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기 위해 쓴다 - 분노는 유쾌하게 글은 치밀하게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바라 에런라이크의 글은 자본주의 사회와 아메리칸드림으로 포장되어 왔던 현실의 속살을 폭로한 글로 유명하다. 부지런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드림을 철저히 부순 <노동의 배신>, 긍정적인 사고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허상을 심어 준 <긍정의 배신>, 중산층의 몰락을 말한 <희망의 배신>등을 출간했다. 직접 경험하고 체험한 일을 기반으로 글을 써 온 그녀의 글은 현실에 분노하며 출간 때마다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해 왔다.

《지지 않기 위해 쓴다》는 작가가 어떻게 현실에 대한 이해력과 그에 바탕해 치밀한 글을 쓸 수 있었는지 알 수 있게 해 주는 바바라 에런라이크의 칼럼을 모은 글이다. 작가의 체험담으로 시작된 <노동의 배신>부터 시작하여 미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비리와 부조리에 대한 분노, 이를 미국 사회에 알리기 위한 작가의 날카로운 필력이 엿보이는 책이다.

물리학의 명제와 마찬가지로

빈곤도 시작할 때의 환경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가난한 사람들만 가진 비밀스러운 경제학적 지혜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난하기 때문에 물어야 할 비용들이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었다.


작가는 <노동의 배신>을 쓰기 위해 먼저 하류층의 삶을 이해해야 했다. 책상에서 글자로 이해하는 삶이 아닌 식당 웨이트리스 , 호텔 객실 청소부 , 요양원 보조원으로 근무했다.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본주의의 허상, 게으른 사람이 가난하다는 거짓된 믿음을 마주한다. 식당 웨이트리스 두 곳을 다니며 열심히 돈을 모으지만 가난하기에 더 포기해야 하는 비용도 많고 더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많은 부조리한 현실을 저자는 폭로한다. 가난한 이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이 불합리한 구조를 저자는 날카롭게 비판한다.



미국의 복지 수당의 실체는 우리가 갖고 있는 허상을 처참히 깨뜨린다. 한국에서도 복지 수당을 받기 위해 비인간적인 대우를 감내해야만 하는 부끄러운 현실이 미국에서도 일어나고 있음을 저자는 이야기한다. 예전, 서울시에서 보편적 학교 급식을 반대하고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우리의 모습을 마주하게 한다. 가난한 이들을 도와주기보다 비판하는데 급급한 사회. 도와주지 못한다면 비난하지도 말 것을 강하게 이야기하는 작가의 글은 바로 우리에게 필요한 외침이기도 하다.


한동안 미국 할리우드에서 미투 운동이 한참일 때, 사람들은 세계적인 배우 앤젤리나 졸리, 귀네스 팰트로와 같은 유명 스타들도 피해자라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세상 앞에 성희롱 피해를 고백한 그들에게 세상은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지지 않기 위해 쓴다》의 저자 바버라 애런라이크는 그들의 고백 너머 고백할 공간도 없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하류층 직종의 여성들의 실태에 더욱 주목한다.

높은 지위와 명성, 그리고 부유하기까지 한 그들은 들어줄 대중이 있지만 성희롱을 습관처럼 받으면서 말 할 수 있는 통로조차 없는 웨이트리스, 청소부 등의 노동자 계층의 여성은 알려져있지 않다. 미투 운동을 넘어 미투라고 말할 기회조차 없는 하위 계급의 여성들의 삶에 주목하고 그들을 위한 피해 창구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저자가 직접 체험하며 깨달았기에 가능한 비판이다.

《지지 않기 위해 쓴다》는 단지 기자가 책상에 앉아 쓸 수 있는 글이 아니다. '체험형 글쓰기'의 대가로 불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들의 현실을 똑같이 경험한 이만이 알 수 있는 글이다. 불합리한 구조 속에서 저자는 분노했고 독자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했다. 그 바탕 아래 <노동의 배신>, <긍정의 배신> 등 베스트셀러들이 만들어졌다.

분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며 불의와 싸운 바버라 에런라이크. 글을 읽을 때마다 사회의 아픈 부분들을 꼬집는다. 단지 아파하는 데 그치지 않도록 변화를 만들자고 독촉하는 작가의 글은 어느 작가들보다 날카롭고 설득력이 강하다. 세상에 강력한 펀치를 날리는 이 책은 우리에게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당하는 사회의 불합리를 이야기하며 변화할 수 있도록 저항할 것을 독려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