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크리스마스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3
쥬느비에브 브리작 지음, 조현실 옮김 / 열림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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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열림원에서는 오래전 출간되었던 여성작가의 소설을 새단장을 하여 국내에 다시 소개한다. 작년 <장엄호텔>을 소개한데 이어 이번에는 쥬느비에브 브리삭의 소설 《엄마의 크리스마스》는 2002년도에 출간되었던 작품을 소개한다.

크리스마스는 모두에게 설레이는 날이다. 아이들에게는 산타클로스와 선물, 거리의 캐롤 등 동심이 극대화되고 어른들에게도 서로 선물을 전하며 크리스마스를 축하한다. 종교와 남녀노소를 떠나 모두에게 축제인 날이 바로 크리스마스다.

《엄마의 크리스마스》에는 남편과 이혼 후 아들을 홀로 키우는 싱글맘 누크와 아들 으제니오 모자의 이야기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누크의 이야기다. 크리스마스 전전날 밤부터 시작하여 4일간 펼쳐지는 이 모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담담하게 소개된다.

소설 속 주인공 누크는 잘 나가던 화가 일을 포기하고 아들을 키우 위해 도서관 사서로 일한다. 이제 클대로 큰 아이 으제니오를 혼자 돌봐야만 하는 누크의 삶은 전쟁이나 다름없다. 아이를 위해 노력하지만 아이는 언제나 불만투성이다.

"엄만 맨날 똑같은 소리만 해. 봐라, 들어라, 봐라, 들어라. 제발 내 눈이랑 귀 좀 가만 놔둬!"

"난 그럴 거야! 이제 곧 크리스마스인데 잽싸게 움직여야지. 우리 어디 갈 거야? 말 좀 해봐. 설마 우리 둘이서만 멀뚱멀뚱 보내는 건 아니겠지? 다른 사람들한텐 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는데, 우린 도대체 어쩔 셈이야?"

크리스마스 전전날부터 아이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동물 가게를 들어가 새 한쌍도 사주며 나름 노력하건만 아이의 요구는 끝이 없다.

아이뿐이랴. 유일한 친구 마르타조차 누크의 마음을 완전히 알아주지 못한다. 아이를 놓고 자신을 만날지 고민하는 누크에게 섭섭함을 토로하는 등 누크에게는 자신을 그대로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다. 직장인 도서관에서도 심심하다고 떼쓰는 아이가 걱정되어 허겁지겁 집을 나선다.



나도 행복해질 가능성이 있긴 한가……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혼자인 누크의 자조섞인 질문은 쉴 틈 없는 주인공의 고단한 삶을 대변한다.

나 역시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서 끝이 없는 회사일과 육아 속에서 이렇게 고생만 하다 삶이 끝나버릴 것 같은 막막함을 알기에 주인공의 이 질문에서 한참을 머무른다.

직장에서 퇴근해도 마음 둘 곳 없는 누크. 그런 누크에게 크리스마스는 잔인하기만 하다. 매일 돌봐주는 엄마보다 가끔씩 보는 아빠를 더 따르며 엄마를 내치는 아들을 바라보며 누크는 자신의 삶이 잿빛이라고 말한다.


특별한 일은 없다.

정말로 없다.

물이 이토록 잿빛인 적이 없다.

똑같은 잿빛을 그린다는 건 불가능하다.


별다른 사건 없이 단 4일간의 이야기이지만 주인공 누크에게는 4일이 4년과도 같은 시간이다. 끊임없는 아이의 요구, 직장,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 가끔씩 아이에게 전화하면서 돌봄의 주체인 엄마를 무시하는 속물적인 전 남편.. 삶이 힘들다지만 그 고통의 무게가 똑같을 수는 없다. 홀로 아이와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누크에게 짐의 무게가 더 무겁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누크에게 더욱 진한 잿빛인 삶.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 잿빛 인생이지만 누크는 과연 그 잿빛을 이겨낼 수 있을까란 생각에 한동안 마음이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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