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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
마쓰다 아오코 지음, 권서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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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가 끝났다. 마지막까지 초접전을 이루었던 이번 선거의 키워드 중 하나는 2030 여성이었다.
'여성가족부 폐지'와 '무고죄 강화' 등 여성혐오를 앞세웠던 후보에 맞서 다른 맞은편에서는 혐오를 선택하지 말자며 2030 여성들이 아젠다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자며 연대를 호소했고 그 결과는 많은 기성세대, '아저씨'들을 놀라게했고 언론에서는 "선거는 패배했지만 2030 여성은 승리했다'라고 보도했다. 일본 소설 《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은 바로 이 일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다.
《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의 저자 마쓰다 아오코는 <82년생 김지영> 일본어판에 추천사를 쓴 작가이다. 추천사를 쓴 작가인 만큼 저자의 소설에서도 여성의 연대를 그린 페미니즘 소설이다.
소설은 여성의 연대를 그려낸 작품이니만큼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에 대에 설명해간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회사에서 성희롱의 피해자이지만 오히려 내쫓기듯 회사를 퇴사해야 했던 게이코,
게이코의 여동생이며 일본의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환멸을 느끼고 캐나다로 떠난 동생 미호코,
게이코의 절친했던 동료이자 게이코가 떠난 회사에 근무하며 가부장적 시스템에 힘들어하는 아유무,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소녀 아이돌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개성을 갖춘 아이돌 그룹 xx
각자의 인물의 서사와 함께 그들 주변의 수많은 '아저씨'들이 일본 사회에 얼마나 만연해나가는지를 저자는 공들여 설명한다.
책에서 말하는 '아저씨들'은 단지 기혼 남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가부장적 질서에서 여성다움을 강조하고 성적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남성들을 뜻한다. 책을 읽다보면 한국 못지 않게 일본 또한 '아저씨' 문화가 널리 퍼졌는지 놀라게 된다. 짧은 치마, 출산의 대상으로 보거나 아름다움의 대상으로만 보는 사회, 남성보다 소리 높여 말하면 버릇 없다 질타받는 사회, 조신할 것을 강요하는 사회, 여성다움이 강제되는 일본 사회가 그려진다.
그 속에서 게이코가 아이돌 그룹 멤버 XX의 덕후가 되면서 조금씩 균열이 생긴다. 그들 사이에 변화가 일어나고 연대가 시작된다. 더 이상 아저씨들이 우리의 영혼을 망치게 두지 않겠다며 연대해간다. 손을 잡기 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현실의 벽이 아야코와 비정규직 여직원들의 연대로 게이코를 성희롱했던 아저씨 직원을 내몰아냄으로 기성 사회에 균열을 일으켜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타이밍이라든가
그런 것도 하나도 몰랐고, 정말 가능하긴 할까 자신도 없었는데,
그래도 막상 하니까 되더라고요.
그 남자도 부서가 다른 비정규직 여자들이
서로 손을 잡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그런 짓을 했겠죠.
열 받아.
그래서 손 좀 잡아봤어요.
그러니까, 우리도 손을 잡고 본때를 보여주자고요.
이번 선거는 많은 사람들에게 2030 여성의 힘을 보여주며 깜짝 놀라게 했다. 혐오에 지지 않겠다는 의지와 연대로 그들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었다. 《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 또한 늘 약자라고 생각했던 게이코, 아야무, XX등 아저씨들 문화에 지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그리고 저자의 다짐이기도 했다. 이 책을 2030 여성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앞으로도 지지 말기를, 힘들더라도 계속 싸워 나가기를. 그래서 이 공고한 사회에 균열을 내주길 부탁하며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