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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딸들, 여성 혐오의 역사 -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편견
잭 홀런드 지음, 김하늘 옮김 / ㅁ(미음) / 2021년 7월
평점 :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여자가 첫 손님이면 재수가 없다."
"여자가 기가 세다."
모두 여성을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발언들이다.
택시에 여자가 첫 손님이면 재수 없다면서 승차를 거부하는 택시 기사도 있었고 여자가 똑똑하면 망조라며 못마땅해했다. 지금에서야 그런 기세가 눌렀다고 하지만 아직도 이런 여성 혐오 말들을 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 여성을 비하했을까. 언제부터 여성을 남성보다 못한 존재로 여겼을까. 그 근원은 어디일까?
『판도라의 딸들, 여성 혐오의 역사』는 여성 혐오의 역사를 추적해 올라간다.
여성 혐오는 만연해 있고
끈질기며 유해하고 변화무쌍하다.
『판도라의 딸들, 여성 혐오의 역사』의 저자 잭 홀런드는 남자이다. 그는 이 작업을 딸과 함께 작업하며 집필해 왔다.
다가온다. 이제까지 주류세력인 남성들이 비주류였던 여성을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그리스 로마 신화부터 현재까지 여성 혐오의 역사를 심층적으로 연구한 작품이다.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판도라의 상자'는 여성들을 비판하는 데 가장 잘 쓰이는 신화이다.
저자 잭 홀런드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부터 여성 혐오의 역사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분석한다. 가령 제우스가 다른 여성을 강간하여 태어난 신화는 제우스의 여성 혐오를 정당화해주는 구실이 된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부터 남성이 여성을 함부로 대하도록 읽혀졌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심지어 아테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여성의 배움을 억제하라고 강요했다.
"여성이 이성을 발달시키지 못하게 하라.
그건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를 강조하는 기독교 신앙에서는 과연 여성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까.
슬프게도 우리는 하와의 존재부터 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어진 존재라는 사실을 배운다. 뱀의 꾀임에 넘어가 이 세상에 죄악이 들어오게 한 존재. 그 죄로 임신과 출산이라는 형벌을 받게 되었다고 비난한다. 또한 믿음을 위해 여성의 화장을 거부하고 남편이 죽으면 그 친인척에게 결혼시키는 법률 등 성경의 말씀이 여성들을 혐오하는 수단으로 종종 이용되었음을 저자는 파헤친다.
그리스와 로마의 여성 혐오자들은 도덕적인 결함을 지적하며 끊임없이 여성을 질책했다.
그런데 여성 혐오의 역사에 신의 반감이라는 새롭고 강력한 요소가 추가되었다.
이 밖에도 저자는 문학 작품에서 나타나는 여성 혐오의 역사를 소개한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서정시와 여성 혐오를 분출하는 시가 동시에 나타나며 설전을 벌인다. 여성의 의견은 없이 화장을 반대함 여성의 자립을 막고자 한다. 우리가 잘 아는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이에 대해 모호한 결론을 내리고 계몽시대의 사상가이자 소설가인 루소는 여성이 '복종해야 하는 성'이라는 믿음을 정당화했다. 시대에서는 계몽을 외치었을지언정 여성을 대하는 태도와 생각은 전혀 발전이 없었다.
저자 잭 홀런드의 말처럼 여성 혐오의 역사는 끈질기게 변화하며 괴롭혀왔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변화하며 이 사회에 만연해 왔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여성 혐오란 우리의 생각보다 매우 오래되었으며 한순간에 마술처럼 사라질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대로 포기해야 할까? 그리스 시대부터 지금까지 계속된 여성 혐오를 우리는 자포자기해야 할까? 절대 그럴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 책 말미에 수록된 <여자를 위해 대신 생각해 줄 필요는 없다>의 저자인 이라영 사회학 연구자의 특별 서평을 꼭 읽어야만 한다.
지금도 여성 혐오의 역사는 변화무쌍하게 쓰이는 중이다.
그러나 혐오의 역사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는 저항의 역사도 있다.
무력하고 수동적인 피해자로 살지 않았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그 저항의 역사가 축적되어 오늘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