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 -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도시의 역사로 보는 인류문명사
벤 윌슨 지음, 박수철 옮김, 박진빈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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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두꺼운 벽돌책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벤 윌슨은 기원전 4000년, 최초의 도시인 우르크의 역사와 함께 총 6,000년간의 도시의 역사를 연대기순으로 설명해간다. 그 6,000년의 역사를 담기 위해 저자는 파리,뉴욕, 바그다드 등 온 세계의 도시를 넘나들며 독자들을 도시의 세계로 인도한다.

『메트로폴리스』는 최초의 도시 우르크로부터 시작한다. 수메르인들이 남긴 작품 <길가메시 서사시>에 나오는 이야기들로부터 시작되는 첫 장에서 저자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 왜 엔키두처럼 타협하고 도시에 정착하기로 했을까?"

"아울러 그들은 도시의 안락함을 위해 원시적 자유를 포기함으로써 어떤 대가를 치렀을까?"

"어떻게 자유로운 생활방식을 버리고 비좁은 환경에서의 정체 상태를 선택할 수 있을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갔던 엔키두가 왜 도시의 여인 샤마트와 타협하고 자연의 삶을 저버렸는지, 그리고 그에 대한 대가등을 설명하는 <길가메시 서사시>와 도시의 역사를 탐구해가며 저자는 바로 도시화는 환경에 인간이 적응하는 과정이자 인간이 욕구를 채우고자 환경을 적응시키는 과정이라고 답한다.

저자 벨 윌슨은 연대기적으로 도시의 역사를 설명하지만 그 연대기마다 도시의 특징을 잡아 설명해주어 독자의 이해를 돕게 해 준다. 가령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한 하라파와 바빌론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죄악을 드러내어주고 로마의 목욕 문화를 통해 쾌락을 추구하는 인간을 이해하게 해 준다. 인간의 욕망에 따라 어떻게 도시가 발달했고 어떤 문화가 형성되어있는지를 설명해 준다.

`급속하게 도시화가 이루어진 한국 또한 이 책에 빠지지 않는다. 특히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도 밝혔듯 서울보다 인천 송도에 관심을 기울인다. 더 나은 과학 기술로 관리하여 완벽한 도시를 계획한 송도의 컨셉은 놀랍기만하다. 나 역시 송도를 몇 번 가 보았지만 그런 의도로 계획된 도시라는 게 다소 낯설게 다가온다.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단지 역사 뿐만 아닌 그림을 통해 도시를 설명한다는 점이다. 예술의 도시 파리답게 파리를 배경으로 그려진 많은 작품들을 통해 저자는 파리를 이야기한다. 그림 속의 빈민가들과 노동자들의 소외감을 통해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사람들의 모습을 설명해준다.




도시의 위상을 자랑하는 마천루를 비롯해 도시들은 각종 건축물로 그 화려함을 뽐내지만 저자는 도시 속의 불균형을 놓치지 않는다. 아니 파리에 대한 설명에서도 느꼈지만 도시의 명과 암을 솔직하게 드러내준다.

나이지리아 도시 라고스 뿐만 아닌 중국과 한국마저도 이 명암을 피할 수 없다.


도시 부흥의 열매는 소득의 측면에서도 지리적 요소의 측면에서도

균등하게 공유되지 않고 있다.

도시들의 스카이라인에는 오늘날의 대도시들을 관통하는 분열 상태가 반영되어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전용 거주 구역을 차지하거나 하늘 위의 섬에 은거한다.


이 문장을 보며 나는 한국의 달동네와 작년에 방문했던 홍콩이 떠올랐다. 서울 또한 빈민들은 갈 곳이 없어 점차 밀려나서 달동네라 불리우는 곳에 빽빽하게 붙어 있으며 살아야 하는 빈민들의 현실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홍콩 또한 마찬가지였다. 홍콩에서 나를 가이드해주었던 거래처 담당자는 높은 곳에 위치한 집들을 가리키며 내게 알려주었다. "위치가 높을 수록 집값이 천정부지다. 더 높은 곳에 있는 집은 초부유층 사람들만 살 수 있다." 저자의 말대로 도시 부흥의 열매는 상류층 사람들만 얻을 수 있는 열매였다.

코로나로 여행이 어려운 지금, 벤 윌슨의 『메트로폴리스』는 독자들을 전 세계로 인도하며 충실한 가이드 역할을 해 준다. 두꺼운 벽돌책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게 도시의 역사와 함께 탄생한 문화까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코로나가 풀린다면 이 책에 소개된 도시들을 꼭 방문하고 싶다. 아는 만큼 잘 보인다는 유흥준 교수의 말대로 이 책은 우리에게 도시에 대해 잘 보일 수 있는 역할을 톡톡히 해 내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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