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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민승남 옮김 / 엘리 / 2021년 12월
평점 :

시대는 우정을 강하게 할 수도 있기도 하고 갈라놓을 수 있다. 시대는 많은 선택을 하게 하고 선택에 따라 결과는 더 극명하게 갈라진다. 특히 우정의 대상이 여성이라면 더욱 분명해진다. 여성들이 고등 교육을 받고 깨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여성에게 많은 제약이 가해지던 시기. 더 많은 잡음이 있던 시기. 소설 『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는 베트남전, 인종 차별, 페미니즘의 기운이 조금씩 피어오르기 시작한 1968년 앤과 조지 두 여성의 삶과 우정을 통해 미국 사회를 그려낸다.
『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의 여성, 앤과 조지는 여대인 바너드대학교에서 룸메이트이다.
앤은 철저한 엘리트 집안이였으나 흑인 룸메이트를 원했다고 할만큼 흑인들의 삶과 인권에 관심이 많았다. 자신이 혜택 받는다는 것을 알기에 그 혜택을 부끄러워하고 사회 운동에도 참여했던 학생이었다.
반면 조지의 가정 환경은 부유한 앤과 정반대였다. 가정폭력을 일삼던 아버지, 다른 여자와 떠나버린 아버지,
가정 폭력의 피해자면서 가해자인 어머니, 줄줄이 딸린 동생들... 조지는 어머니를 보면서 생각한다.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엄마와 같은 삶을 살지 않겠다"고... 반복되는 가정의 불행을 자신의 삶에 재현하지 않겠다고..
계급의 차이가 분명하던 1960년대, 상류층 사람이었음에도 흑인과 함께 하는 삶을 원했던 앤은 시대에 너무 앞선 사람이었다. 그녀의 진심에도 그녀가 가진 집안의 위치는 상류층보다 오히려 흑인과 같은 사람들에게서 진정성을 의심받는다. 심지어 같은 룸메이트인 조지마저도 앤을 신뢰하지 않는다. 젊은 날의 패기로 받아들이며 좀 더 크면 지나갈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주위의 편견을 감내하면서 앤은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간다. 그런 앤을 바라보며 조지도 앤에게 마음을 열고 둘은 절친한 사이가 된다.
영원할 것 같던 조지와 앤의 우정이 서로의 오해와 사건으로 인해 갈라서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중 조지는 앤의 소식을 듣는다. 앤이 경찰을 살해했다는 충격적인 소식 가운데 여론과 진실은 앤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 모두 앤을 비난하지만 앤은 끝까지 부인하며 긴 감옥행을 선택한다.
소설은 지난했던 미국 사회의 격동기를 잘 보여준다. 베트남전을 반대하는 백인 미국인들의 가족에서 실제로 파병된 미국인 가족이 없었다는 사실은 파병된 군인들이 주로 흑인이나 하류층이 주로 파병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남자 컬럼비아 대학은 통금과 방문에 관련된 규제들이 자유로움에도 여대의 통금 해제와 규제 폐지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는 남녀 차별적인 모습, 흑인의 삶을 위해 함께 하고자 하지만 백인이자 엘리트 집안인 앤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인종갈등.. 모든 것이 혼동되었던 때였고 앤의 선택은 어느 부류에도 환영받지 못했다. 쉬운 길을 택할 수 있었던 앤은 어려운 길을 걸어나갔고 불리한 순간에서도 끝내 자신이 옳다고 하는 선택하는 삶을 살아나갔다.
조지와 앤, 그리고 또 한 명의 여인 솔랜지 ,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였던 그들. 시대는 이들이 마지막 존재로 남길 바랬다. 특히 앤에게 있어서 더욱 가혹했다. 그럼에도 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가 될지라도 자신의 신념으로 살기 어려웠던 여성이었다. 시대가 받아들여지지 않을지라도 마지막까지 자신으로 살고자 했던 그들의 추억. 불꽃같았던 이들의 모습을 통해 격동기를 살아낸 여성들의 삶에 애도를 표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