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가 옳다! - 세상을 뒤흔든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7개월 ㅣ 숨쉬는책공장 일과 삶 시리즈 2
이용덕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0년 4월
평점 :

고백한다. 이 책을 읽기 전 나 또한 톨게이트 노동자들에 대한 시각이 노동자의 시각이 아닌 정치권과 도로공사 측의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았음을 나는 고백한다. 하이패스가 도입되며 이 요금 수납원들이 사양직종으로 돌아선 이상 인원 감원은 어쩔 수는 현상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7개월의 투쟁을 다룬 르포 《우리가 옳다》을 읽으면서 내 생각은 지극히 부분적이였음을 인정하게 되었고 그런 안일한 시각을 가진 나 자신이 부끄러움을 고백한다.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관심사는 단연 일자리다. 그 공약에 맞추어 문재인 대통령의 첫 공약은 '공공기관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화'였다. 이 약속에 수많은 비정규직들은 드디어 정규직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정규직화에 대한 각 기관의 반응은 직접 고용이 아닌 자회사 설립이였다. 공단의 퇴직자들이 퇴직금 명목으로 자회사를 설립하고 그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넣기 위한 꼼수였다. 사실상 원청과 하청 용역관계에서 자회사라는 명목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그들의 수법은 변한 게 없었다. 자회사에 들어갈 것을 종용하는 공단의 압박에 갈 곳없는 여성 수납원들 중 5000여명은 자회사 계약서에 서명했고 나머지 1500여명은 직접고용을 위해 힘들고 긴 투쟁을 시작한다.
모든 국민들이 염원하는 촛불정권이 들어섰건만 왜 비정규직들의 설움은 없어지지 않는가. 대법원의 직접 고용이라는 판결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모르쇠 작전으로 수납원들을 사지로 내모는 정부와 공단의 무책임. 자회사라는 수법으로 또 다른 하청 노동자로 전락시키는 전락은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 정권이 차이가 없다.
연대를 이끌어내기 위해 캐노피에 올라가고 경찰벽을 뚫고 공사를 점거해도 그들의 아우성을 듣기는 커녕 고발 소송을 남발한다.
이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우리는 그들이 여성이라는 점에 그동안 봐왔던 다른 투쟁들과의 차별을 눈여겨봐야 한다. 쌍용자동차, KEC 금속 지회 등 주로 많은 투쟁은 남성 노동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가족 돌봄과 가사 노동으로부터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집에는 아이들 엄마가 있으니까. 하지만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다르다. 그들이 3교대를 택하게 된 배경은 아이들 돌보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 자는 시간에 좁은 1미터밖에 안 되는 좁은 부스에서 일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여성 수납원들은 중년 여성들이 많다. 남성들보다 더 무거운 마음의 짐을 안고 투쟁에 나서야만 한다.


투쟁하는 여성 노동자를 눈으로 훑는 경찰들, 항의하는 노조원들에게 "예쁘지도 않으면서 난리친다"며 핀잔 주는 경찰들, 마지막 저항의 표시로 상의 탈의까지 감행했건만 공감은 커녕 신나게 구경하던 도로공사 남자 정규직들. 시험봐서 들어오라고 비아냥대는 직원들.. 그들의 투쟁은 여성이었기에 더욱 힘들었다. 동일한 목표이지만 여성에게는 이 투쟁의 현실마저 불평등이 존재했고 더욱 힘든 싸움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떠올랐다. 최근 뜨거운 이슈였던 카카오택시와 택시운전사들, 자동화기계로 일자리를 위협받는 공항 직원들과 마트 계산원들, 그리고 요금 수납원까지.. 인공지능과 자동화의 물결로 우리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만 생각해왔고 그들의 외침에 방치했다. 다른 직종을 찾던지 아니면 흐름에 순응하던지 하라면서. 처음에 내가 고백했듯 나 또한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청와대와 우리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사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했던 '사람이 먼저다'라는 원칙이다.
흐름에 방치하고 그들을 굴종시킬 것인가. 아니면 그들에게 또 다른 통로를 열어주며 함께 할 길을 모색할 것인가. 소수만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위해 다수의 노동자들이 핍박받아도 되는 것인가?
《우리가 옳다》라는 외침은 이 질문에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함께 상생을 부르짖으며 외친 그들의 대답이었다.
기술이 발달하지만 분명 그 기술로 인해 파생되는 잔업들이 많이 생겨난다. 함께 할 수 잇는 방법을 찾아내는 건 사측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그들은 사양 직종이니 어쩔 수 없다는 명목 아래 대화를 닫아버리곤 한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국민으로서, 한 때 민주당에 기대했던 일인으로서 그들이 노동자들을 향한 시선이 결코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다르지 않음에 실망과 분노로 책을 읽었다. 그리고 여성이기에 더욱 힘겨웠던 투쟁을 이어나가며 우리가 옳다라고 외치던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더욱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그들에게 꼭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맞습니다. 당신들이 옳습니다. 우리가 옳습니다.
결코 당신들은 이 투쟁의 패배자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 싸움은 결코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 이 싸움은 시작입니다. 우리 모두 다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