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아졌어 - 평범한 직장인에서 산 덕후가 된 등산 러버의 산행 에세이
산뉘하이Kit 지음, 이지희 옮김 / 인디고(글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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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사람은 아름답다. 사랑은 함께 하려는 그 자체만으로 감사하고 행복하다. 만약 사랑의 대상이 사물이나 어떤 물건이라면 우리는 그런 사람을 덕후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기 산과 사랑에 빠진 한 여성이 있다. 산을 찾아 다니며 산에 대한 사랑을 예찬하는 여성. 대만의 산뉘하이 이야기다. 산뉘하이는 저자의 필명으로 '산의 아이'라는 뜻이다. 누가 산 덕후 아니랄까 필명마저 산에 대한 사랑이 배어난다.

저자에게 산은 무엇일까? 무엇이 저자를 산으로 이끌었을까? 그에 대한 질문을 저자는 '어머니'로 답한다.


나는 어머니 때문에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어머니를 자주 그리워할 용기는 나지 않았지만,

한 번도 그 사랑을 멈춘 적은 없다.

어머니에게 말하고 싶다. 나는 지금 힘껏 숨을 쉬고 있다고.

힘든 일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다시는 나 자신에게 회피할 이유를 주지 않겠다고.

오늘로써 어머니를 위한 걸음은 마침표를 찍는다.

이제부터는 나를 위한 걸음을 내딛겠다.


어머니와 함께 했던 일본의 가을 산행, 어머니의 임종 이후 그리움에 산을 오르던 저자는 다짐한다.

이제는 자신을 위한 걸음을 내딛겠다고. 자신을 위한 걸음을 걷기 시작한 순간부터 저자의 사랑은 시작된다.

산행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배낭? 신발? 체력?

저자 산뉘하이는 바로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대답한다. 자기 자신을 믿지 않는 한 모든 건 불가능하다.

삶도 산행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우리의 계획이 어긋날 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나를 믿는 것이다. 저자 역시 여러 산을 다니며 외롭기도 하고 길도 잃지만 그 때마다 깨닫는다. 나 자신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길은 언제나 열린다고.

그래서 산을 오를 때마다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안다. 사랑이 소유를 의미하지 않음을.

사랑은 그 존재 자체로 행복하므로 굳이 소유하지 않는다. 그 자체로 만족하고 감사한다.

저자의 산에 대한 사랑 또한 마찬가지이다. 산과 길은 그 자체로 저자에게 하나의 여정이자 행복이다.

산이 있다는 것으로 만족하며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한다. 함께 하는 순간이 소중할 뿐이다.

산에서 하는 그 자체가 소중할 뿐이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안개가 끼면 멈추고, 걷히면 나아가는 데 만족한다."

산을 개발 대상으로 여기며 정복할 생각에만 혈안인 현재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가 가장 회복해야 할 것은 환경보호라는 구호도 중요하지만 자연에 대한 '사랑'을 회복하는 게 먼저라는 걸 느끼게 한다. 사랑하면 소유하지 않으려 하고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하니까..


덕후들은 서로 비교하지 않는다. 서로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으로 행복해한다. 그 이야기를 나누고 공유할 수 있다는 것으로 행복해한다. 저자를 비롯해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다. 함께 산을 오르고 먼저 가기도 하며 쉬어 가기도 한다. 각자의 방식을 존중해주며 응원해준다. 산을 오르는 행위만으로 소중하다는 걸 알기에 함꼐 또는 홀로하며 서로의 길을 걸어간다.

저자에게 산은 인생이자 어머니이자 자기 자신이다.

산을 오름으로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극복해가고,

산을 오름으로서 인생을 배워나가고,

산을 오름으로서 자기 자신을 이겨나가며 사랑해간다.

저자가 말한 《산이 좋아졌어》는 결국 산을 통해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된 한 여성의 고백이기도 하다.

그러니 어찌 저자가 산을 예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북한산을 오른 이후, 겁에 질려 더 이상 산을 오르지 않는 나이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나도 한 번 해 볼까라는 생각이 슬그머니 올라온다. 저자의 산에 대한 예찬을 읽고 있노라면 함께 산을 오르자고 손짓하는 저자를 보는 듯하다.

아마 내가 산에 오른다면 그건 분명 저자의 유혹에 넘어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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