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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연애소설
이기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7월
평점 :

이기호 작가는 재미있다. 작가의 작품을 생각하면 항상 웃음이 떠오른다. 작가가 표현하는 인물과 상황을 따라 읽다보면 웃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누가 봐도 연애소설》의 제목은 작가가 지었는지 아니면 출판사에서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작가다운 제목이다. 그리고 연애소설은 연애소설인데 사랑을 노래하는 다른 작품들과는 다를 것임을 예상케 한다. 왜? 이기호 작가니까. 그리고 그 예감은 어김없이 맞아 떨어졌다. 이 소설은 《누가 봐도 연애소설》이지만 참 재미있는 연애 소설이다.
《누가 봐도 연애소설》은 이기호 작가의 짧은 소설 30편이 담긴 소설집이다. 연애소설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생각할까? 가장 많이 떠올리는 건 드라마에서 나오는 젊은 남녀 주인공의 애절하거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작가는 우리의 생각을 비튼다. 20대의 사랑부터 50을 향해 달려가는 중년 농부의 사랑 이야기, 인형과 사랑에 빠진 엄마, 연애를 책으로 배운 남자등 각양각색의 사람을 다룬다. 심지어는 이게 무슨 사랑이야기야?라고 소리지를 수도 있다.
웃기면서도 슬픈 작가의 상상력이 깃들인 이 짧은 소설들은 결국 삶이라는 게 사랑하는 것임을 말해준다. 첫 소설 <녹색 재회>는 헤어진 옛 애인을 녹색어머니회에서 재회하는 웃긴 해프닝을 그리고 <뭘 잘 모르는 남자> 는 사람도, 사랑도 잘 몰라 모든 것을 놓치는 사람이 나온다. 우리의 삶이 결코 화려하지 않지만 끊임없이 사랑하는 사람임을 작가는 말해준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사랑을 받고 자란다. 엄마 배 속에서부터 사랑을 받고 태어난 후에도 부모의 사랑을 받는다. 그리고 성장하면서 친구, 동료, 애인, 부부 등 사랑을 나누며 살아간다. 결국 사랑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끝나는 게 인간의 삶이다. 삶이 사랑의 모습이라는 걸 《누가 봐도 연애소설》은 말해준다. 그러하기에 이 짧은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 사랑한다.
영국으로 유학 가는 여자친구를 배웅하러 공항에 왔지만 자꾸 지연되는 비행기 연착과 전 날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 피곤과 짜증이 슬슬 몰려오는 주인공의 태도는 여자친구 민지에게는 섭섭했겠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 사랑했노라고 달래주기도 하며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매일 정성스런 김밥 한 줄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소박한 사랑을 보여주기도 한다. 연예인처럼 화려한 이벤트나 사랑 고백 없이 묵묵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그들 모두의 삶이 곧 사랑임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짝사랑하던 여성과 연을 맺기 위해 일부러 강아지를 분양했지만 강아지 먹이고 똥 치우다보니 어느 새 그 여성보다 강아지에 정이 들어버린 남수와 부부 싸움 후 별거하지만 장소만 떨어져 있을 뿐 퉁명스럽게 서로를 챙겨주는 태민의 부모님의 모습은 삶을 나누는 사랑이 가장 크다는 걸 이기호 작가만의 유머스러운 문장으로 소화해낸다.
이 30편의 소설의 매력을 짧은 나의 글로 모두 표현할 수 없어 안타깝다. 각각의 인물들이 자신의 상황 속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며 사랑하는 이 이야기들은 이기호 작가이기에 유쾌하면서도 가슴이 찡한 이야기들로 만들어 갈 수 있었다. 재난지원금, 온오프라인 만남 후 달라진 연인, 자신을 달가워하지 않는 여자 친구의 아버지를 알뜰하게 챙기는 외국인 사위 등등. 사랑의 모습이 사는 모습만큼 다양하며 다채롭다는 걸 알 수 있다. 사랑의 모습이 삶의 모습과 결을 같이 한다는 것도 아울러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누가 뭐래도 《누가 봐도 연애소설》는 연애소설이다. 살아가면서 열심히 사랑을 한다. 우리의 삶이 결국 사랑임을 그리고 모두 삶 속에서 연애소설을 쓰고 있음을 말해주는 재미있는 연애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