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 읽는다는 것 - 각자의 시선으로 같은 책을 읽습니다
안수현 외 지음 / SISO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엄마의 꿈방>이라는 카페를 통해 생애 첫 독서모임을 했다. 반비 출판사에서 독서 모임 지원 이벤트에 당첨이 된 후 급조된 이 모임에 회원 분들은 정성스레 책을 읽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넷 카페라는 특수성상 온라인으로만 알고 지내던 사람들을 오프라인으로 처음 만나고 인사한 후 나눈 책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웠다. 아이에게 묻혀 있던 내 삶에 아이 이야기가 아닌 책이야기와 우리의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지금은 코로나로 모임이 잠시 중단되었지만 《모여 읽는다는 것》의 표지는 그 때의 나를 되새김질 해 주었고 혹시 나와 비슷한 경험이 아닐까 엿보고 싶은 마음에 읽게 되었다.

《모여 읽는다는 것》에는 네 명의 저자 중 주최자이자 리더인 안수현씨가 <나를 깨우는 독서 모임>의 회원 안수현 씨를 포함한 조선영, 한순범, 김민정씨가 함께 책을 읽고 나누며 일어난 변화를 이야기한 책이다.


먼저 안수현씨의 <나를 꺠우는 독서 모임>의 시작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결혼 후 엄마가 되고 워킹맘이 된 후 방전되어 가는 생활 속에 안수현씨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오롯한 새벽 시간을 이용해 책읽기를 통해 변화가 일어나고 그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시작된 첫 번째 독서모임은 첫 운영의 미숙함으로 아쉽게도 실패로 돌아갔다.

그 첫번째의 부족함을 보완하여 만든 두 번째 독서모임, 지금의 《모여 읽는다는 것》의 저자들이 모일 수 있던 계기인 <나를 깨우는 독서 모임>으로 다시 시작하여 이들은 책을 읽고 나누기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기까지의 변화를 주로 그려진다.


리더인 안수현씨를 비롯해 모든 회원들이 엄마이다. 나 역시 엄마로 첫 독서 모임에 참가했다. 조선영씨, 한순범씨, 김민정씨 모두 아이가 있고 지친 상태에서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엄마가 되면 모든 주제가 아이로 귀결된다. 정말 힘든 건 엄마인데 엄마의 안부를 묻기보다 아이의 안부만을 묻고 아이 이야기만 한다. 엄마라는 이름은 책임과 부담만 강요된다라는 걸 대부분의 엄마들은 엄마가 되고 난 후 깨닫는다. 아이와 집안일에 매몰되어 마지못해 살아가는 엄마의 하루 속에 나를 잃어감을 알지만 도와주는 이가 없다. 하지만 독서모임은 책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나누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더욱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다. 오롯이 서로에게 집중되는 시간. 그 안에서 아이가 아닌 엄마가 위로받고 성장하는 시기이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이 모임을 통해 서로가 성장해간다.


책을 읽는다는 건 바로 책에 나를 대입하는 것이다. 그냥 읽고 멈추는 책은 흰 종이의 텍스트일 뿐이다. 책의 내용을 나에게 대입해보고 이해하고 느끼는 행위이다. <디 아워스>를 읽은 저자 조선영 씨의 시선은 주인공의 시점 변화에 따라 자신의 대입 변화가 매우 흥미롭다.


조선영씨는 이 책을 읽기 전 자신의 아픈 상처를 고백한다. 어린 시절 자신을 떠났던 엄마를 원망했던 그 과거의 시점이 소설 속의 엄마 로라 브라운이 떠난 후 홀로 남겨진 아들 리처드와 자신의 시선이 동일했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며 로라 브라운이 떠날 수 밖에 없던 상황과 그게 그녀의 최선이었음을 마음으로 이해하면서 그 이해가 조선영씨의 어머니에 대한 용서로 이어진다.


훗날 아들 리처드의 장례식에 노부인 로라 브라운이 나타났을 때,

그녀가 내뱉은 한마디는 그동안 나를 계속 괴롭혔던 상처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어요. 누구라도 그 이상은 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렇구나, 그것이 엄마의 최선이었구나.'

깨달음으로 마음이 떨려왔다.



『디 아워스』를 읽기 전의 내가 네 살배기 리처드의 시선에서 엄마를 보았다면

이제는 한 여성으로서 로라 브라운을 보듯 엄마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네 명의 저자들은 책을 통해 일어난 변화를 이야기한다. 초등학교 교사인 한순범씨는 [연금술사]를 읽고 자신의 자아를 찾기 위해 굳이 신청하지 않아도 되는 학교 발령을 신청한다. 책과 책들이 서로 별개가 아닌 연결되는 경험을 통해 더 넓은 독서의 세계로 가게 되고 그 모습을 가족들이 인정해주며 가족 블로그로 책 감상을 하게 되는 모습 또한 인상깊다. 초창기부터 함께 시작한 회원이 아닌 중간 합류자인 김민정씨가 비교의식으로 함께 어울리지 못하다가 자신을 그대로 인정하며 자신의 위치에서 다시 성장하는 모습 또한 흥미롭다.


《모여 읽는다는 것》에서 저자들이 쓴 책에 대한 각자의 시선이 내가 읽지 않았던 책들이라 솔직히 이 리뷰를 쓰는 게 쉽지 않다. 저자들이 소개한 책을 읽지 않은 현 상황에서 책과 저자의 변화를 느끼기란 다소 한계가 있었다. 저자들이 나눈 책 <디 아워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굿라이프>, <싯다르타>, <데미안> 그 외 책들을 읽고 나서야 이 책에 대한 나의 시선과 더불어 저자들과 책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이 네 분의 저자들과 비공식적인 독서 모임의 회원이 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은 과연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해 준다. 단지 재미를 읽는 책이 아닌 책의 저자의 의미를 이해하고 서로를 이해한다는 마음으로 각자의 시선으로 읽는다. 정답은 없다. 각자의 상황에서 각자의 시선으로 읽고 나누며 자신이 몰랐던 시선을 더 알아가며 확장하면 된다. 《모여 읽는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성장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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