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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할인가에 판매합니다 - 신진 작가 9인의 SF 단편 앤솔러지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1
신조하 외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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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속도가 빨라지다 못해 로켓 같은 속도로 날아가고 있다. 이미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의 시대는 아슬아슬하게 인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본격적인 인공 지능의 시대는 어떨까. 『감정을 할인가에 판매합니다』 는 바로 인간과 인공지능이 함께 살아가는 그야말로 100% 인공지능 시대를 그린 소설집이다.
SF소설집 『감정을 할인가에 판매합니다』 는 9명의 신인 작가들의 SF 단편집이다. 새로운 작가 9명이 인공지능 시대를 상상하며 그려낸 이 소설의 주제는 바로 '인간다움'이다.
먼저 첫 번째 단편 신조하 작가의 <인간의 대리인>은 인공지능 변호사의 이야기다. 소설의 배경은 인공지능 판사가 판결하는 시대이다. 주인공은 무뇌아로 태어났다. 지금이라면 살아날 가망이 없지만 작품 속에서의 세계는 과학 기술의 발달로 '투명한 뇌' 기술로 '투명 뇌'를 이식하여 살아가는 주인공이다.
우리는 법관들이 정치에 편향적인 판결을 내릴 때마다 '차라리 편견없는 인공지능이 재판하는 게 낫다'라며 울분을 터뜨리곤 한다. 적어도 인공지능은 인간적인 판단이 아닌 법률 지식에 의거하여 판단할 테니까. 그렇다면 이 소설 속에서는 어떨까. 과연 인공지능 판사들은 인간보다 훨씬 나을까? 물론 이 소설에서 인공지능 판사가 중요하지 않다. 작가는 소설에서 '인공지능 뇌'를 이식받은 변호사 주인공이 알츠하이머 신약 임상치료로 좀비가 되다시피 한 환자들의 피해 소송을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이야기한다.
돈을 위해, 자신의 출세를 위해 불의임을 알면서도 거짓으로 대기업을 변호하는 대형로펌 변호사, 아무런 죄책감없이 재판에 이겨 성공보수로 불륜녀에게 선물 사 줄 계획을 하는 상대편 변호사, 무뇌 변호사인 자신을 조롱하며 미친개처럼 달려드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면서 주인공은 생각한다.
나는 인간의 기능을 상실한 인간은 마땅히 죽는 것이
인간의 존엄에 부합한다고 주장하는 무뇌 변호사다.
그는 변을 지리며 미친개처럼 바닥을 기는 인간이라도 살아 있을 가치가 있다고 믿는
엘리트 변호사고. 그 가치가 실험용 쥐 정도라 해도.
사람들은 무뇌 변호사인 주인공을 보며 인간이 인간적인 감정이 결여된 변호사가 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돈 앞에 자신의 이익 앞에 양심을 파는 인간들이 과연 인간이라고 말 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우리는 무엇이라고 답해야 할까?
임하곤 작가의 <나와 올퓌 >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과 인공 지능 휴머노이드가 함께 살아간다. 아무리 휴머노이드가 인간을 위해 만들어낸 존재이지만 그들을 무조건 혐오하며 죽이려 드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며 당할 수 밖에 없는 인공지능 휴머노이드는 말한다.
휴머노이드를 혐오해서 누군가는 바이러스까지 풀었다.
그런 세상에 살아가면서 인간인 넌 뭘 했는가?
방관하는 것도 결국은.....
우리는 온갖 혐오에 두려워한다. 여성혐오, 아동혐오, 아시아인혐오 등등... 이 혐오들을 보면서 방관하는 인간들. 과연 인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방관자인 인간이 나을 게 무엇인가. 과연 무엇이 인간다움을 규정하는가?
이세형 작가의 <감정을 할인가에 판매합니다> 물질적 빈부가 공감과 연민의 빈부로 확장되고 도덕도 도매가로 판매된다. 인간의 고유성이라고 생각했던 감정, 도덕, 이성등이 모두 도매가로 거래되는 시대에서 과연 인간이라고 지킬 만한 것이 무엇인가? 고유성을 물질로 취급하는 때에 인간다움은 누가 규정하는가?
아홉 편의 소설이 일관되게 묻고 있는 '인간다움'에 대해 우리는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먼저 우리의 인간다움에 대한 가치가 확립되어야만 함을 알게 한다.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야만 우리는 인간일 수 있다.
인간다움. 단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이 아니다. 인간다움이 지켜지고 인간다운 행동을 할 때만이 인간일 수 있다.
그래서 소설은 읽는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인간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