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마감 - 일본 유명 작가들의 마감분투기 작가 시리즈 1
다자이 오사무 외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감으로부터 자유로운 작가는 없다. 항상 시간에 쫓기며 핸드폰에 뜬 편집자 전화번호만 봐도 무섭다는 한 작가분의 대화가 떠오른다. 다산책방에서 국내 작가들의 마감 분투기를 그린 에세이 <마감 일기>에 이어 정은문고에서는 일본 유명 작가들의 마감분투기 《작가의 마감》이 출간되었다.

《작가의 마감》 의 저자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들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유명한 나쓰메 소세키 , <인간 실격>의 다자이 오사무를 비롯 요시카와 에이지, 에도가와 란포 등 다수의 작가들이 마감과 싸우는 자신들의 분투기를 유쾌하게 때론 처절하게 그려낸다.

1장 쓸 수 없다라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당연히 마감에 맞춰 쓸 수 없는 작가들의 사연이 소개된다. 자기가 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 쓰고 찢고 다시 또 쓰는 다자이 오사무. 그는 잘 쓰고 싶지만 써지지 않는 고통을 호소한다.


가끔 신문사로부터 수필을 청탁받고 용감하게 달려드는데,

이건 아니야 저것도 아니야 하며 쓰던 원고를 찢어버린다.

고작 열 매 내외 원고에 사흘이고 나흘이고 끙끙댄다.


글을 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걸 조심하며 다자이 오사무는 쓸데없는 고생을 한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지만 쓰고 찢고 다시 쓰기의 일을 반복한다. 글을 망치지 않기 위해 일상까지 관리해가며 심혈을 기울인다. 다자이 오사무의 열정이 잘 써지지 않는 창작의 고통과 다가오는 마감의 압박이 아울려 다자이 오사무의 심리를 더욱 잘 느끼게 해 준다.

마감을 미뤄달라는 나쓰메 소세키, 의욕이 사그라들고 밀린 원고가 많다며 아내의 편에 사과 편지를 보내며 백배 사죄하는 요시카와 에이지의 글을 보면 아무리 대가라 하더라도 결코 쉽게 써지는 글은 없다라는 걸 느끼게 된다. 그들의 심정이 담긴 편지글을 보고 있노라면 고민하다 끝내 하소연으로 못 쓰겠다는 편지를 쓰는 작가들의 모습이 연상된다.

비록 마감을 못 맞춘다 하더라도 작가는 써야 한다. 쓰는 일이 그들의 업이니 그래도 써야 한다. 1장이 쓸 수 없다면 2장은 그래도 써야 한다로 작가들은 자신들의 창작을 이야기한다.

활자화된 원고를 읽으면 대체로 싫증이 난다.

언제나 글을 쓰는 방법보다 사물을 보는 관점이 이래서야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뼈에 사무쳐서,

글 쓸때보다 평소 생활에서 사랑과 미움을 소진하고 싶어진다.


아쿠타카와 류노스케의 이야기에 나는 무릎을 쳤다. 내가 느끼는 고통, 사물을 보는 관점이 깊지 못하는 나의 한계는 내게 큰 장애물 중 하나다. 그런데 이런 고통을 아쿠타카와 류노스케 역시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글쓰기보다 일상에서의 풍성함을 사랑과 미움을 소진하고 싶다는 건 바로 글쓰기의 소재가 일상의 다양함에서 나온다는 걸 아쿠타카와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더딘 글쓰기는 그런 기특한 이유보다는

주로 체력 문제에서 비롯된다.

나는 꼼짝 않고 한 가지 생각을 하다 보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금세 지친다.


아쿠타카와는 평소 생활의 중요성을 말했다면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체력'을 이야기한다. 당뇨병으로 체력이 좋지 않아 글쓰기가 더딘 그의 창작 이야기는 결국 창작 또한 체력 분배가 중요함을 알 수 있게 한다. 약한 체력으로 창작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작가들보다 더한 노력이 요구된다. 체력을 이기며 작품을 하는 그의 분투기를 읽노라면 지금 당장 운동을 해야 한다는 의욕이 샘솟는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유명한 나쓰메 소세키가 인세로 많은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나쓰메 소세키는 가난한 문인의 생활을 고백한다. 자신도 멋있는 옷을 입고 좋은 집에서 살고 싶지만 모두 이룰 수 없음을 이야기하며 이대로 만족하는 삶을 이야기한다. 작가들이 책 출간 후 인세로 받는 부분이 적다고 했던 말을 떠올리게 한다. 그럼에도 글을 써야만 하는 문인의 생활. 비록 돈이 안 된다 하더라도 그 일을 계속 한다는 건 결국 애정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작가의 마감》을 읽노라면 서평 마감에 쫓기는 나의 입장이 떠올라 웃음이 나온다. 작가들처럼 돈을 받는 직업은 아니지만 정해진 기일 안에 글을 써야 하는 입장은 똑같아서 작가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남는다. 마감과 싸우며 떄로는 하소연하고 글쓰는 작가들의 일상이 실감나게 그려지며 글 쓰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를 엿볼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