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오피스 오늘의 젊은 작가 34
최유안 지음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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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백 오피스』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드라마가 있다.

임수정, 이다희, 전혜진이 주연했던 워맨스 드라마 <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이하 WWW)

로맨스보다 여성들의 일, 경쟁 그리고 워맨스가 전면에 부각되어 여성들에게 인기였던 드라마였다. 나 역시 그 드라마의 열렬한 시청자였다.

물론 『백오피스』는 드라마 《WWW》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드라마에서는 모든 주인공이 IT 포털업체의 경쟁 및 협력하는 드라마이지만 소설 속에서의 여주인공 3인방은 호텔리어, 에너지 회사, 대형 행사 주관하는 MICE 업계 종사자등 세 명 모두 다른 직종의 근무자들이 하나의 큰 행사를 위해 서로 협력하는 이야기이다.

차이점은 또 있다. 드라마 《WWW》 에서는 남성들이 여성 주인공들을 돕는 역할에 그쳤다면 소설 속에서의 남성은 여전히 기득권 세력, 또한 여성들을 견제하는 역할로 그려진다.

육아휴직 후 호텔로 복귀하지만 동료에게 승진에서 뒤쳐지는 듯해 초조한 호텔리어 강혜원.

망해가는 듯한 행사 마이스 업계 아티스틱에서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대형 행사 태형의 9억짜리 행사를 잡기 위해 필사적인 임강이.

누구보다 일을 사랑하지만 약삭빠르며 사내정치에 능한 오균성에게 기회를 빼앗기는 태형의 홍지영 대리.

호텔은 여자들이 위로 진출도 많이 하고

그렇지 않습니까?

업계 상황상.

태형은 아닌가 보네요.

에이, 에너지 기업은 여자들 위주가 아니죠.

 

이 세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세 직종 모두 여성들을 향한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보인다는 것.

호텔리어의 대부분이 여성이지만 여성 임원직은 존경하는 사수 박윤수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태형의 홍지영 대리 또한 기획안이 통과하지만 오균성 또는 팀장에 의해 기획을 빼앗기고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르는 현실, 임강이 또한 대형 마이스회사의 보조적인 역할을 해야만 하는 자신의 입장에서 벗어나 꼭 주최자가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 그들이 하나로 뭉친다. 남성과 기득권의 권모수술수에서 자신들이 주역이 되는 기회가 생기며 그들은

하나의 목적을 위해 의기투합한다.

저 좀 도와주세요. 그 말 하려고 왔어요.

도우미가 아니라 이제 제 일이죠.

우리는 나보다 힘이 센 법이니까.

잘해 봐요. 우리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는 세 사람. 성공적인 행사 개최라는 목표는 같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의견까지 같을 수 없다. 서로의 입장이 다르다보니 의견 충돌을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한발짝씩 양보하며 연대한다.

이 소설의 백미는 세 여성의 연대이지만 실패했을 때 그들의 연대가 가장 빛나 보인다는 점이 바로 하이라이트이다.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니 결과가 좋았으면 금상첨화였겠지만 아쉽게도 결과는 큰 성과를 이루지 못한다. 주위에서 그들에게 그거 보라고 여자들은 안 된다고 비아냥될 때 이 삼인방은 서로를 일으켜 세운다. 또한 그들을 돕는 직장 동료는 다름아닌 여자 상사들과 동료들이었다.

누가 뭐래도 그냥 갈 길 가세요.

여기서 죽을 거면 다른 데 가서도 죽고야 말겠죠.

근데 불나방은

죽으로겨 불로 달려드는 게 아니에요.

해야 할 일을 하는 거죠.

가야 할 방향으로 가다 보니

불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뿐이고요.

자기가 가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면,

피하지 말고 가라는 뜻이에요.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가슴 아픈 말들을 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안다. 여성이 함께 일 때 여성의 자리가 더 넓어질 수 있음을. 우리의 후배들이 앞으로 나아갈 유리천장을 조금이라도 깨뜨릴 수 있음을.

『백오피스』에서는 주인공 삼인방 뿐 아니라 모든 여성들이 가만히 제자리에 있는 듯하면서 결정적인 순간 서로에게 손을 내민다. 그리고 말한다. 끝까지 가라고. 사수는 나를 밟고 가라며 후배에게 길을 열어주고 동료는 너의 요구사항을 당당하게 밝히라고 등을 떠민다. 경쟁자이면서도 함께 연대의 끈을 놓지 않는다.

남성들의 눈에는 그들이 현실에 졌다고 비웃는다. 여자들은 어쩔 수 없다고 비웃는다. 히자만 그들은 지지 않았다. 그들은 경쟁과 연대를 반복하면서 끝까지 자신의 일을 해 나갈 것이다.

진정한 워맨스를 볼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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