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 노르망디에서 데이비드 호크니로부터
데이비드 호크니.마틴 게이퍼드 지음, 주은정 옮김 / 시공아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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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호크니. 영국의 유명한 팝 아트 화가이자 사진 작가로 스냅 사진과 같은 정경을 그리는 작가이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오랜 파트너이자 친구인 마틴 게이퍼드와의 대담을 통해 코로나 팬데믹 시절 노르망디에 머물며 겪은 그의 이야기와 미술 이야기를 서신 또는 영상 통화로 풀어놓는다.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는 두 오랜 지기의 미술에 대한 열정이자 데이비드 호크니의 예술에 대한 영감을 알 수 있는 책이다.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는 단연코 예술책이다. 책에는 마틴 게이퍼드가 데이비드 호크니에게 끊임없이 묻고 데이비드 호크니는 예술에 대한 그의 생각을 펼쳐놓는다. 폴 세잔, 윌킨슨, 피카소 등 여러 화가들의 작품이 거론되고 색채, 예술가들의 작업실, 원근법 등 다양한 미술 관련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나와 같은 미술에 문외한인 독자에게는 읽기가 그리 만만치는 않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빛을 발하는 부분은 바로 데이비드 호크니가 코로나 시절을 통과하면서 알려 주는 한 거장의 삶의 태도이다.


우리는 자연과 별개로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입니다.

이 상황은 때가 되면 끝날 겁니다.

그 다음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는 무엇을 배웠습니까?

나는 거의 여든세 살에 가깝고 언젠가는 죽게 될 것입니다.

죽음의 원인은 탄생이죠.

삶에서 유일하게 진정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음식과 사랑입니다.

나는 이 점을 진심으로 믿습니다.

예술의 원천은 사랑입니다.

나는 삶을 사랑합니다.


삶을 사랑한다는 말을 데이비드 호크니는 책 곳곳에서 강조한다. 사랑. 누군가는 너무 모호하다고 말 할 수 있다. 하지만 데이비드 호크니는 사랑을 코로나 시대 여행이 막히고 이동 동선이 짧아지고 있는 이 때야말로 사랑이 빛날 수 있음을 알려준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더욱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보여준다.


호크니는 사람들이 에덴 동산을 거닐고 있을 때에도

대부분은 그곳이 에덴 동산임을 알아채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사람들은 나무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지면을 훑어보는 데 시간을 쓸 것이다.

세계는 아주아주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을 알아채기 위해서는

열심히 그리고 자세하게 보아야 한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정물화를 보면서 그 소소한 것들조차도 열심히 들여다본다. 마치 김춘수의 '꽃'처럼 한 대상에 의미를 부여하며 사소한 세부적인 것 하나 놓치지 않는다. 사랑없이 상대방을 알 수 없듯, 데이비드 호크니는 사랑으로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본다. 그래서 그는 코로나 시절 자유롭게 여행하고 세계 곳곳에서 작업을 했다가 코로나로 노르망디에 묶였지만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본질적으로 흥미로운 것은 장소가 아니라 그곳을 보는 사람이다.

장소가 어디든 그곳은 세계의 일부이므로

시간과 장소의 법칙이 여전히 적용될 것이다.


우리는 장소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데이비드 호크니는 우리가 보는 시각을 달리 한다면 그 장소가 특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호크니가 그렸던 장소들은 특별한 곳은 아닌 익숙한 평범한 장소였지만 더 사소한 것에 관심을 기울였고 더 많이 이해하려고 했다. 평범하고 익숙한 것들에서 다름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장소가 문제가 아닌 보는 사람이 중요했다. 호크니 뿐만 아닌 화가 모네도 그렇게 극복해냈다.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는 제목처럼 데이비드 호크니는 우리가 끔찍해하는 이 코로나 상황에서도 천국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귀가 어두어져 불편을 겪는 상황에서도 항상 삶을 사랑하는 그의 태도로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현재를 살아가고 사랑하는 것. 즉 사랑이 데이비드 호크니의 예술의 원천이었다.


스트레스가 뭡니까?

그것은 미래의 무언가에 대해서 걱정하는 것이죠.

예술은 현재입니다.


끊임없이 예술에 대해 말하는 그의 글을 보노라면 자신의 분야에 심취한 거장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과 여러 작품들을 올컬러로 볼 수 있어 보는 내내 눈을 즐겁게 한다.

데이비드 호크니. 이 거장은 자신의 말대로 아마 끝날까지 그림을 그릴 것이다. 그리고 끝까지 사랑하며 현재를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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