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행은 맑음, 때때로 흐림
마연희 지음 / 처음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저 멀리 비행기가 지나간다.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릴 것 같다.
언제쯤 다시 바쁘던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갑작스레 찾아온 코로나로 온 세계의 이동이 멈추었다. 코로나로 누군가에게는 기회였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계를 위협했다. 팬데믹이 선언되고 자가 격리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며 각 나라들이 출입을 봉쇄했다.사람들은 여행을 취소해야 하고 부랴부랴 귀국해야만 했다. 여행상품 문의로 종일 울려대던 여행사 전화도 언제 울렸냐는 듯 뚝 멈췄다. 기약 없는 기다림.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잠시 멈춤이었지만 여행사와 항공사에서는 삶이 멈추며 하루 하루가 피마르는 날들이었다. <휴트래블 앤 컨설팅> 대표이자 『여행은 맑음 때때로 흐림』의 저자인 마연희씨 또한 결코 쉽지 않은 날들이었다.
『여행은 맑음 때때로 흐림』에서는 저자의 여행사를 이용하는 여러 고객들 사이에서 있었던 여러 에피소드들이 소개된다. 유모차를 잃어버려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저자의 주머니에서 유모차 비용을 부담했었던 에피소드도 있고 신혼여행 중 부부싸움으로 따로 돌아가겠다며 티켓팅을 요구하는 고객을 달래주며 화해를 시키기 위해 몰래 케이크와 와인을 주문하는 저자의 재기 넘치는 서비스도 있다. 짧은 며칠만의 여행이지만 삶의 모습이 다른 만큼 여행의 모습도 제각각인 걸 알 수 있다.
소개 된 에피소드들 중, 여행 전 날, 아이가 여권에 낙서를 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긴급여권발급제도를 알아 보는 이야기가 있다. 이 에피소드를 읽으며 나는 3,4년 전 대만 출장을 이틀 앞두고 여권을 분실 해 긴급여권발급 했던 경험이 떠올라서 웃음이 났다. 나같이 잃어버리는 경우만 생각했는데 아이가 여권에 낙서해서 발급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니 삶은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비장애인에게는 여행이 손쉬운 결정인 반면 보행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는 여행 문턱을 넘기란 쉽지 않다. 굳이 수고하면서까지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시중 여행사들, 여행의 즐거움을 누릴 권리마저 박탈당하는 장애인들. 저자의 여행사에 찾아 온 장애인 부부에 관한 이야기는 그동안 그들의 불편함을 전혀 몰랐다는 데 미안함을 느끼게 한다.
저자는 이 장애인 부부를 위해 가이드를 수배하고 장애인 객실을 알아본다. 타 상품이라면 벌써 끝냈을 일이지만 그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기 위해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었고 저자의 노력 덕에 고객은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쉽지 않다. 저자 또한 너무 마음을 쓴 나머지 이후 감기 몸살로 힘들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저자의 경험을 읽으며 이 과정이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함께 여행을 누릴 수 있다. 단지 의지의 차이일 뿐이다.
코로나라는 먹구름을 저자 또한 피해갈 수 없었다. 적금을 해약하고 혼자만 사무실에 덩그러니 남아 울리지 않는 전화기를 바라본다. 저자가 올린 영상이 매개가 되어 텔레비젼 뉴스에 인터뷰했다는 사실 또한 이 글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저자 뿐만 아니라 여행이 주요 수입원인 태국에서 함께 일하던 파트너가 여행객이 뚝 끊겨 일을 그만두고 밥벌이로 다른 일을 한다는 사실 또한 마음을 아프게 했다.
코로나 3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저자가 기약없는 상황에서도 이 작고 소중한 여행사를 지켜갈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그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절실히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랑의 대상이 어려움에 처해있다고 버리지 않는다. 부모가 자식을 놓지 않듯이 말이다. 저자에겐 여행 또한 사랑이었다. 아직도 설레고 좋은데 어떻게 버릴 수가 있겠는가. 비록 여행사를 경영하며 여러 고생담도 있지만 좋아하는 마음이 더 크기에 힘든 여정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좋아하는 마음이 끝까지 이길 수 있도록 저자가 끝까지 버티고 다시 사무실 문을 활짝 열며 고객들을 맞아들일 날이 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아직도 여행을 좋아해서 다행이다.
아직도 두근두근 설레여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