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 책 - 혼자가 좋은 나를 사랑하는 법 INFJ 데비 텅 카툰 에세이
데비 텅 지음, 최세희 옮김 / 윌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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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명실상부 자기홍보의 시대이다. 직장에서는 자기 능력을 알리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라고 말한다. 사소한 업적도 사람들에게 알리라고 말한다. 책을 출간한 저자 또한 마찬가지이다. 저자들도 출간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책을 열심히 알려야한다. 자기홍보인만큼 사교성이 좋고 외향적인 사람이 각광받는다. 자기 과시의 시대, 내향적인 사람은 주목받지 못하고 소외되기 쉽다. 어쩔 수 없이 어울리지만 마음은 저 멀리 딴 곳에 있다. 혼자가 좋은 사람들은 혼자 있고 싶은 그 자체를 이해받지 못한다.

『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 책』은 바로 전형적인 내향인들을 위로하는 책이다. 어린 시절부터 내향인이였던 저자가 학교와 직장 생활을 하며 겪었던 여러 에피소드들과 자신의 성격에 맞는 일을 찾아가며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그려나가는 카툰 에세이다.

내향인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학생일 때도 친구들과 필수로 어울려야 하며 직장 생활에서는 프리랜서라 하더라도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할 수 없다. 어디 그 뿐일까. 사적인 모임과 파티는 혼자가 좋은 사람들을 더욱 애타게 한다. 어떤 좋은 핑계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비라도 왕창 내려서 약속이 취소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은 건 내향인들에게는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내향인들은 안다. 자신들은 그저 성격이 조용한 것 뿐이라는 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혼자 있는 게 편하다는 걸.

하지만 세상은 자꾸 조용한 사람들을 인정하지 못한다. 어렸을 때는 너무 얌전해서 문제라며 밖에 나가서 놀라고 채근하고 사회에서는 동료와 상사들과 함께 어울릴 줄 알아야 한다고 채근한다.

이 책에서 가장 공감되는 장면은 바로 저자가 동료들과의 점심 식사를 피해 혼자 식사를 하는 모습이였다. 나 역시 직장에서 혼자 식사를 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집과 직장에서 치이는 관계 속에서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상사로부터 가능한 한 회사 일도 살필겸 식사 자리를 의도적으로 가지라는 충고를 받았다. 아.. 세상은 이 점심 시간마저도 관계 속으로 끌어들인다는 그 피곤함이 무겁게 다가왔다.



『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 책』에서 나오는 내향인 저자가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게 되기까지 남편 제이슨의 역할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와 달리 외향적이고 사교적이지만 결코 자신과 다른 아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저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며 다른 관계에서도 아내의 부족한 면을 맞추어준다. 그 면들이 가족 외에 타인과 어울리기 힘든 저자의 마음을 움직여 결혼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나 역시 결혼한 부부이고 내향적인 내 성격에 외향적인 남편을 만났지만 참 부럽기만 하다.

조용한 성격을 소극적이라고 치부하는 시대. 자랑하기 바쁜 시대에서 내향인들은 위축되기 쉽다. 뭔가 자신의 성격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된다. 그저 그 사람의 성격뿐인데 이해받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하나의 성격임을 받아들여주면 되는 건데 왜 이 내향적인 성격이 용인되지 못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을 읽는다면 꼭 저자의 또 다른 에세이 『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책』을 함께 읽도록 권하고 싶다. 책덕후인 저자가 책을 사랑하는 법을 다룬 에세이답게 『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 책』 역시 저자가 책을 사랑하는 여러 장면이 나와 웃음짓게 한다. 특히 결혼을 고민하는 저자가 책장을 비워놓았다는 남자친구의 말에 당장 짐을 싸는 부분은 책덕후에게 무릎을 치게 만든다.

책을 읽으면서 나와 같은 내향인들에게 혼자를 좋아하는 성격이 자기 자신 뿐만이 아니라는 공감대와 함께 그 성격이 잘못된 게 아니라고 말해주며 위안을 준다. 그저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회의 필요에 의해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 조용한 성격 그대로 사람들과 어울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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