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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과 함께 춤을 - 아프다고 삶이 끝나는 건 아니니까
다리아 외 지음, 조한진희(반다) 엮음, 다른몸들 기획 / 푸른숲 / 2021년 8월
평점 :
거북목, 굽은 어깨, 유연성 제로. 나는 몸 치료를 위해 정형외과에서 일주일에 두,세 번씩 도수치료를 받았다.
한 번에 10만원의 치료비가 나가는 이 도수치료를 병원에서는 10회 단위로 한 번에 100만원을 받아 차감하곤 했다. 실비가 아니었다면 전혀 엄두도 내지 못할 금액이었다. 하지만 비싼 금액에 비해 도수치료는 받기만 하면 그 뿐, 실생활에서는 여전히 통증으로 힘들었다.
아무리 실손으로 받는다고 해도 치료비는 여전히 부담이었다. 그래서 나는 시중의 마사지샵을 가서 마사지를 받기 시작했다. 비록 의학적이지는 않지만 병원에 비해 경제적인 부담은 도수치료비보다 훨씬 덜했다.
도수 치료와 마사지를 받으면서 나는 공통으로 느끼는 점이 있었다. 바로 내 몸에 대한 부끄러움과 수치심이었다.
물리치료사와 마사지사분들은 딱딱한 내 몸을 만지면서 이구동성으로 똑같은 말을 내내 되풀이했다.
"뭐 했길래 이렇게 딱딱해요."
"아.. 너무 힘들다. 압이 안 들어가."
"심하다 심해."
내 돈을 주고 서비스를 받는 것이건만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내 몸이 한없이 부끄러웠고 창피했다.
심지어는 내 몸을 미워하는 걸 넘어 저주하기까지했다.
서문이 길었다. 《질병과 함께 춤을》은 장애 또는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네 명의 여성들과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의 저자이자 활동가인 조한진희님이 자신의 질병의 서사를 써내려간 글이다.
책 속의 저자들은 다양한 질병을 가지고 있다. 난소낭종, 식도염,치질 등이 있는 다리아씨, '척수성근위축증'으로 장애가 있는 모르씨, 조현병으로 정신 장애가 있는 박목우씨, 류머티즘 환자 이헤정씨 등 각자의 질병의 서사가 그려진다.
먼저 우리 사회를 바라보자. 난소낭종이 있는 다리아씨의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의 집에는 온갖 건강식품이 풍성하다. 건강하지 못해 자식들에게 부담될까봐 친정어머니는 엄청난 양의 건강식품을 챙기고 시어머니는 각종 즙을 챙겨드신다. 건강하지 못하면 가족에게 민폐가 될까봐 전전긍긍한다.
이 모습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텔레비젼에는 건강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건강한 사람을 찬양한다. 그리고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사람의 식습관, 또는 생활방식을 비판하며 정죄하곤 한다. 아프면 자기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말하고 이제까지 뭘 했냐고 지탄받는 사회. 아픈 환자에게 치료를 위해 빨리 운동하라고 다그치고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나무라는 사회. 이게 과연 정상인걸까?
질병에 대해 사회적 맥락 없이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한다. 왜 그 질병이 다가와야 했는지 이해하려하지 않는다.
나 역시 거북목과 굽은 어깨로 인해 한숨을 쉬는 분들의 소리를 들으며 나는 내 몸을 다른 누군가에게 보이기가 한없이 부끄러웠다. 스트레칭 많이 하라는 둥, 자주 와서 마사지를 받으라는 둥 말하곤 하지만 내가 왜 이렇게 힘들고 스트레스에 노출되는지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류머티즘이 있는 이혜정씨의 경우는 질병이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는 질병의 특성으로 인해 타인의 의심을 받아야 했다.
"아픈 거 맞아?"
그 때마다 의심의 눈초리를 받으며 상사에게 자신의 몸 상태를 보고하며 업무의 양을 논의해야 했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의 건강이 일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몸상태를 숨기거나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직장에 복귀해야 했다. 노동을 자신의 건강에 맞추는 게 아닌 자신의 건강을 노동에 맞게 끼워넣어야 했다. 우리의 권리는 기꺼이 양보해왔다. 아픈 몸은 철저히 배척되는 사회로 인해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포기해왔다.
'건강한 몸'으로 회귀할 것을 강요하는 대신,
일하는 사람이 자기 몸의 상태와 변화를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고
그것이 반영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애써야 한다.
몸 상태에 걸맞은 노동을 할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아픈 몸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회.
아픈 몸을 숨겨야 하는 사회. 아픈 사람들은 자신의 질병을 숨겨야 하거나 건강한 사람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병풍 역할을 해야 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아픈 이들이 없는 것처럼 보이거나 아픈 이들은 스스로의 몸을 부끄러워해야 했다.
나 역시 내 몸을 증오했다. 내 몸을 보며 한숨 쉬며 잔소리를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왜 몸이 이 지경인가 하고 나를 저주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말하기로 했다.
"그래도 나는 너를 사랑해."
"그래도 나는 너를 포기하지 않을게."
나 자신의 몸을 포옹한다. 아픈 내 몸을 나무라지 않는다. 내 몸을 사랑한다.
그리고 다른 아픈 이들의 아픔의 서사를 힘껏 들어주련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