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흑역사 - 왜 금융은 우리의 경제와 삶을 망치는 악당이 되었나
니컬러스 섁슨 지음, 김진원 옮김 / 부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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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부문이 확장하여 합당한 규모에서 벗어나

유용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면,

이 금융 부문을 지탱하는 국가에 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부의 흑역사』의 저자 니컬러스 섁슨은 머리말에서부터 금융을 공격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부연구위원이자 조세 및 역외금융 전문가이자 조세 회피와 금융 문제의 세계적인 전문가인 니컬러스 섁슨은 어떻게 금융이 세력을 키웠고 난공불락이 되었는지 철저하게 파헤친다.

우리는 책 제목 『부의 흑역사』에서 짐작할 수 있다. 금융이 커 가게 된 배경 뒤에 어떤 그림자 세력이 있는지. 이 금융이 커가기까지 결코 정도의 길을 걷지 않았을 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에 제 1의 책임이 있는 은행은 어려울 때마다 정부에 손을 벌리고 호황일 때는 서민에게 주머니를 닫아버리는 금융의 형태. 어쩌다 우리는 이 상황에까지 내몰리게 되었을까.

니컬러스 섁슨은 석유왕 록펠러보다 금융왕 J.P. 모건의 이야기에서 본격적인 서막을 올린다. 여러 경쟁 회사를 잠식하고 독점으로 부를 거머쥔 록펠러. 하지만 그 록펠러의 악덕 행위보다 그 독점 행위를 주무르는 세력, 투자은행등이 자리잡고 있음을 고발한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금융이 아니다.

규모가 '너무 큰' 금융이며 권력이 '너무 강한' 금융이며

민주주의로 검증받지 않은 '빗나간' 금융이다.


한때 금융이 올바른 본연의 역할만을 했을 때가 있었다. 1944년 7월 44개국 대표들이 만나 고정환율제를 도입하며 은행의 투기를 강하게 규제했던 그 시기에는 본연의 역할만 하면 되었다. 기업은 좋은 제품을 만들면 되었고 은행 또한 '고리대금업자'노릇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공공 서비스가 발달하고 경제 불평등이 낮았던 그 때를 저자는 '자본주의 황금시대'라고 일컫는다.

『부의 흑역사』의 저자가 영국인이고 금융의 중심지 또한 영국이다 보니 저자는 영국을 자세하게 파헤친다.

미국에 의해 경제 패권을 빼앗긴 영국이 규제가 심한 브레턴우즈 체제에서 어떻게 역외금융을 만들며 제2의 도약을 꿈꾸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겉으로는 정의를 부르짓지만 역외금융과 조세도피처 행위를 알면서도 눈감아주는 시작부터 본격적인 신자유주의 이론에 힘입어 본색을 드러낸 금융의 민낯이 되기까지 자세한 역사가 소개된다.

우리가 잘 아는 마가렛 대처, 신자유주의의 대표 정치인인 토니 블레어 전 수상 등 영국 정치계가 신자유주의를 껴안으며 일어나게 된 변화, 거세지는 민영화와 독점의 물결 등 이루어지는지는 소름이 돋을 만하다.

특히 저자는 서점계를 잠식하고 최대 유기농 식품업체 홀푸드까지 인수하여 온 미국을 놀라게 한 아마존의 독점 등을 강하게 비난하며 당장 가격의 인상이 없으면 괜찮다는 논리가 독점에 대한 무감각을 줄 수 있다는 강한 경고를 날린다. 또한 그들이 독점하면 오히려 구조 조정이 일어나며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경제난 도미노 현상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모든 나라에서 벌어지는 이 시합에서 문제는

거대 기업이 밥그릇에서 더 커다란 몫을 떼어가는 현실이 아니다.

실은 밥그릇이 점점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작은 수입업체에서 일을 하는 나는 일년에 한 두번씩 거래처의 인수 합병 소식을 듣는다.

주로 아마존과 같은 대형 기업이나 금융업계에서의 인수 합병이다. 이 소식에 항상 함께 실리는 글이 있다. 인수회사가 합병하는 회사의 직원들을 고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는 동료들은 없었다. '주도 기업'의 합병으로 나의 회사는 거래처를 잃었고 점점 규모가 작아져간다. 인수합병 후 가격은 대폭 인상되고 고객은 선택의 폭이 좁아져간다. 이 되풀이되는 먹이 사슬이 어떻게 우리를 조이는지 알기에 저자의 '독식'에 대한 경고가 가장 공감이 되었다.

이 책을 읽노라면 아무리 경제학을 모른다 하더라도 우리가 그동안 들어왔던 여러 논리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가령 정치인이 자주 말하는 '국가 경제력'이 기업을 국가의 대표로 만들고 치켜 세워주기 위한 전략임을 폭로하고 지역에서 자랑하는 '기업 유치' '일자리 유치'뒤에 기업을 위한 세금 감면과 융자금 제공 뒤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의 혈세와 노동이 희생되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금융이 은행의 역할이라기보다 돈을 착취하며 배불리게 하는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어려울 때마다 정부에 손벌리는 무능력함과 경제라는 이유만으로 눈감아주는 정치계의 이중박자가 어떻게 경제를 망치는 악당이 되었는지 저자는 모든 걸 이야기해준다.

이제 각 정당에서 대선 경선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요즘, 나는 대통령 후보에게 한 권의 책을 추천한다면 『부의 흑역사』를 강력 추천하고 싶다. 이제껏 경제 발전이라고 속여왔던 금융의 민낯과 신자유주의의 실체를 폭로하며 진정 이 경제를 좀먹는 세력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부의 흑역사』는 이제껏 흐리게만 보였던 금융의 민낯을 제대로 보여주는 작가의 걸작이다. 알아야 우리는 속지 않을 수 있다. 그 첫 단추로 이 책을 모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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