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락송 5 - 우리들의, 상그리아
아나이 지음, 주은주 외 옮김 / 팩토리나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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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송』은 참 독특한 소설이다. 환락송 아파트 22층의 다섯 명의 여자들이 친구가 되며 서로 지내는 이야기가 드라마로 만들어질만큼 인기를 끌고 다섯 권의 시리즈로 드디어 마지막 이야기가 공개되었다.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 솔직하고 자유분방한 취샤오샤오

사고뭉치 오빠 뒷처리와 부모님 생활비로 시중에 돈 하나 없는 빚 좋은 개살구 판성메이

일명 헬리콥터인 부모님 밑에서 곱게 자랐으며 대기업 인턴으로 근무하는 관쥐얼

철딱서니 없지만 미워할 수 없는 추잉잉

똑똑하고 부러울 것 없는 CFO지만 가족에 대한 상처가 있는 앤디.

이 다섯 명은 서로 다툼도 잦고 싸우기도 하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는 나서서 도와주는 이웃이자 친구들이다.

『환락송 - 우리들의 상그리아 5편』은 마지막 이야기답게 이 다섯 명의 사랑이 마무리되거나 때로는 시작된다.

특히 혼전임신인 앤디를 편견없이 걱정해주며 앤디 또한 가족에 대한 상처를 극복하고 바오이판과 혼인신고를 결심한다. 가장 놀라운 건 자신에게 헌신적인 남자 친구 바이촨과의 헤어짐을 택한 판성메이의 선택이다.

이 다섯 명 중 나와 상황이 비슷한 사람이 누굴까 생각했었다. 나는 판성메이가 내 처지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외모가 아닌 빚 좋은 개살구. 가정에게 매여 자신을 챙기지 못했던 판성메이에게 공감이 갔고 판성메이가 속물이다 하더라도 그것마저 없다면 판성메이는 더욱 힘들 것 같아 안쓰러웠다. 남자친구 왕바이촨과 행복한 결말을 얻기 바랬지만 자신의 목적이 아닌, 자신에게 더 이상 발이 묶이지 않기 바라며 헤어짐을 택한 판성메이를 보며 없는 자의 사랑은 이리도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취샤오샤오의 부모님과 관쥐얼의 부모님을 보면 한국이나 중국의 부모님도 다르지 않다는 걸 느끼게 해 준다.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서럽고 섭섭한 마음이지만 부부의 연을 끊지 못하는 취샤오샤오의 어머니. 비록 남편 몰래 취샤오샤오 밑으로 많은 재산을 비축했다지만 그게 과연 자신의 행복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있을까. 매년마다 되풀이되는 외로움과 설움으로 자신의 마음을 다쳐가는 게 과연 딸 취샤오샤오에게 좋은 영향을 줄까? 취샤오샤오는 숨겨진 자신의 명의를 보고 기뻐하지만 엄마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취샤오샤오 또한 함께 힘들어한다. 엄마가 행복하지 않은데 딸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

관쥐얼의 부모는 헬리콥터 부모를 떠올리게 한다. 남자친구 뒷조사에 과도한 간섭. 그로 인해 헤어질 뻔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관쥐얼이 간섭을 극복하고 남자 시에빈과 돈독해지는 계기가 된다. 결국 자식은 부모의 영향을 과감하게 벗어나야 비로소 한 발을 내딛을 수 있구나라는 걸 생각하게 한다.

모두가 해피엔딩으로 끝난 듯 하지만 작가는 이 글의 마무리를 엔딩으로 마무리하지 않는다. 이 다섯 명의 사랑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그들의 삶 또한 계속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22층에서 시작된 인연은 서로 미워하면서도 친구이기에 어려울 때나 기쁠 때나 함께 하는 삶을 택한다. 때로 취샤오샤오의 방법이 얄미울 때도 있지만 정곡을 찌르면서도 남을 도와주고 큰언니답게 일을 주도해가는 앤디, 비로소 가정으로부터 해방되어 새 삶을 살기 시작한 판성메이, 추잉잉과 관쥐얼 이들은 언제나 친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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