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버티고 있어도 당신은 슈퍼스타 - 그만두고 싶지만 그만둘 수 없는 어느 직장인의 젖은 낙엽 껌딱지 존버 에세이
권수호 지음 / 드림셀러 / 2022년 4월
평점 :

세상에는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변수는 뭐니 뭐니 해도 머니 money다.
어쩔수없다.
회사에서 젊은 직원들이 잘 하는 말들이 있다.
"우리가 뭐 갈 곳이 없나? 우리는 아직 갈 곳이 있어."
아직 어리기에 이직이라는 기회의 문이 나보다 넓게 열린 어린 직원들의 말을 들으면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나의 처지가 서글퍼진다. 나이도 나이지만 이제 겨우 초등학생 1학년인 쌍둥이를 둔 내게 이직은 커녕 사표는 꿈도 꾸지 못한다.
『버티고 있어도 당신은 슈퍼스타』의 저자 권수호씨도 마찬가지다. 아내와 일곱 살 아이를 둔 가장인 권수호씨 역시 사표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한다. 하루하루 존버하며 살아가는 직장인이다. 오십이 되기 전에 회사를 그만 두고 경제적 자유를 꿈꾸지만 지금의 상황은 요원하기만 하다. 그저 존버하는 것도 감지덕지할 뿐이다.
책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고 하는 말에 백번 공감하면서도 막상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우리 직장인들의 현실. 그렇게 또 하루를 존버하며 버티는 저자의 이야기는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듯 하다.
일을 일로 보지 못한 덕에 주말 내내 지옥의 가시밭길을 걸었다.
다 틀렸다. 내가 힘들었던 이유는
나 자신을 '일'과 동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1=1'이 아니라 '1=나'였기 때문이다.
내 감정을 거기(일)에 풀어놓고 업 앤드 다운을 반복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불안함과 두려움이 싹트게 된다.
그러다보면 내가 먹히는 거다. 일 따위에게.
직장인들 중 퇴근 후에도 직장 일에서 완전히 해방 되는 직장인이 있을까? 특히 아직 마치지 못한 업무가 있으면 잠을 자면서까지 일 생각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몸 따로 마음 따로가 된다. 일이 나를 지배한다. 일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디 그게 쉬운가. 일과 내 생활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일은 우리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저자는 나와 같은 맞벌이고 어린 자녀를 두고 있어서인지 공감이 가는 일상이 그려진다. 퇴근 후에도 또 다른 집안일에 쫓기는 일상, 바쁜 아내가 일거리를 들고 퇴근하는 모습, 교통 사고를 당했지만 직장인은 일을 해야 하기에 업무 틈틈이 통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모습 등 우리의 흔한 일상이다. 존버하며 바쁘게 살아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자는 버티는 게 전부인 지금이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행복을 찾아간다. 글쓰기를 하고 달리기를 하고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앱을 삭제해간다. 교통사고로 차가 파손되었지만 교통사고 속에서 평범한 하루가 이토록 감사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월요병과 화요병에서 쉽게 해방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저자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바로 '현재'이기에 저자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자신의 목표를 20%밖에 이루지 못했지만 20%나 이루었다는 사실에 감사해한다. 그렇게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간다.
버티는 것.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힘든 건 버티는 게 아닐까. 이 글을 읽고 있으면 예전 직장에서 직장 동료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회사의 잦은 야유회로 힘들어하는 내게 동료는 말했다.
"이왕 해야 한다면 즐겁게 하는 게 낫잖아요."
이 책은 바로 그 동료의 말을 떠오르게 한다.
이왕 버틸 거라면 좀 더 즐겁게 버티자고. 이왕 살아가는 인생, 좀 더 즐겁게 살아가야 하지 않겠냐고 말한다.
그만 둘 수 없다면 조금만 더 힘내보자. 열심히 버티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