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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송 4 - 오로라, 블러드 메리
아나이 지음, 박영란.주은주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환락송 3]에 이어 환락송 아파트 22층의 이야기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들은 3권에 이어 4권에서도 일을 하고 사랑을 한다. 삶이 계속되듯, 이 다섯 명의 삶도 계속된다. 이 [환락송] 시리즈가 몇 권이 마지막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섯 명의 이야기를 다양한 에피소드로 4권까지 끌고 나가는 작가 아나이의 내공 또한 놀랍다.
4권에서는 추잉잉이 잉친의 배신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첫 편에서부터 문제 남친을 만나 한바탕 홍역을 치뤘던 잉잉의 사랑은 왜 이리 험탄한 걸까. 1권에서는 성메이가 잉잉의 문제 남친을 찾아가 한바탕 뒤집어버리며 복수를 해주었지만 4권에서는 좀 더 현실적인 모습이 그려진다. 현실은 성메이의 직장 호텔에서 급히 찾는 전화로 나가야 하고 관쥐얼은 새롭게 썸을 타는 씨에빈과의 데이트가 있다. 시간이 흐르는 만큼 서로에게 허락한 시간은 많지 않다.
앤디는 바오이판의 아이를 임신하지만 여전히 바오이판의 어머니는 앤디를 인정하지 못한다. 만만치 않은 앤디와 바오 여사의 사이에서 바오이판은 허덕인다. 취샤오샤오는 의사 남친 자오치핑과 만남을 이어가지만 둘의 사이에는 가치관의 충돌로 인해 골이 조금씩 깊어져간다.
시대가 변했지만 여전히 현실은 여성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특히 한국과 중국 같은 아시아에서는 여성에 대한 시선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바오이판의 아이를 임신했지만 결혼 생각이 없는 앤디를 향해 성메이는 보편적인 현실을 알려준다. 결혼하지 않은 여인의 임신이 사회에서 어떤 선입견을 받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모습은 한국과 다르지 않아 씁쓸함을 자아낸다.
"너한테 세속적인 선입견을 무시하지 말라고 얘기해주려고 온 거야. 혼전임신에 대해서 아직까지는 선입견이 존재하잖아. 근데 잉친에 대한 네 생각을 들어보니 이성적인 포용력이 있는 것 같아서 안심이야. 내가 더 말할 필요도 없겠어."
어느 지인이 사랑은 '가장 자신을 자신답게 해 주는 것'이라는 말을 해 주었다. 어느 모습이든 상관없이 있는 모습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한다. 4권에서 자오치핑과 취샤오샤오의 모습을 보며 이들의 사랑이 맞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적이며 의사인 자오치핑, 부자집 딸이면서 자신의 사업체를 꾸려나가는 솔직한 취샤오샤오. 이 둘은 서로 사랑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자오치핑은 샤오샤오가 물질만능주의를 부담스러워한다. 반면 샤오샤오는 자오치핑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지적 컴플렉스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때론 밤늦게까지 놀고 싶지만 자오치핑이 신경 쓰여 도중에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사랑하지만 사랑이 결코 이 둘의 관계를 100% 만족시켜주지 못함을 이 둘의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서로의 본모습을 부담스러워하는 이 둘의 관계가 과연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 설사 이들이 결혼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가치관의 차이를 극복하고 잘 살 수 있을까?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있는 나이지만 여전히 가치관의 차이로 빚어내는 충돌을 보며 나는 샤오샤오커플에 대한 회의감을 지울 수 없었다.
앤디 또한 결혼에 관계없이 바오이판의 어머니에 당당하게 맞서며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책 속에서 보여지는 바오이판과 바오이판의 아버지는 이런 여인들의 모습을 단지 피곤하게만 느끼는 듯해 안타까웠다. 앤디와 바오이판의 어머니 사이에서 중요한 사람은 남자들임에도 이들은 방관자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듯하다.
앤디와 취샤오샤오의 관계와 달리 소중하게 사랑을 키워 나가는 관쥐얼과 씨에빈의 관계가 그나마 위안을 준다. 사랑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고들 한다. 현실은 사랑만으로 극복하기 어렵다고들 한다. 맞다. 현실과 사랑의 간극을 [환락송]에서 보여준다. 그러하기에 이들은 끊임없이 고민하며 사랑을 한다.
과연 이들의 사랑이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 글쎄. 그건 더 지켜봐야 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