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의 시대 - 세대론과 색깔론에 가려진 한국 사회의 성장기
김시우 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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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헬조선이라고 말한다. 개천에 용이 마르고 4포 시대를 넘어 5포 시대라고 말한다. 취업, 연애,결혼,출산 등을 포기하는 세대라는 이 신조어 속에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진 사회의 불안을 느끼곤 한다. 더 이상 나아질 게 없고 기대할 것조차 없는 세대. 코로나와 함께 상황은 더욱 암울하며 이젠 실날 같은 희망도 없어져 버린 듯하다.

과연 우리는 앞으로 나아 갈 수 있는 걸까라는 불안함이 압도적인 분위기 속에서 그래도 희망을 말하는 책이라니, 더 나아지고 있다는 듯한 책 『추월의 시대』가 출간되었다.

『추월의 시대』는 김시우, 백승호, 양승훈, 임경빈,하헌기, 한윤형의 여섯 명의 젊은 연구자들이 한국 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바라보는 한국의 현주소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진보, 보수 논객이 아닌 젊은 연구자들의 눈으로 바라 본 한국의 모습과 대책 등을 제시한다.

사실 정치와 한국 현대사에 문외한인 내게 『추월의 시대』 는 쉽지 않은 책이였다. 특히 386세대를 설명하는 민주화 세력, 넥타이 부대등은 낯설었고 뉴라이트가 극우 역사 단체라고만 알고 있던 내게 '대륙 문화론'과 '해양 문화론'의 비교로 상세히 설명하는 내용 등은 처음 접하게 된 지식이라서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서 내가 공감할 수 있고 새로웠던 내용들을 주제로 소개하려고 한다.

공저 중의 한 명인 한윤영씨는 먼저 애매해진 진보의 개념을 설명한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좌파로 애매하게 몰아가버리는 무리수. 더불어민주당을 '좌파'라고 몰아가며 무리수를 둠으로서 진정 진보세력들이 힘을 잃어버리는 이 현상을 정확하게 지적해낸다. 실상 국민의 힘 정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책은 차이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야당 시절에는 잠시 진보쪽으로 기울이는 듯하지만 정권을 잡으면 기득권에게 치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은 좌익, 우익으로 내몰며 진보의 개념을 애매하게 만든다. 정의당, 민중당과 같은 진보들이 갈 곳을 잃어버린다.

1987년에는 많은 학생들이 거리로 나갔다. 민주화를 위해 앞장선 세력들이지만 지금의 청년들은 어느 곳에 속하지 않은 중도파의 모습을 보인다. 언젠가 한 지인으로부터 조국 전 법무장관의 가족으로 인해 상실감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이 애쓰게 노력해도 강남좌파에게 밀릴 수 밖에 없다는 이유라고 했다. 그 후 많은 청년들이 방향을 잃었고 그들의 상실감을 채워 줄 수 있는 정당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국회의원만 되면 다 그 놈이 그 놈이라는 좌절감. 6선, 7선을 해가며 영구 집권하는 정치 세력들 속에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정당의 변화가 아닌 정치 세력이 변하지 않으면 이 사회는 덜컹거릴 수 밖에 없다는 글은 절로 고개를 끄덕거리게 한다.

출산과 양육으로 얻을 수 있는 행복보다 그로 인한 손해와 고통이 더 크게 다가오기에 포기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삶과 욕망에 대한 문제다.

출산은 '보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아이를 일종의 '성과'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출산에 따르는 불편함을 개인이 감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줄여주는 방향의 정책이 필요하다.

저출산에 대해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 또한 매우 정확하다. 출산 장려금, 한 달에 10만원이라는 아동 보육 지원금이라는 단순한 '보상' 정책은 10년,20년 아이를 키워야 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전혀 공감이 되지 못한다. 두 아이의 엄마인 나는 때때로 딩크족으로 사는 직장 동료를 바라보면 상실감을 느끼곤 한다. 내 욕구를 억누르며 아이들 위주로 살아야 하는 이 삶이 과연 현명했던 것일까라는 상실감 또한 자주 느낀다. 먼저 해고 순위 1순위라는 워킹맘의 입장, 아이들 일로 개인 생활이 사라지고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살아야 하는 보호자의 고통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만으로 충당하기 어렵다. 하지만 모든 정부는 단순히 '보상'만으로 해결해왔다. 하지만 잠깐 받는 돈만으로 20년의 양육의 부담과 여러 위험들을 결코 만회하지 못한다. 정말 마음 편히 일할 수 있고 사회가 함께 아이들을 키워주는 정책이 아니면 '저출산'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한국에서 '첫 직장'은 신분이다. 첫 직장으로 대기업에 입성했으면 다음 직장도 대기업으로 갈 수 있다. 물론 한 직장에서 평생을 버텨도 된다. 대기업에 입사한 이들이 갑자기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을 가는 일은 잦지 않다. 보통 그것은 실패나 도전을 의미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공채에서 획득한 신분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에 새로운 도전을 하거나 자기계발을 하기보다는 기업 안에서 잘 안착하고 안전하게 숨어 산다.

직장인들 사이에 '첫 직장'을 잘 잡아야 한다는 말은 진리이다. 첫 직장을 잘 잡으면 그와 비슷한 좋은 직장으로 이직하기 쉽다. 하지만 첫 직장이 좋지 않으면 이직하는 직장도 비슷한 곳으로 가게 된다. 나는 직원이 10명인 중소기업에 다닌다. 몇년 전, 사장님께서 대학 예비졸업생인 딸을 둔 부장님께 "OO이 졸업하면 우리 회사에 취직하라고 그래"라며 우스개 소리를 하셨다. 가벼운 농담이었지만 부장님은 혼잣말로 '첫 직장이 얼마나 중요한대 이 곳으로 오라고 말할 수 있냐'라며 불쾌해하셨다. 첫 직장보다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기 힘든 사회. 한 번 발을 내딘 분야에서 신분 상승하기 어려운 사회 그래서 더욱 많은 청년들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기업 공채에 매달린다.

시험이 존재하는 한 많은 사람들이 시험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시험 방법의 변경이 아닌 '시험'을 줄이고 '첫 직장이 낙인되지 않기 위한' 사회의 정책이 세워지는 것이 먼저이다.

『추월의 시대』는 젊은 30대의 학자들이 쓴 책이여서일까. 기성 정치인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아닌 일반 시민의 눈높이로 바라보아 공감이 많이 된다. 우리가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에게 외치는 '탁상행정'의 철폐 '현장중심'의 정치를 요구하는 것도 이들의 시선이 시민들의 시선과 다르기 때문이다.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니 국민이 원하는 해결책을 제시해 줄리 만무하다. 이 책은 한국 사회가 조금만 방향을 바꾼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단순히 헬조선이라고 비판하지 말고, 이제 끝났다고 포기하지 말고 문제를 정확하게 보고 나아간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해준다. 이 책은 나와 같은 평범한 국민보다 정치인들에게 꼭 읽어주고 싶다. 이 사회의 문제가 뭔지 정확하게 알라고 말해주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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