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손님 - 룹탑 불법체류자들
이재욱 지음 / 행복에너지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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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때 호주 워킹홀리데이비자로 본다이비치 가까이 위치한 큰 쇼핑몰에서 청소일을 했다. 그 곳에서 나와 같은 청소부들은 일본,한국,브라질 등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였으나 동남아인들이 가장 많았다. 그 중에는 불법체류자는 아니지만 이민을 목적으로 필요하지 않는 공부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34세 남성이 영주권을 따기 위해 60이 넘는 호주 현지인과 결혼한 동료도 있었다. 『아내의 손님』은 젊은 시절 그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다. 타국에 와서 어떻게든 자리잡으려고 하는 그들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아내의 손님』의 저자 이재욱님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혹시 이 책이 데뷔작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2006년 부천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귀천의 길목』을 비롯하여 여러 편의 소설을 출간한 기성작가이다.

이 소설은 연작 소설로 한국에 관광비자로 들어와 불법 체류하며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삶을 그린 연작 소설이다. 연작 소설안에 다양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배경과 그들의 생활에 얽힌 이야기들이 그려진다. 관광이 아닌 돈을 목적으로 오는만큼 대부분의 외국 노동자들은 경제적인 상황이 어렵다. 사고로 반신불구가 된 남편을 대신해 가장의 짐을 진 메리, ,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더 큰 건물주가 되어 가족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다는 아리엘, 한국 여자와 위장 결혼을 해서 영주권을 받고 싶은 샤무엘 등등...

소설은 실제 존재했던 멤버들의 사연을 바탕으로 한 만큼 그들의 삶을 생생하게 들춘다. 특히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한국에 왔지만 배우자를 떠나 새로운 관계에 눈을 뜨는 모습, 몸에서 멀어지는 만큼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배우자와의 관계, 무엇보다 여성 외국 노동자의 경우 인종 차별과 성 차별이라는 이중 차별을 감당해야 하는 힘겨운 현실, 외국에서 암에 걸려 어려움에 처하는 등 그들의 삶을 생생하게 들춰낸다.



나의 경우, 이 소설을 읽으며 2년 가까이 호주에서 일했던 수 많은 동료들이 생각났다. 그 중에는 이 소설의 불법 체류자들은 아니었지만 모두 성공을 바라며 호주로 온 사람들이었다. 그 중에는 동남아인도 있었고 한국인도 있었다. 그들의 모습과 이 소설 속의 인물들의 모습이 겹쳐 보이며 타지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국적을 떠나 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가령 외로운 처지에 서로 한국에서만 연인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들은 호주에서 한국인들 또한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내게 이 소설은 단지 불법체류자만의 이야기가 아닌 더 좋은 삶을 향해 타지로 온 외국인들의 보편적인 삶처럼 받아들여졌다.


다만, 아쉬운 건 소설 속 교정이 필요한 부분들이 보여 종종 읽기를 방해한다. 다음 이 책이 2쇄를 찍는다면 좀 더 세심하게 봐 주셨으면 한다. 이 소설은 마치 여기 사람이 살고 있어요라고 외치는 듯하다. 외국인이 아니고, 불법 체류자가 아니고 그냥 사람. 자신들을 사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말해주는 소설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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