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차의 애프터 파이브 - 막차의 신, 두 번째 이야기
아가와 다이주 지음, 이영미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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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아가와 다이주가 쓴 전작 『막차의 신』이 막차에 올라탄 사람들의 이야기를 썼다면 《첫차의 애프터 파이브》는 첫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섯 편의 단편 소설집이다.


막차를 생각하면 하루 종일 지친 사람들의 피곤함과 이 차를 놓치면 집에 돌아갈 수 없다는 다급함이 떠오른다.

그 초조함 속에 사람들은 사람들은 시간에 예민해진다. 이 막차를 타야한다는 절막감이 흐른다.

반면 첫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첫차는 사람들에게 본격적인 하루의 시작을 뜻한다. 첫차가 가도 다음 차를 기다리면 된다. 시간에 늦을 수 있지만 이 차가 끝이 아니고 목적지에 갈 수 있다.

출근시간대가 아닌 새벽 4,5시에 첫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그들의 모습이 《첫차의 애프터 파이브》에 담겨있다.


다섯 편의 이야기에서 다섯 명의 사람들 모두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다.

회사에서 불명예스럽게 퇴직한 후 러브호텔에서 청소일을 하는 소지로,

노래를 부르기 위해 도시로 올라왔지만 두려움에 용기를 내지 못하는 소녀 이와타니 로코,

일본대지진으로 삶의 터전이 무너져 도시로 도망쳐 유흥업소의 호스티스로 일하는 아키네,

막차를 타고 가다가 마지막 열차를 놓쳐 버린 전 여자친구 마리,

성매매 여성들을 데려다주는 운전기사 겐타...


남이 보기에 참 초라한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도시에서 움츠려 사는 사람들이다. 남의 섹스 자국을 치우고 여성들을 성매매 자리로 운전해 주거나 새벽까지 일을 해야 한다.

그들의 삶은 한국의 평범한 소시민들의 팍팍한 삶과 다르지 않다. 먹고 살기 위해서 그들은 떠밀리듯 대중이 기피하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화려했던 또는 행복했던 과거를 회상하면서. 그들의 아픈 또는 행복했던 과거를 저자는 담담하게 그려나간다. 마치 이 정도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인물들을 읽노라면 그들이 이 과거도 현재도 모두 부인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임을 알게 된다.


사연 없는 인생 없듯 모두에게 닥치는 희노애락이 드라마같은 게 아닌 이 모두 우리의 인생임을 저자는 말해준다.

비록 초라한 인생이지만 그들이 결코 불행하게 그리지 않게 느껴지는 건 그들과 함께 하는 동료 또는 타인들이다.

다섯 명의 사람들의 인생 골목에 함께 해 주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비록 함께 하는 그들 또한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주인공과 함께 동행해 주는 사람들의 모습이 따뜻함을 자아낸다.

두 번째 단편 소설 제목 그대로 <스탠 바이 미> 처럼 힘든 하루에 서로가 힘이 되어 준다.

지진으로 고향에서 나와 호스티스를 하는 아카네에게 식당 '이치아야'의 주인과 손님들은 아카네의 안부를 찾아 함께 걱정해주고 운전기사 겐타는 돈을 벌기 위해 힘든 성매매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함께 있어준다.

결국 그들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하루를 견뎌낼 수 있게 해 줌을 이 소설은 말해준다.




첫차. 첫차는 그들에게 또 하나의 희망을 말해준다.

다시 하루가 시작되고 있음을

그들의 인생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임을 알게 해 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에게는

함께 첫차를 함께 견뎌내게 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 아직 인생은 살 만하다는 걸 말해준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속담이 떠오르는 소설이다.

누군가 내 곁에 함께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인생이 결코 나쁘지 않음을 알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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