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제작자들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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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일어난 모든 우연이 실은 누군가의 계획된 일이였다면? 만나는 사람, 엎질러진 커피 등등 우연은 없으며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존재였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리고 그런 우연을 제작하는 '우연 제작자'가 존재한다면?

이스라엘 작가 요아브 블룸의 소설 『우연 제작자들』은 이 세상에 우연을 제작하는 '우연 제작가'가 존재하는 가상의 세계를 바탕으로 삶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우연 제작자들』에서는 세 명의 주요 우연 제작자들이 나온다. 주인공 '가이' '에릭' 그리고 '에밀리' 이들은 '우연 제작자' 수련생 동기이며 절친한 관계이다. '에릭'은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가이'는 연인 맺기 임무를 주로 수행한다. '에밀리'는 사람의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역할을 주로 맡는다. 소설 초반은 가이가 해고된 웨이트리스 셜리와 사관생도 '댄'을 연인으로 이어 주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우연 제작자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선을 고려한다. 예상치 않은 변수도 고려해야 하고 고객의 성향과 주변 인물들의 특징까지 생각해야 한다. 결코 만만치 않은 임무이다. 한 임무가 끝나면 오전에 문틈으로 새로운 임무를 알리는 봉투가 들어온다. 우연을 만들기 위해 해고를 시키거나 수도관을 터뜨리는 등 각종 수단을 동원한다.

『우연 제작자들』의 묘미는 바로 계획된 우연을 제작하는 '우연 제작자들'이 그들의 진짜 삶에 조작을 거부하면서 진가가 드러난다. 그 중 가이, 에릭, 에밀리 중 가장 수동적인 우연 제작자이며 인연 맺기 같은 소소한 임무를 주로 맡던 가이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의지에 따르는 선택을 함으로 벌어지는 극적인 변화를 통해 감동을 자아낸다



누군가에 의해 내 삶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변화할 수 없다. 하지만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고 행동한다면 그 우연이 우리를 향해 존재하게 된다는 그 가르침을 보잘 것 없는 가이를 통해 보여준다.

소설 초반에는 우연이 계획되었다면 삶은 수동적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남의 계획에 조작되었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더구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마저도 누군가의 계획이라면? 그렇다면 그냥 가만히 있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이 반전을 가장 수동적인 우연 제작자인 가이를 통해 인생은 결국 본인이 하는 선택에 따라 길이 달라질 수 있음을 가르쳐준다.

『우연 제작자들』은 가상의 세계를 그린 SF장르이지만 인물들의 로맨스와 더 큰 거대한 미래를 위해 현실을 조작하는 우연 제작자들의 음모 등을 적절하게 녹여낸다. 가짜가 아닌 진짜 삶을 향해 나아가는 그들을 통해 우리 또한 우리의 진짜 삶을 향해 끝까지 나아가도록 격려해준다. 어느 것도 소중하지 않은 삶은 없음을 이 소설은 말해준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소설이다. 내 삶의 모든 조각의 파편들이 의미있음을 깨닫게 해 주는 소설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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