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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난 뒤 맑음 상.하 + 다이어리 세트 - 전2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7월
평점 :

이츠카짱이랑 여행을 떠납니다.
가출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전화도 하고 편지도 쓸게요.
여행이 끝나면 돌아올 거예요.
러브 Love 레이나.
십대 자녀들이 말 없이 여행을 떠났다. 그들에게는 여행이지만 부모에게는 가출이다. 총기 사고와 범죄가 잦은 미국여행이라니 부모의 걱정은 더욱 깊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열 네살 소녀 레이나와 사촌 언니 이츠카짱에게는 오랫동안 계획되어 왔던 여행이다. 두 십 대 소녀의 집 떠난 뒤 여행을 그린 소설, 에쿠니 가오리의 『집 떠난 뒤 맑음 』 이 <상><하> 시리즈 이야기다.
소설은 두 축으로 그려진다. 레이나와 이츠카짱의 미국 여행 이야기가 중심 축이라면 레이나의 부모님 우루우와 리오나 부부와 이츠카짱의 부모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십대 소녀들이 여행을 계속할수록 부모 특히 레이나의 부모님의 심경 변화 또한 의미심장하게 그려진다.
부모님 몰래 떠나는 여행이니만큼 계획에 철저해야 한다. 더구나 여긴 미국이 아닌가. 이츠카와 레이나는 만약의 일을 대비하여 규칙을 정한다. 여행 시작 전 둘의 규칙은 이 소설이 끝날 때까지 이들을 지켜주는 버팀목이 된다.

두 소녀의 여행은 보스톤을 가고 포틀랜드를 지나가며 내슈빌에서 아르바이트도 하며 그들만의 여행을 계속한다. 히치하이킹도 하며 새로운 친구들의 도움도 받으며 그들은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간다. 부모가 신용카드를 정지시켜 물질적인 지원이 없자 동생 레이나를 위해 나이를 속여 아르바이트를 한다. 레이나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친구들을 사귀며 타지 생활의 외로움을 이겨나간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궁금증이 있었다. 작가는 일본인인데 왜 이 두소녀의 여행지를 미국으로 했을까?
미국 뉴욕에 살고 있는 레이나와 유학생이자 영어에 서투른 사촌언니 이츠카로 설정했을까?
궁금증은 소설을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새로운 사람들에게 개방적이고 경계 없는 미국이야말로 이 두 소녀가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무궁무진하다는 걸. 나이를 속이고 아르바이트를 해도 걸릴 위험이 적고 나이를 떠나 누구와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언어가 영어이다. 그래서 레이나와 이츠카는 미국이 위험한 장소이기도 하지만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모험의 장이기도 하다.
두 소녀의 여행도 재미있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부모의 심경 또한 주목할 만 하다.
자녀 걱정에 치중되어 만사가 불행한 레이나의 아버지 우루우와 걱정에서 응원으로 바뀌어가는 엄마 리오나의 변화는 부부안에 내재되어 있는 갈등이 이 사건을 계기로 조금씩 드러나오게 된다. 그 드러나는 과정이 매우 속도감있게 그려지지는 않지만 두 소녀의 여행과 함께 서서히 진행되어간다.
항상 『집 떠난 뒤 맑음』일 수는 없다. 때론 자위하는 히치하이킹을 만날 수도 있고 당장 돈이 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 의지하는 둘이 있고 그들을 돕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들의 여행은 『집 떠난 뒤 맑음』으로 기억될 것이다. 여행을 하는 내내 날씨와 그 날의 일을 기록하는 레이나의 모습 속에 아마 레이나는 이 여행을 『집 떠난 뒤 맑음』으로 기억할 것이다.
그들의 여행을 보면서 호주 워킹홀리데이로 떠났던 때가 새록새록 떠올랐다. 물론 나의 여행은 20대였지만 많은 사건의 연속이었던 그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내 여행의 말미에 현지인 지인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제 너는 예전의 네가 아니야. 넌 이 여행을 해냈고 다른 사람이 되었어."
나 또한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레이나와 이츠카에게 이 말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
"너희들은 이제 예전의 너희가 아니야. 너희는 여행을 멋지게 해냈고 한층 성장했어. 그러니 꼭 기억해. 너희는 멋진 사람이란 걸."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