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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의 세계사 - 왜 우리는 작은 천 조각에 목숨을 바치는가
팀 마샬 지음, 김승욱 옮김 / 푸른숲 / 202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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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떠나 타국에 이민 온 사람들은 대통령이 순방을 올 때 또는 경기를 관람할 때 태극기를 흔든다. 태극기를 흔들며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국내에서도 태극기 부대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집회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사람이 있다. 태극기를 흔들다 못해 성조기를 흔들고 심지어 이스라엘 국기를 흔든다. 왜 우리는 그렇게 깃발을 흔들까?
바로 상징 때문이다. 물론 태극기 부대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태극기가 갖는 상징이 다르겠지만 태극기 부대에게는 태극기, 성조기, 이스라엘 국기 등이 자신의 믿음에 대한 상징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상징들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저자 팀 마셜은 그 기원을 추적해간다.
100여개가 넘는 국가의 국기를 저자가 모두 수록할 수 없다. 저자는 이 책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국가들 위주로 소개해나간다. 그 첫번째 타자는 바로 미국의 성조기다 저자 팀 마셜은 단지 성조기만이 아닌 남북 전쟁이 한참일 때 쓰였던 역사와 극단적인 백인우월주의 KK단의 상징까지 그 기원을 설명해서 현재 성조기로 쓰이기까지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특히 성조기가 미국의 국기임에도 국내산보다 저가용 중국산 성조기가 더 많이 팔리는 현실은 9.11이후 성조기의 매출량이 급등하고 애국심이 폭발한다 하여도 경제적인 현실은 넘어서지 못하는 웃픈 현상을 설명해준다. 미국산 성조기만을 판매할 것을 법령으로 제정하고자 하는 정치인들이 있다는 현실을 보며 그들의 성조기에 대한 우월감 또한 느끼게 해 준다.
영국의 국기 유니언잭이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의 디자인을 합한 상징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영국의 복잡한 구조를 설명한다. 유럽연합 탈퇴와 관련하여 촉발된 스코틀랜드의 분노, 국기 '그레이트 브레이튼'이라고 불리기까지 겪게 된 그들의 복잡다단한 역사 속에 어떻게 국기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는지 또한 일반 역사서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부분이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의 '유니언잭' 국기를 공식으로 인정화한다는 성문법이 없음에도 관습과 정통에 의해 받아들여졌다는 점이다.
이 밖에도 책에는 유럽연합, 유럽, 나치, 팔레스타인 내에서 하마스와 PLO, 아프리카 등의 국기 등을 설명해 주어 전체적인 세계사를 이야기한다. 다만 이 책의 최대 단점은 저자가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세계사에 대한 기초 지식이 있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해서인지 기초 지식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조금만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었다면 역사 초보자들이 접근하기 쉬웠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단지 천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국기의 상징은 강력하다. 그 국기의 상징은 단시간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지난한 시간과 오랜 갈등 끝에 만들어졌다. 이 책은 세계의 국기를 더욱 친근하게 만들어지고 국기를 통해 그들 나라를 더 잘 이해하게 도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