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찰스 부코스키 지음, 데이비드 스티븐 칼론 엮음, 공민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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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탕한 산문집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과 함께 동시에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을 읽었다.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의 적나라한 성적 묘사의 글이 읽기 힘들어질 때면 , 찰스 부코스키의 편견이 내게 들어갈 때면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로 방향을 틀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이 작가의 글을 못 읽을 것 같았다.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은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보다 그의 고단한 삶이 더 자주 느껴져 좋았다. 그의 특기인 음란함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이 산문집만큼은 그의 생활고를 알 수 있고 글을 쓰는 고뇌가 느껴져서 좋았다.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은 찰스 부코스키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다. 나와 같은 찰스 부코스키 입문자에게 이 산문집은 작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에는 가난한 작가로서의 삶이 두드려진다. 여러 잡지에 글을 투고하고 타자기는 수시로 전당포 신세가 된다. 글을 투고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출판사로부터 받는 거절 편지 등. 그의 인생은 그리 순탄하지 않다. 찰스 부코스키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이라면 「음탕한 늙은이의 고백」을 꼭 읽어보시라. 이 단편에서 찰스 부코스키는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1920년 독일 혼외자로 태어나 아버지에게 매를 맞고 자라던 어린 시절, 일하지 않으면 매질을 당해야 했고 학교에서도 공부에는 관심 없이 자리만을 채우는 시간이 된다. 관심 있는 것도 없었고 반항기 가득한 찰스 부코스키의 어린 시절을 통해 그의 도발적인 성격이 어려서부터 형성된 건 아닐까 추측하게 한다.

찰스 부코스키는 「나이 든 시인의 삶에 대한 단상」이라는 제목에서 100여 개 직업을 전전하고 같은 일을 11년 동안 해 왔다고 말한다. 일을 하고 난 이후면 신경이 사라지고 손을 위로 올릴 수 없어 병원을 수시로 들락거려야했다. 고된 일터만을 전전하며 지냈던 찰스 부코스키는 이러한 노동 착취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한 사람이 같은 직업에서 수년간 일하면

그의 시간은 다른 사람의 시간이 된다.

내 말은 하루에 여덟 시간이라도 그 시간을 빼앗긴다는 것이다.


그런 생활을 찰스 부코스키는 "일이 날 죽였다"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 수많은 노동 끝에 자신만의 전쟁터에서 죽기로 결심했다고 말한다. 자신만의 전쟁터가 어딘 줄 아는가? 바로 자신의 타자기다. 그렇게 소설과 시를 쓰기 시작했고 글이 출간되기까지 한다. 그의 끊임없는 작품은 그가 찰스 부코스키만의 결단이었고 삶의 동아줄이였음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반전주의자, 찰스 부코스키. 그는 정치의 오류를 정확하게 안다. 선거일이 되면 좌파와 우파의 정치인 또는 유명 인사들이 색깔을 바꿔입고 나오는 모습을 본다. 그 모습을 보면서 못마땅한 기색으로 그들을 보곤 한다.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가 있지?"라며 비난하곤 한다. 찰스 부코스키는 바로 그 점을 정확하게 설명해준다.


전쟁에서 적을 없앤 순간 불균형이 생기고 새로운 적이 생겨난다.

좌파를 파괴하면 스스로 좌파가 될 수 있고 우파를 무너뜨리면

스스로 우파가 될 수 있다.

이게 다 변덕의 시소 타기이며 그 균형이 바꾸는 통에 훌륭한 사람들이 덫에 걸리고 농락당하는 것이다.


찰스 부코스키는 전쟁 뿐만 아니라 현 사회의 기득권, 노동자들 착취에 대한 비판은 매우 날카롭다. 그 자신이 노동자였기 때문에 그는 기득권을 비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너무 많은 사람이 직장을 걱정하고 너무 많은 사람이 자동차, TV, 집 , 교육을 빚으로 거래한다.

신용과 자산과 하루 여덟 시간의 노동은 권력자의 좋은 친구다.


그의 글이 독일에서 번역되어 잘 나가도 정작 원고의 주인인 자신에게 돈이 들어오지 않자 출판사에 협박 편지를 쓰는 찰스 부코스키의 모습은 과연 그 답다고 생각한다. 보통 나였다면 받기 위해 자존심을 굽힐텐데 그는 당당하게 해 볼 테면 해봐라 라는 그의 당당함이 부러웠고 그 편지를 받자마자 돈을 지불한 독일 출판사의 행태는 눈살을 찌푸기게 한다.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은 찰스 부코스키의 특징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실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보다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을 추천한다. 이 책을 읽고서야 그의 작품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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