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로켓 고스트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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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이도 준의 『변두리 로켓』의 세 번째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촉망받는 로켓 엔진 연구자에서 가업을 이어 받아 쓰쿠다제작소를 운영하는 쓰쿠다와 직원들의 이야기. 중소기업의 운명은 항상 바람 앞에 촛불처럼 위태롭다. 그 위태로움을 역전으로 만들어내는 이케이도 준의 세 번째 이야기는 로켓 벨브에서 이젠 농기계의 트랜스미션으로 도전장을 내민다.

『변두리 로켓』의 1권에서는 로켓 엔진 벨브가 첫 번째 도전이였고 2권 <가우디 프로젝트>에서는 심장병 아이들에 맞는 인공심장 벨브였다. 그런데 3권에서는 농기계의 트랜스미션 밸브라니... 이거 너무 소박한 도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사업은 순식간에 방향이 바뀌기도 하고 예측불가능한 법. 『변두리 로켓』의 쓰쿠다는 회사를 위해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3권에서는 농기계를 만들어온 거래처 야마타니에서 쓰쿠다에서 개발중인 엔진을 중단해달라는 요구를 받는다. 새로운 경영진의 방침으로 고성능의 기계보다 더 저렴한 업체를 물색하게 된 것이다. 이에 고성능을 자랑하던 쓰쿠다의 제품은 열외가 될 수 밖에 없다. 이 위기 상황에서 쓰쿠다를 항상 든든하게 보좌해주었던 경리부장 도노무라는 갑작스런 아버지의 심근경색으로 회사를 떠나 아버지를 간호하게 된다.

『변두리 로켓- 고스트』 편은 위기에 처한 쓰쿠다가 도노무라를 방문하던 중 힌트를 얻어 트랜스미션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되면서 트랜스미션 발주업체인 기어 고스트의 경쟁 입찰에 참여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만약 단순히 쓰쿠다제작소가 경쟁 입찰에 참여하여 발주를 받아내는데까지 성공하는 이야기였더라면 이 소설은 단순한 역전 스토리밖에 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케이도 준은 더 큰 그림을 그려내는 데 선수다. 저자 이케이도 준은 <한자와 나오키>에서도 보여주었듯 단순한 성공보다 더 큰 메세지를 던지는 데 매우 능하다. 바로 단순한 '갑'이라고만 생각했던 '기어 고스트' 또한 중소기업이라는 데 착안하여 '기어 고스트'회사를 위기에 빠뜨리는 스토리로 이야기를 급진행한다. 그리고 거래처의 위기를 대처하는 태도에 쓰쿠다제작소의 진면목이 발휘된다.

1권부터 3권까지 직원들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하는 말들이 있다.

"불면 날아갈 듯한 중소기업이니까요."

쓰쿠다 직원들은 중소기업의 풍전등화를 잘 알고 있다. 1권에서부터 대기업과의 특허 소송에 휘말리는 위기가 있었고 편견과 뒷거래에 로켓엔진벨브를 다른 곳에 빼앗길뻔하기도했다. 중소기업이기에 항상 불안한 입장이였다. 그래서 쓰쿠다제작소의 직원은 자신들의 입장을 체감한다. '중소기업이니까요'라며...

하지만 그러하기에 발주업체 '기어 고스트'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못하고 손을 내민다. 자신에게 이로울 수 있는 쉬운 방법을 멀리하고 연대하는 고지식하고 바보같은 방법을 택한다. 기술에서 고지식함이 사업방법에서도 고지식하면서도 올곧은 길을 가고자하는 그들의 정신이 이 책 속에 빛이 난다.

하지만 사업보다 더욱 예측불가능한 것이 있다면 바로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이익 앞에서, 사람의 감정이 얼마나 무모한 선택을 하게 되는지도 알려주는 이 마지막 반전은 쓰쿠다와 함께 깊은 분노를 느끼게 한다. 3권에서 소개된 인물들의 이야기가 모두 저자가 뿌려놓은 힌트가 되어 쓰쿠다제작소에 대형 위기를 불러일으킬 줄이야...

『변두리 로켓 고스트』을 읽다보면 우리 회사의 위치가 연상된다. 장애인 의수족 수입회사로 어제까지 거래하던 해외 거래처들이 대기업에 매수되어 한 순간에 거래처가 끊기는 일들이 다반사인 현실에서 과연 중소기업은 이대로 좌초하고 마는 걸까라는 심한 갈등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런 틈새 속에서 새로운 기술로 이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거래처가 생기며 그 거래처들과 다시 손을 잡고 틈새시장을 노려나간다. 비록 공룡기업인 글로벌기업과 견주지는 못하겠지만 분명 우리의 길이 있으리라 믿고 일하는 마음.. 그래서 나는 쓰쿠다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알 것 같다.

"이번 실패를 밑거름 삼아,

우리는 우리의 방식으로 거래처와 고객을 상대하자고.

분명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야."

비록 '중소기업이니까'를 말하며 현실을 체감하는 불안한 운명이지만 자신만의 길을 우직하게 찾는 쓰쿠다제작소이기에 쓰쿠다와 직원들을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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