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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로켓 ㅣ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1월
평점 :
「한자와 나오키」시리즈를 좋아한다.은행이라는 조직에 있지만 불의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며 위기를 극복해온 한자와 나오키는 그야말로 사이다 같은 우리 주변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영우이었다. 자회사인 증권사로 파견되는 수모 속에서도 그는 자신만의 길을 꿋꿋이 지켜나갔다. 이케이도 준의 세밀한 은행 묘사로 인한 현실감, 한자와 나오키의 신념. 이런 캐릭터를 또 만들어낼 수 있을까 생각했다. 또 다시 볼 수 없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케이도 준은 또 다시 해냈다. 이젠 한 명이 아니다. 쓰쿠다제작소의 쓰쿠다와 그의 동료들이 모여 펼쳐내는 역전 드라마 『변두리 로켓』이다.
『변두리 로켓』은 로켓 연구원 쓰쿠다가 로켓 발사 실패 후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아 중소기업 쓰쿠다제작소를 운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에서 주인공 한자와 나오키에게 온갖 역경을 선사했던 이케이도 준은 『변두리 로켓』에서도 역시 순탄치 않을 것임을 초반부터 강하게 예고한다.
소형 엔진 제작소로 대기업의 하청을 하는 쓰쿠다제작소.
조그마한 하청 중소기업은 한국과 일본의 빈약한 현실은 다르지않다.
대기업의 숨결에도 기업이 휘청거리는 현실. 쓰쿠다제작소 역시 마찬가지다. 초반부터 게이힌기계공업의 일방적인 하청 중단 통보와 대기업 나카시마공업이 제기한 특허 소송. 연달아 닥치는 악재에 열리지 않는 은행 대출..
쓰쿠다제작소의 앞날은 암울하기만 하다.
하지만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그 매력을 이 『변두리 로켓』에서도 어김없이 보여준다. 바로 뚝심으로 밀고 나가는 것. 기본으로 돌아가서 술수가 아닌 정공법으로 승부하게 한다. 쓰쿠다의 정공법은 비록 세상이 보기엔 답답해보이지만 그 정공법은 쓰쿠다제작소의 직원들을 움직이게 한다.
『변두리 로켓』에서는 쓰쿠다의 꿈과 현실, 그리고 경영자로서 직원들과의 충돌 등을 현실감있게 보여준다. 쓰쿠다와 직원들간의 괴리 속에서 과연 꿈과 현실을 동시에 이룬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인가를 진지하게 질문한다. 만약 쓰쿠다가 평범한 직원이었다면 갈등이 없었겠지만 200명의 직원을 거느리는 사장으로서 꿈과 안정 과연 무엇이 중요할까라는 고민을 해본다.
이 소설의 백미는 바로 쓰쿠다 한 사람이 아닌 쓰쿠다제작소 모든 직원이 빛이 난다는 점이다.
『한자와 나오키』에서는 주인공이 단연 돋보였다면 『변두리 로켓』에서는 쓰쿠다를 비롯해 모든 직원들 모두 주인공이다. 파견 경리부장 도노무라, 기술개발 야마사키, 변호사 가미야, 쓰쿠다제작소의 젊은 직원들의 중심점 에바라와 쓰노, 가라다키. 그들은 이 소설의 주변인물이 아닌 쓰쿠다제작소를 빛내는 중요인물들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더욱 소중하다.쓰쿠다제작소가 역경을 헤쳐 나갈 수 있던 배경에는 모든 인물들이 함께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다보면 한국과 낯설지 않은 장면들을 목격한다. 하청업체의 애환, 자본을 등에 업고 시간끌기 연속인 법정소송, 특허권 침해, 원청업체의 갑질 등등 쉽게 볼 수 있는 현실이다. 중소기업이 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표 한 사람만의 힘으로 결코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쓰쿠다제작소의 모든 직원들이 하나가 되어 이 난관들을 넘어서야만 했던 것이다.
이케이도 준의 힘있는 전개와 스토리텔링. 정말 갈수록 기대되는 시리즈다.
12월에 곧 출간되는 『변두리 로켓』 2권도 빨리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