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학 인사이트 - 문화 콘텐츠의 보고
박종성 지음 / 렛츠북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영문학 인사이트』는 충남대 영문과 박종성 교수가 런던을 여행하며 들려주는 영문학 이야기다.

영국, 아일랜드 등을 여행하며 고전 문학의 주요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 문학의 의미와 현재를 되돌아보게 해 준다.



영국을 여행하는 여정이므로 책 앞 표지에는 영국 지도가 수록되어 있다. 저자의 여정에 따라 도시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이 지도와 함께 따라가며 여행할 수 있다.

『영문학 인사이트』에는 전문인의 여행이다 보니 폭넓은 고전문학의 전문적인 소개글이 두드려진다.

또한 저자가 런던대 석,박사 출신이다보니 영국 문화에 대해 설명해 주고자 하는 부분이 돋보인다. 가령 우리가 굴이라고 알려져 있는 (oyster) 라는 단어가 셰익스피어의 희극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에서 "The World is your oster" (세상이 다 내 것이다)라는 문장에서 유래하여 선불 교통카드 오이스터 카드로 불리게 되었음은 영문학 전공자이기에 가능한 문화이다.

책 속에 수록된 영문학의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여 그들을 소개하기란 쉽지 않다. 읽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모르는 사람은 없는 조지 오웰, 아동문학 3인방인 J.R.R. 톨킨 <나니아 연대기>로 유명한 C.S. 루이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루이스 캐럴 등 친근한 사람도 있고 <체실 비치에서>로 유명한 작가 이언 매큐언이 그의 소설 <바퀴벌레>에서 현 영국 수상인 보리스 존슨을 '바퀴벌레 수상'으로 희화화한 에피소드 등 다채로운 이야기거리가 풍부하다.

그 중 여성 페미니즘의 선두주자로 할 수 있는 버지니아 울프와 그와는 다르지만 여성 문학으로 우뚝 선 제인 오스틴의 생애와 작품 그리고 그 당시 여성으로서의 한계를 명확히 지적해 준점이 인상깊다.

우리가 익히 알듯이 <자기만의 방>에서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이 글을 쓰고 나눌 수 있는 개인적인 공간이 없어 "여성들은 아테네 노예의 아들들보다도 지적인 자유가 더 없었던 것입니다."라고 분노하며 글쓰기로 여성차별을 이야기한 반면 제인 오스틴은 작품 속의 여성들이 시대에 비해 진보적이었음에도 계급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는 점등을 잘 설명해준다.

책 속에서 소개된 많은 작품 중 꼭 읽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노동자 소설이라고 평하는 월터 그린우드의 <실직 중의 연애>이다. 노동계급의 가난과 실직의 문제를 잘 표현해냈다고 하는데 저자가 소개한 몇 문구만 보아도 어떤 작품인지를 쉽게 짐작케 한다.

그는 연줄을 동원할 수도 없다. 오늘 밤 급료가 없다. 내일 계획도 없다.

그는 미래가 없는 3백만 명 집단의 익명 단위에 불과했다.

-월터 그린우드, [실직 중의 연애> (1933) 팽귄판, 255

1933년에 쓰여진 글임에도 2021년 시대와 달라진 게 없다는 건 참 안타깝다.

저자는 많은 영문학도들이 영어를 활용해 하나의 로고를 만들어내는 문구를 이야기하며 이 영문학을 이용해 다른 분야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음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인문학 계열이 사장되고 있는 이 시대 기술이 아닌 문학분야일지라도 다른 분야와 협업하여 나아갈 수 있는 콘텐츠가 많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저자의 안타까움이 아니였을까 생각한다.

아쉬운 게 있다면 저자가 런던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고 말 한 <워터스톤스> 서점에 대한 사진이 없다는 점이다. 책을 좋아하는 일인으로서 저자가 극찬하는 워터스톤스와 런던의 대표적인 독립 서점인 '돈트 북스 (Daunt Books)' 등 사진이 있었다면 더욱 흥미로웠을 텐데 매우 아쉽다.

지금은 코로나로 여행이 드물지만 언젠가 영국을 간다면 이 책을 꼭 가지고 가고 싶다. 그리고 영어문학을 읽기 전 또는 읽은 후 저자의 글과 비교하는 재미도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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