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못한 단 하나의 오프닝 - 방송가의 불공정과 비정함에 대하여
이은혜 지음 / 꿈꾸는인생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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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서강대교가 무너졌으면 좋겠다>라는 에세이가 있다. 전직 방송작가인 저자가 방송국에 근무 당시 뉴스 주제를 찾는 스트레스가 심해 버스 창밖을 보며 "서강대교가 무너졌으면 좋겠다"고 푸념했던 저자의 웃픈 이야기였다. 밥먹듯이 하는 밤샘,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고용불안정,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는 박봉.. 많은 방송작가들의 공통된 애환이었다. 가장 화려한 곳에서 가장 힘들게 일하는 방송가의 사람들. 가장 화려한 곳이기에 그들의 노고는 더욱 가려지기 쉬웠다.

『쓰지 못한 단 하나의 오프닝』 또한 전직 방송 작가인 이은혜 작가가 방송가의 불공정과 비정함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글이다. 30세의 나이에 쓰는 직업을 위해 '라디오 작가'로 전직했지만 쓰는 일과는 달리 온갖 잡일을 하면서도 모든 불공정에 노출되었어야만 하는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놓는다.

우리에게 작가는 쓰는 사람이다. 작가라 하면 글 많이 쓰는 사람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방송작가는 다르다. 섭외하고 봉투에 풀 붙이며 무급으로 생활문화정보 코너 리포터가 되어야한다. 그야말로 '올라운드 플레이어'이다. 글을 쓰는 시간보다 방송이 되기 위한 온갖 잡일을 다 해야 하는 직업이 바로 방송작가이다. 누구보다 피터지게 일하지만 저자가 받은 월급은 '1,250,000원' 사회 초년생 평균 월급보다 훨씬 낮은 금액이다.

책에는 방송작가를 포함하여 열악한 환경에 학대당하고 있는 방송 인력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나간다.

PD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인력이 비정규직 계약직으로 위험에 노출되고 법으로 정해진 최저 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작가들의 현실. 계약직이기에 당장 자리를 빼앗길 수 있는 불안. 모두 방송계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 감당해야만 하는 무게였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건 예전에는 권력에 복종했지만 지금은 이러한 불합리에 대항하여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 사람들이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 변화에는 인기 있는 드라마 조연출 '이한별 PD'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다. TV조선의 세트장 추락 사고가 있었고 동료들의 복지를 위해 싸우다 안타깝게 해직되고 그 억울함에 끝내 세상을 떠난 이재학 PD와 같은 안타까운 일들이 있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지 않고 '절을 바꿔보기로'결심하고 힘든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었다.

가장 화려한 곳이지만 가장 비참한 곳. 변화는 매우 서서히 일어나고 있지만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고 진행중이다.

『쓰지 못한 단 하나의 오프닝』은 저자는 비록 방송계를 떠나왔지만 아직까지 자리에 남아 싸워 나가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책이다. 그리고 독자들에게도 힘이 되어 줄 것을 요청하는 책이기도 하다.

사회의 돋보기가 되어야 할 방송국에서 올바른 근로관계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이 노사관계를 올바르게 취재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져본다. 공정한 취재는 공정한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글을 읽으며 이 방송계에서 공정이 자리잡힐 때 올바른 보도가 시작될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아직도 힘들게 싸우는 사람들이 있어 조금이나마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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