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구독해줘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7
김하율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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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온라인 사업이 급성장한 반면 거리의 많은 가게가 위기를 맞고 있다. 여러 로드샵 화장품이 한류 열풍을 등에 업고 호황을 누리던 화장품 사업도 점점 하락세를 맞이하며 매장을 철수하고 있다. 『나를 구독해줘』는 한국의 화장품산업이 호황을 누리던 시절, 명동의 코스메로드에서 화장품 매장에서 일한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나를 구독해줘』는 2014년 호황기 시절의 이야기이다. K-pop, K-beauty라고 부르며 중국인과 일본인들로 들끓었던 명동, 매장에 들어서면 "환인관잉" 중국어와 일본어를 들을 수 있던 시절. 그 매장에서 일하던 정소민은 본래 공무원 준비생이었다. 번번이 미역국을 먹고 믿었던 부모님의 지원도 끊기며 명동에서 식당을 하는 친구 유화의 부모님의 도움으로 페이스페이스 화장품 명동1호점에 취직한다.

소설 속 젊은이들의 현실은 모두 만만치 않다. 공무원 준비생에서 화장품 매장 직원으로 근근히 살아가는 소민이나 피아노과를 나왔지만 부모님 식당에서 고기를 굽는 유화, 호텔리어로 힘들게 살아가는 소민의 남사친 강하오.

그 외 소민과 같은 명동 1호점의 직원들 모두 자신의 힘든 사정을 갖고 있다. 매월 매주 매출실적에 시달리며 혹사당하는 20대 청춘들의 모습이 소개된다.

잠 잘 곳도 없어 남사친과 같은 집을 살게 되며 잘나가는 뷰티 인플루언서 '버거'가 남사친 하오의 존재임을 알게 되며 소민과 하오의 이야기를 예측하기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 소설은 소민과 하오의 감정선보다 현실의 짐에 꿈을 꾸지도 못하는 20대들의 모습을 슬프지도 않으면서 가벼운 문체로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소민, 유화, 하오 뿐만 아니라 페이스페이스 매장에서 일하는 20대 중국인 직원들에게 무슨 사연으로 이 곳에 오게 되었는지, 바깥에서 손님을 끌기 위해 추운 칼바람을 맞고 일하는 직원의 모습 등 매우 자세하게 묘사되어 마치 그 현장을 직접 보고 있는 듯하다.

열심히 일한 것 밖에 없는데 힘이 없다는 이유로 당하는 여러 불이익 속에 참아야만 하는 청춘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씩씩하게 나아가는 소민과 하오의 모습을 통해 그래도 청춘이니까 다시 시작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를 구독해줘』는 멋진 한방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빛나는 건 여러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꿋꿋하게 살아가는 청춘들의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였다. 다소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자신이 원하는 길을 걸어갈 수 있다는 것. 그것 또한 청춘이 가질 수 있는 특권 중 하나일 것이다. 이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 소민과 하오에게 이런 말을 해 주고 싶다. 어느 길로 간다 하더라도 옳다고. 후회하지 말고 앞만 보라고. 이들을 비롯한 모든 청춘들에게 건투를 비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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