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파도에서 넘어지며 인생을 배웠다 - 넘어져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법
캐런 리날디 지음, 박여진 옮김 / 갤리온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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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만을 보았을 때 단순한 자기 계발서라고 생각했다. 저자가 서핑을 시작하며 그 일로 얻게 된 희열과 성취감을 찬미하는 글로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이 책은 서핑을 하면서 시작하면서 얻게 된 기쁨 또한 말하고 있지만 성취가 아닌 실패하는 법에 대해 말하는 책이였다.  즐겁게 실패하는 법, 어려움에 좀 더 의연하게 상황을 마주하는 법을 저자는 서핑의 경험을 통해 설명해 주는 책이다. 


우리는 흔히 자신이 못하는 것이 아닌 잘하는 것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자신의 강점에 집중하고 못하는 것은 과감히 포기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하퍼콜린스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 이론을 뒤집는다. 자신이 원하지만 못하는 활동을 통해 인생에 닥치는 불행을 이겨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파도에서 넘어지며 인생을 배웠다》의 저자이자 하퍼콜린스 편집장인 캐런 디날디는 서퍼이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서핑을 결코 잘 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서핑을 배운 지 5년만에 첫 파도를 탔고 파도를 잘 타지 못하고 서핑을 하다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도 부지기수이다. 저자가 서핑하는 동영상을 온라인에 올린 후 지인이 저자에게 "정말 서핑 잘 못하네요."라고 말할만큼 저자는 서투른 서퍼이다. 하지만 왜 서핑을 계속하는가? 왜 5년 ,10년이 지나도 실력이 늘지 않는 서핑을 계속 하며 독자들에게 못하는 일을 하도록 독려하는가. 


저자는 서핑을 잘 하지 못하지만 그 자체로 즐기는 방법을 터득해간다. 소용이 아닌 하는 행위 자체로 기쁨을 즐기는 것. 그것이 바로 못하는 일을 해 나가는 데 얻는 기쁨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완벽주의, 생산성 있는 삶, 소용있는 삶 속에 매몰되기 쉽다. 우리는 심지어 취미 생활조차도 완벽을 추구하도록 생활해왔다. 하지만 우리가 못하는 일을 순수하게 즐길 때, 완벽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비로소 인생을 즐길 수 있다. 


저자는 때로는 상처입고 늘지 않는 서핑 실력에 화를 내지 않고 그 상황 그대로 받아들인다. 다가오는 파도를 향해 패들링을 하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고 못하면 못하는 대로 계속 해 나간다.  못하는 자신을 원망하기보다 자신의 못함을 인정함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태연할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못하는 일을 하는 것은, 

어떤 일에 실패했을 때 자신을 용서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과 같다.


 계획대로 되지 않거나, 갑자기 닥쳐온 불행 앞에서  우리는 좌절도 하고 때로는 분노한다. 하지만 이 못하는 일을 꾸준히 하는 힘은 이러한 상황에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해 주는 회복력을 제공해준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성공한 화려한 이야기보다 실패한 경험을 더 많이 이야기한다. 노력한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유방암 진단을 받고 몇 차례의 수술을 하게 되는 등 저자의 인생에 여러 역경이 찾아온다. 

저자는 그 때마다 자신이 파도 앞에서 했던 습관을 되풀이한다. 못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했던 경험들은 그 역경의 순간에 힘이 되어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결혼 전 배웠던 피아노 수업이 생각났다. 저자에게는 서핑이 못하지만 즐거운 일이였다면 나에게는 피아노가 그 대상이였다. 하지만 저자가 못하는 자신을 용서하고 순수하게 즐기던 반면 나는 잘 늘지 않는 실력에 화가 나서 몇 번이나 나를 자책하곤 했다. 

그런 나를 보면서 피아노 선생님이 내게 해준 조언은 저자가 했던 충고와 같았다.


"즐기면서 하지 못하면,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요. 

 그리고 현경 씨가 부모가 되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게 되요." 


못하는 자신을 인정하고 그냥 해 나가는 일이  시간 낭비처럼 보일 수 있다. 저자 또한 아버지로부터 "대체 무엇 때문에 계속하는 거니?"라는 핀잔까지 받기도 했다. 하지만 못하는 일을 계속 해 나가는 힘은 역경의 때에 보석같이 빛나는 경험이 되어 주었다. 이 책을 읽은 후 나 또한 그만두었던 피아노를 다시 배울지 아니면 못하는 운동을 하게 될까 고민하게 되었다. 아마 여러분도 이 책을 읽는다면 꼭 하고 싶었던 못하는 일을 궁리하게 될 것이다. 


인생은 알아내는 게 아니라 사는 거다. 

꾸준하게 그리고 못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이다. 

우리는 편한 것을 찾지만 불편한 것과도 분명 마주치게 된다. 

못하는 일을 하면 그 불편함이 아름다운 무언가로 바뀐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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