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랑 이야기 웅진 모두의 그림책 27
티아 나비 지음, 카디 쿠레마 그림, 홍연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작은 사랑 이야기》는 소녀 트리누의 장갑 이야기입니다.

트리누의 왼쪽 장갑은 오른쪽 장갑이 땅에 '툭'하고 떨어지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하지만 장갑 주인인 트리누는 오른쪽 장갑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트리누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왼쪽 장갑은 트리누에게 알려줄 방법이 없습니다.



왼쪽 장갑은 트리누가 끝내 오른쪽 장갑을 찾지 못하게 된다면 오른쪽 장갑은 어떻게 될까 생각합니다.

새가 물어가서 알을 따뜻하게 해 주는 보금자리로 쓰이게 되지 않을까?

땅에 묻혀 썩어 흙먼지가 되지 않을까?

장갑은 항상 짝이 필요합니다. 한 쪽만 남은 장갑은 쉽게 버려지게 되죠.

한 쪽만 남게 되는 장갑은 쓰레기통에 버려지거나 구석에 박혀 잊혀지게 됩니다.

서로가 함께 있을 때 온전하게 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장갑입니다.


트리누의 단짝 친구 마레가 장갑을 잃어버릴 때마다 느꼈던 두려움까지도 장갑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왼쪽 장갑은 젖은 땅에 홀로 남겨진 오른쪽 장갑을 이렇게 떠나보낼 수 없었습니다.

서로가 하나이며 필요한 존재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땅에 떨어진 오른쪽 장갑의 외로움과 두려움까지 왼쪽 장갑은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른쪽 장갑이 없이는 자신 또한 의미가 없음을 알기에 왼쪽 장갑은 용감한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왼쪽 장갑은 오른쪽 장갑이 있어야만 자신이 온전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온전해질 수 없다면, 함께 할 수 없다면 힘들더라도 "함께"를 선택합니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관계가 있습니다. 이 많은 관계 속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 또한 엄마이자 아내 딸, 며느리 직장 동료 등 관계를 이어가고 있죠.

왼쪽 장갑을 보며 결국 우리 관계는 '함께'라는 의미를 상실해가고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엄마인 제가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관계도 "함께" 해주는 것이고

저를 필요로 하는 주위 사람들에게도 제가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함을 잊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코로나로 인해 힘들어하는 우리 현실 속에서도 고통을 함께 할 때 우리의 관계가 더욱 빛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작은 사랑 이야기》를 보며 방 한 구석에 쓸쓸히 놓여 있는 제 한 쪽 장갑을 생각하게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또 사면 되겠지"라고 지나쳤던 물건들을 떠올리며 부끄럽게 합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해 주는 작은 사랑이 타인이나 다른 사물에게 얼마나 큰 사랑이 될 수 있는지 알게 해 줍니다.

작은 사랑이 결코 작지 않음을 이 《작은 사랑 이야기》의 저자 티아 나비는 그림으로 말해 줍니다.

결코 작은 사랑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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