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걷는 법에 대하여
변상욱 지음 / 멀리깊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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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시절, 정권을 향해 강한 비판을 하던 전 CBS 변상욱 대기자를 기억한다. 언론의 자유가 탄압 받던 시절, 친정부적인 언론만이 설치던 그 때, 정권 비판은 언론인의 생명을 내 건 큰 모험이었다. 언론인의 역할에 대해 끝까지 고민하던 그의 고뇌가 이해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변상욱 앵커의 신작 『두 사람이 걷는 법에 대하여』에서는 좌우로 나뉘어진 사회에 대한 깊은 고민이 돋보인다. 촛불정국 이후 양쪽 진영에서 우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풀어놓는다.

당신도 그저 길을 지나가는 한 명의 행인이 아니다.

당신에게 당신은 분명 기적이다. 당신만이 당신일 수 있다.


이 책은 저자의 특기인 사회 비판이라기보다 저자가 읽은 책, 또는 주변을 돌아보며 느낀 소회와 우리가 나아가야 할 고민을 풀어놓은 책이다. 책 초반은 주로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사랑해줄 것을 저자는 이야기한다.

왜 저자는 자기 자신을 사랑할 것을 초반에 풀어놓았을까. 물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왜 저자는 독자들에게 바로 '나'를 사랑하길 당부하는 내용을 초반에 강조했을까.

나는 그 이유를 양 진영으로 갈라진 이 시대에 우리가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사랑할 때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두 사람이 걷는 법에 대하여>에서 걷는 취향이 다른 저자와 아내 이야기를 한다. 서로 취향이 다르다고 함께 갈 수 없을까? 그럴 수는 없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받아들여야 하며 절충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인정은 먼저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나를 받아들이지 않고 남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먼저 진정한 자기 존중이 필요하다.


No gain, No pain.

No pain, No gain.

두 개의 서로 다른 격언이 있다. 어느 것이 옳을까?

혹은 맞을까?

내게 답을 내놓으라 한다면

내 답은 "둘 모두 맞고 둘 모두 틀리다." 이다.


어렸을 때는 고생은 사서 젊어서 한다고 했다. 어른들은 젊은이들이 고생을 하지 않고 편하게 살려 한다고 혀를 찬다. 반면 젊은이들은 어차피 힘든 세상, 즐기며 살아야 한다며 워라벨을 꿈꾼다. 야근을 하기보다 자신의 여가를 즐기기를 선호한다. 어른들은 젊은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젊은이들은 어른 세대를 이해하지 못한다.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No pain, No gain (고생 끝에 낙이 온다)가 맞을까 아니면 No gain No pain (아무것도 얻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고통도 없을 것이다)가 맞는 것일까. 저자는 한 쪽을 선택하지 않는 방법을 취한다. 살아가는데 틀린 방법은 없다. 저자가 언급한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글에 환호하는 사람들도 옳고 "아프면 환자일 뿐이다."라고 항의하는 사람들도 옳다. 삶에서 해답은 자기 자신만이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저자는 둘 모두 맞고 둘 모두 틀릴 수 있음을 말한다. 그래야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 걸어갈 수 있다.

보수에 속한 이들이 전통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꿈을 꿔야 한다.

진보에 속한 이들이 현실성을 배우되

비전을 변질시키지 않아야 한다.


두 사람이 걷는 법에 대하여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되 인정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해하기 위해 한 발자국 나아가야 한다. 우리 시대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인 보수와 진보의 팽팽한 긴장 또한 자신이 옳다만 고수할 것이 아닌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만 한다. 그래서 저자는 보수에게 꿈을 꿀 것을, 진보에게는 현실성을 키워갈 것을 주문한다. 서로를 위한 노력을 할 때 우리는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며 왜 표제작을 『두 사람이 걷는 법에 대하여」로 정했는지 알 수 있었다. 갈라진 이 사회가 하나가 되길 바라는 저자의 염원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서로 다를지라도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마음. 내가 옳고 네가 틀리다는 사회가 아니라 나도 옳고 너도 옳다라며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꿈꾸는 어른이 이 시대에 있다는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걸어가는 것. 어쩌면 우리가 코로나보다 더 시급한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가 이 책을 읽고 진지하게 고민해보면 참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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