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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 조지 오웰 서문 2편 수록 ㅣ 에디터스 컬렉션 11
조지 오웰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7월
평점 :

문학에 문외한이 사람이더라도 조지 오웰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의 대표작 <1984>는 전체주의 국가 시스템에서 한 개인이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준 소설이었다. 『동물농장』은 <1984> 못지않게 전체주의 시스템을 고발한 또 하나의 고전문학이다. 우화를 통해 전체주의 시스템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소설 『1984』가 새로운 에디션으로 출간되었다.
오로지 전체주의적인 방법으로만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는 주장이 널리 퍼져 있다.
민주주의를 사랑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민주주의의 적을 쳐부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면 독자적인 생각을 모두 파괴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주장은 소련의 숙청을 정당화하는 데에도 이용되었다.
『동물농장』는 <표현의 자유>를 주장한 조지 오웰의 서문과 우크라이나어판 서문이 먼저 게재된다.
소련의 전체주의 시스템을 비판하기 꺼려하던 영국 사회에 대한 비판과 직접적으로 비판이 힘들다면 동물들을 통해 전체주의를 고발하기 위해 집필한 계기를 소개한다. 이 서문으로 우리는 『동물농장』이 어떤 배경하에 쓰여지게 되었는지 알 수 있으며 책 속에서 조지 오웰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 있다.
『동물농장』은 본래 존스 씨가 주인인 <매너 농장>이다. 존스 씨가 잠자리에 든 이후 농장의 동물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수퇘지인 메이저 영감이 모든 동물들을 소집했기 떄문이다. 동물들만이 모인 곳, 그 곳에서 메이저 영감은 동물을 착취하는 인간의 악행을 고발한다. 주인 존스 씨에게 순종했던 동물들은 이 일을 계기로 수퇘지 스노볼과 나폴레옹을 중심으로 "동물존중주의"라는 이념 아래 존스씨를 몰아내고 혁명을 완수한다.
<매너 농장>이 <동물농장>으로 바뀌고 모든 동물들이 동무로 간주하고 그들의 조직을 위한 계명을 만들어 하나씩 자신만의 공동체를 만들어간다.

처음에는 혁명을 완수하고 평화롭게 지내는 것 같았지만 나폴레옹이 스노볼을 몰아내고 독재자로 군림하면서 동물농장에는 급격한 변화가 시작된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동물농장』에서 함께 만들어낸 일곱 계명이 나폴레옹 돼지가 독재를 펼치면서 변모해가는 과정이다.
독재자의 정권이 강해질수록 함께 세운 계명이 변형되어간다. 독재자의 입맛에 맞추며 새로운 단어가 삽입되거나 제거된다. 변형되어 가는 계명에 강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던 동물들마저 독재자의 행태에 혼란을 겪게 되며 차츰 전체주의 시스템에 몰락해간다. 그리고 이제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며 동물농장은 전체주의 국가로 군림하게 된다.
『동물농장』을 읽노라면 그의 대표작인 <1984>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빅 브라더의 체제하에 결국 세뇌되어 버린 윈스턴 스미스의 모습은 『동물농장』에서 나폴레옹의 독재 논리에 세뇌되어 가는 동물들의 모습과 겹쳐진다.
나폴레옹의 독재 정권하에서 동물들은 여러 태도를 보인다. 아무런 이의 없이 순종하는 동물이 있는가 하면 이의를 제기하는 동물도 있다. 또한 맹목적으로 충성하며 더 일찍 일어나며 열심히 일만 하는 복서도 있다. 특히 가장 열심히 일한 동물 복서의 결말이 가장 최악에 이르렀다는 점은 조지 오웰이 결국 강하게 비판하고 싶었던 동물이 맹목적인 충성을 보인 복서를 스탈린에 대한 비판이 없는 영국 지성인을 빗대어 비판했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
서로를 동지로 부르며 함께 살기 위해 일으킨 혁명은 결국 독재자와 세뇌되어 가는 동물들에 의해 전체주의로 변모해가며 평등의 원리마저 변질되어 버린 동물농장. 만약 그 안에 끝까지 싸우는 동물들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많은 동물들이 나폴레옹을 수호하는 개들에게 겁을 먹기보다 함께 저항했다면 개들은 결코 위협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저항과 비판 없는 시스템은 전체주의로 변질되기에 가장 최상의 조건이라는 걸 조지 오웰은 동물들을 통해 보여준다.
조지 오웰의 소설을 접해보지 못했다면 이 『동물농장』을 강력하게 권한다.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는 조지 오웰의 소설의 입문으로 그를 잘 이해할 수 있다. 이 소설과 함께 <1984>를 읽는다면 전체주의에 대한 조지 오웰의 통찰력 있는 그의 시각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