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강대교가 무너지면 좋겠다 - 14년 차 방송작가의 좌충우돌 생존기
김선영 지음 / 유노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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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지금도 힘들지만) 회사 일로 힘들 때,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길을 나서면서 내 마음 속에 들었던 생각은 "교통사고라도 나면 좋겠다"였다. 이 모든 부담에서 자유롭길, 모든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무탈한 하루를 감사해야건만 나는 무탈한 하루를 원망하곤 했다. 《오늘 서강대교가 무너지면 좋겠다》 라는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내게 다가온 이미지는 바로 그 때의 내 마음이였다. 물론 책을 읽어나가면서 이 제목이 나의 상황과 다른 상황임을 알았지만...

《오늘 서강대교가 무너지면 좋겠다》의 저자는 14년의 방송 작가로 활동하며 겪어나갔던 일들에 관한 에세이다. 글 쓰는 일을 하고싶어 아카데미 학원에 다니고 교양 방송작가로 일을 시작했지만 끊임없는 야근과 아이템 취재 및 방송 후 물밑들이 다가오는 안도감등을 저자는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우리는 흔히 방송작가라 하면 김은희, 김은숙 등 히트 드라마를 써내는 권위있는 작가들을 생각하기 쉽다. 저자가 이 책에서 그려내는 방송작가는 외주제작사에서 쥐꼬리같은 월급 80만원으로 시작해 온갖 뒤치닥거리를 해내며 인터뷰이를 따내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쉬지 않고 날마다 치열해가는 시청률에 몸살을 앓으며 자신이 담당하는 프로그램이 조기종영되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방송작가를 이야기한다. 건강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정작 자신의 몸이 병들고 있는 에피소드 등 우리가 일을 위해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고 있는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

자신이 열심을 다해 기획하고 취재했건만 갑인 방송국에 의해 편집되어지고 열심히 노력해도 성과가 비례하지 않는 세상, 어렸을 때는 이 부조리에 발끈하지만 이제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저자의 모습은 현재 나의 위치를 보게한다. 한 때 나도 풋풋한 청춘이였을때 세상을 바꿀 수 있을거라 장담했지만 세상과 타협하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들을 위해 비굴해지기도 하는 나 역시 이제 나이가 먹은 것일까?

저자의 이야기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였다. 저자에게는 방송사가 갑이였듯이, 나를 포함한 모두에게 자신만의 갑이 있다. 아무리 온몸을 다해 일을 해도 프로그램이 종영하면 그 순간 바로 일을 잃어버리는 방송작가처럼 모든 직장인들 또한 문자로 해고통지를 받을 수 있는 바람 앞의 등불신세이다. 이 불안함 속에 하루를 버텨가는 노동자들에게 비록 힘들지만 힘내자고 하는 위로의 글이였다.

《오늘 서강대교가 무너지면 좋겠다》를 읽으면서 저자가 PD 또는 메인작가, 또는 일을 통해 만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들 속에 내 과거부터 지금까지 나의 사람들을 생각해본다. 저자와 만난 사람들에 맞아 ,맞아 맞장구 치기도 하고 나도 한 때 이런 때가 있었지라며 신입 시절을 회상하게 된다.

지금의 나보다는 한참 일을 배우고 힘들어하는 신입 직원들에게 이 책이 더 많은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에게 비록 지금이 힘들지만 결국 다 지나게 될 것이라 말하며 오늘 하루도 힘내라고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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