. 물론 평탄할 수 없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나쁜 일을 겪을 수록 더 큰 전투력을 발휘한다.

 

나쁜 일을 겪었을 때 대처하는 제일 좋은 방법이 뭔지 아니?

나쁜 일을 거꾸로 원동력으로 삼는 거야.

나쁜 일에 사로잡히는 걸 거부하렴.

맞서 싸우렴.

 

화학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화학 공식으로 단순한 재료가 맛있는 하나의 요리가 되는 것처럼 엘리자베스는 화학 공식을 요리 뿐만 아닌 자신의 삶에 대비시키도록 시청자들, 특히 엄마들에게 외친다. 그녀의 화학수업은 인생 수업이 되고 동기 부여의 시간이 된다. 그리고 이 움직임은 엘리자베스만 느끼지 못했을 뿐 거대한 변화가 되어 잠자고 있던 여자들의 욕망을 꺠운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 를 읽고 난 후 우리는 이렇게 물어볼 수 있다.

아니, 화학이 이렇게 흥미롭고 가슴이 뛰는 과목이었나? 정말 화학은 우리와 무관한 과목이었나?

아니다.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화학수업이었다. 정상성이 없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게 당연한 과목.그래서 화학은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수업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면 화학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

 

인생을 바꾸는 과목으로, 변화가 필요할 때, 무기력이 느껴지고 포기하고 싶을 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 에서 엘리자베스 죠트의 화학 수업을 꼭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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