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
정애리 지음 / 놀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을 보면 글쓴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비록 그 사람을 알지 못해도 한 편의 글만으로 그 사람의 성격과 마음을 알 수 있다. 배우 정애리씨의 에세이 『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 또한 그렇다. 드라마 또는 월드비전과 같은 구호 단체의 홍보 대사로 수없이 얼굴을 봐 왔지만 이 책 한 권으로 정애리씨를 더욱 잘 알게 된 느낌이랄까. 자신의 느낌과 하루의 기록을 독자들과 대화하듯 담담하게 써내려간 이 한 편의 에세이는 정애리씨가 어떤 사람인가를 더욱 자세히 알게 해 준다.


공감할 수 없다면 가만히라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훈수라는 이름으로 일일이 참견하지 않아도

충분히 힘든 경우가 많으니까요.


정애리씨는 배우이다. 자의든 타의든 공인이라는 감투를 쓰고 대중들에게 노출되는 삶을 살고 있다. 자유롭지 못한 삶. 어떤 행동도 남들의 집중을 받게 된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많은 걸 요구한다. 무관심이 제일 무섭다지만 자신의 사생활과 모든 것이 관심의 대상이 되며 훈수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로서는 매우 곤혹일 것이다. 공감이 아닌, 애정이 아닌 남의 관심은 자신을 더욱 힘들게 한다. 함께 응원하며 가도 힘든 인생길, 공감이 되지 않고 참견한다면 그 인생은 얼마나 힘들까.



나이가 든다는 건 포기를 배워가는 것 아닐까. 청춘 때는 모든 걸 이룰 수 있을 것처럼 움켜쥔다.

주먹을 쥐고 굳게 다짐한다. 하지만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 좌절하며 울분을 터뜨리곤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깨닫는다. 인생은 우리의 뜻대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의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 것도 있음을 알게 된다. 하나 둘 씩 포기가 쌓이며 이런 삶도 나의 일부임을 받아들인다. 그 받아들임 속에 여유를 배워가며 나를 수용할 수 있게 된다. 되면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대로 방향을 잡아가며 살아나간다.


정애리씨는 건강에 좋은 아보카도가 인간의 욕심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 되어버린 '피의 아보카도'를 이야기하며 안타까움을 이야기한다. 아마 저자의 오랜 월드비전 홍보 대사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기후 변화는 아프리카의 사막화와 기후 난민, 빈부격차의 양극화를 더욱 촉진시킨 이 결과를 저자가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비록 자신의 힘은 작지만 노력이라도 해 보련다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행동하려는 저자의 태도를 알게 해 준다. 뭐라고 해 보겠다는 다짐. 그래도 해 나가겠다는 다짐. 그 태도가 정애리씨가 나눔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동행.

나는 정애리씨의 삶은 바로 동행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누릴 수도 있지만 혼자 가는 것보다 함께 가는 삶을 실천하는 것.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자신의 손그늘로 뜨거움을 가려주고 연탄은행에 자신의 조그마한 나눔을 전하는 것. 그건 바로 삶을 다르 사람들과 함께 가고 동행하고자 하는 것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자신을 나눠주고 비워주며 그 안에서 차오르는 감사. 비웠을 때, 나누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기쁨과 감사가 이 책에서 흘러넘친다. 이젠 자신의 삶이 되어 버린 나눔이 암투병 중에서도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되고 자신의 나눔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때 느끼는 가슴 벅찬 감동은 정애리씨가 다른 누군가에게 동행이 되어 주었기에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글은 사람을 닮는다. 글 속에서도 군더더기 없이 비워내고자 애쓴 흔적들이 보인다. 주변의 사소한 풍경 하나에도 감사하며 사랑하고자 하는 정애리씨의 마음이 책 속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힘든 인생길, 그래도 힘내자고 등을 토닥이는 언니를 만난 느낌이다. 맑고 따뜻하다. 그 마음이 읽는 이를 따뜻하게 해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