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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맛 좋아
서경희 지음 / 문학정원 / 202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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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수박 맛 좋아』 의 배경은 암울하다.
꺼진 부동산 거품, 도산하는 기업들, 실업난으로 청년 배당으로 연명하는 청년들,
기후위기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해 제철과일은 상류층의 전유물이 된 대한민국에 세 명의 청년들이 살고 있다.
한때 여자축구의 유망주였지만 부상으로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백수로 살아가는 한여름,
한때 아이돌 가수였으나 소리도 없이 사라지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은찬,
한때 과학고에 들어갈 만큼 영재였으나 잠적한 아버지와 경제고로 함께 백수인 세휘...
한때는 희망이 있던 이들의 미래는 이제 좁디 좁은 옥탑방에서 월세도 못내는 처량한 신세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말은 오래전 옛말이 된 지 오래,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전력투구하는 사람이 없다. 나라에 대한 불평도 사라지고 일 할 의욕조차 없는 이 세 명의 청춘들에게는 하루 하루의 삶은 그저 버티기이다.
미래의 희망도 부자도 아니고 집 사기도 아닌 이제 프리미엄 과일이 되어버린 수박 한 조각 먹는 게 소원이다.
수박 한 조각 먹는 것도 사치가 되어버린 암울한 시대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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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알고 있다. 더 이상 쥐구멍에 볕들날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음을, 이 세 명의 청춘들의 삶에는 오히려 '엎친 데 덮친다'라는 속담이 어울리다고나 할까. 간신히 버티던 옥탑방 월세에서 살다가 경매에 넘어가 부실 시공 아파트에 하우스 마루타가 되고 그마저도 대출 사기에 빚까지 늘어만 가는 삶... 이보다 더 박복한 삶이 있을까.
이 세 친구들의 극한 생존기가 지지리궁상 그 자체이지만 작가의 필력의 영향도 크지만 끝까지 함께 하는 세 명이기에 이들이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가 안타까우면서도 더욱 웃픈 매력을 안긴다.
소설이라 하기에는 소설 속 현실이 조금씩 보여지는 현실에 대해 과연 우리 곁의 여름, 은찬, 세휘와 같은 청춘들이 이 암울한 현실을 버텨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버텨주길 바라는 응원하는 마음이 교차된다.
하루가 다르게 몰락해가는 청춘의 삶.
하루가 다르게 무너져가는 부실시공 아파트.
이들의 삶이 함께 무너져간다.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한 쪽이 무너지면 다른 쪽이 무너진다는 사실을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 곁의 여름, 은찬, 세휘가 하루라도 더 버티길.
그들의 몰락은 결국 우리들의 몰락임을 잊지 말자고 외치는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