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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 전문화된 세상에서 늦깎이 제너럴리스트가 성공하는 이유
데이비드 엡스타인 지음, 이한음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평점 :
어려서부터 한 우물을 깊게 파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듣곤 했다. 한 분야에서 자신의 업적을 성취한 전문가들을 부러워하며 너무 늦었다는 후회감이 매번 나를 뒤덮곤 했다. 주변에서는 이 나이에 너무 늦었다고 말했고 나 또한 뭔가를 하기 틀렸다고 생각했다.평생직장이 사라지고 모든 게 불안정한 지금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던 때 만난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이라는 책 제목은 의아함과 동시에 호기심을 일으켰다.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의 저자 데이비드 엡스타인은 자신이 바로 늦깎이라고 말한다. 논픽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지금 언론과 창작에 종사하고 있지만 그는 환경 과학과 천문학을 전공했고 환경 과학 석사 학위까지 취득한 전문가이다. 하지만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주장한 대로 여러 가지를 경험하며 진로를 바꾸어 현재 이 자리에 이른 늦깎이이다. 자신이 경험하고 책을 저술하기 위해 취재한 수많은 늦깎이들을 만나면서 그는 자신의 이론을 확신하고 독자들에게 인공지능으로 불확실한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은 전문가보다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의 역할이 월등히 중요함을 이 책에서 설명한다.
아무리 스포츠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와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명실 공히 최고의 선수이다. 하지만 이들이 스포츠를 배워 온 과정은 전혀 다르다. 타이거 우즈는 어려서부터 타이거 우즈의 천재성을 알아본 아버지의 계획 하에 골프를 배워 왔다. 두 살부터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하고 10세 이하 부문에서 우승하는 등 천재의 두각을 나타내었고 조기 전문화의 전형적인 상징이 되었다.
반면 테니스의 강자 로저 페더러는 테니스만이 목적이 아닌 다양한 활동에 주력했다. 노는 것을 좋아했고 그의 부모 또한 테니스가 아닌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접해 보도록 격려했다. 로저 페더러의 어머니가 운동 코치임에도 그에게 테니스를 가르치려다 포기했을 정도로 그는 처음부터 테니스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저자는 이 두 선수들의 교육 과정을 조기 전문화와 늦깎이 전문화로 칭하고 이 두 타입을 비교하면서 과연 이 시대에 어떤 사람이 필요한 인재인가를 이 책에서 설명해나간다. 많은 사람들이 어려서부터 아이의 재능을 빨리 발견하고 키워주라는 말을 한다. 재능을 발견하면 그 분야를 집중적으로 갈고 닦을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조기 유학을 가고 영재 프로그램에 보내며 교육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저자는 조기 전문화로 타이거 우즈를 예로 들었지만 한국에서는 김연아 선수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가장 놓치고 있는 부분을 주목한다 바로 조기 교육, 전문화가 필요한 부분과 여러 경험이 필요한 제너럴리스트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전문화가 필요한 부분을 골프나 음악과 같은 변수가 적고 규칙이 명확한 분야, 즉 친절한 분야의 경우 협소한 전문화가 승부를 결정짓는다고 말한다. 골프, 체스와 같은 패턴을 학습하는 분야는 수많은 연습과 노력으로 성취가 가능하다. 하지만 저자는 이 세계는 규칙이 아닌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강조한다. 특히 인간보다 학습효과가 월등히 뛰어난 인공지능에 맞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전문화가 아닌 다른 역할이 요구됨을 강조한다. 저자는 지식을 단시간에 습득하는 인공지능과 맞서기 보다 폭넓게 종합하는 능력을 가진 인간의 강점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은 바로 이 폭넓게 종합하는 능력이 한 우물을 파는 전문가보다 여러 가지를 접하고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서 나올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하며 여러 장에 걸쳐 저자가 만나거나 조사한 여러 인물들의 사례를 들어 자세히 설명해준다. 명화 <별이 빛나는 밤에>의 화가로 유명한 반 고흐, 닌텐도 위의 개발자인 요코이,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 걸스카우트 CEO 였던 프랜시스 헤셀바인 등등 그 외 수많은 실제 인물들의 사례 속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통념에 과감히 반기를 든다.
저자는 이 사회가 결코 친절하지 않은 사악한 시대라고 말한다. 이 사회는 극도록 복잡해졌으며 한 가지 전문화된 지식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는 여러 가지가 융합된 사회라고 말한다. 전문화의 늪에 빠져 내부에서만 해답을 찾는 우를 피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답을 구하는 이노센티브의 사례 또한 다양한 폭과 경험을 한 사람일수록 유추의 폭이 넓어지고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이혼 후 홀로 아이를 키우며 생활고를 면하기 위해 쓴 동화가 베스트셀러가 된 J.K. 롤링 또한 늦깎이였으며 무라카미 하루키 또한 늦깎이 천재였다. 그 외에도 수많은 창작자 또는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 또한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거나 늦게 시작한 경우를 이 책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책을 읽으며 회사 상무님이 내게 해 주신 조언이 떠올랐다. 해외 손님과 미팅 후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상무님은 자신의 옛 회사 동료 이야기를 말씀하셨다. 영어를 잘 하는 그 동료가 책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언어의 폭이 상당히 넓어지고 누구를 만나도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대화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났다고 하셨다. 책으로만 배운 언어에만 집착해서 다른 분야에 대한 지식이 약한 내게 언어란 언어 그 자체만이 아닌 폭 넓은 지식이 함께 어우러져야 함을 강조하셨던 상무님의 말씀과 다양한 경험으로 자신의 레인지를 넓힐 걸 강조한 저자의 글은 맥락을 같이 했다. 그리고 내게 무엇이 부족한 가를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여섯 살인 쌍둥이 아이들의 꿈은 한 명은 요리사이고 다른 한 명은 화가이다. 내가 아이들에게 내 바램이기도 한 의사가 되지 않을래 떠보면 아이들은 내게 대답한다. "엄마, 난 다 해 보려구요. 그림도 그리고 글자도 공부하고 다 해 볼 거예요. 그리고 내가 원하는 걸 할 거예요." 내가 늦게 깨달은 정답을 여섯 살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인공지능은 하루가 다르게 인간의 생활영역을 위협하고 있다. 이 시대에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을 이길 수는 없다고 말하며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는 이 불확실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인간의 강점을 어떻게 키워나갈 수 있는지 알려주어 인공지능 시대에 자녀 교육을 고민하는 부모에게도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며 나와 같이 늦었다고 고민하는 독자들에게도 아직 늦지 않았으므로 끝까지 자신의 경험을 더욱 쌓아나가길 권유해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