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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미움들 - 김사월 산문집
김사월 지음 / 놀 / 2019년 11월
평점 :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가수 김사월의 존재만 알고 있었을 뿐 김사월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환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삶의 여유를 노래하는 산문집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첫 페이지를 처음 폈을 때, 그녀의 글은 나의 섣부른 판단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1부 젋은 여자에서는 온갖 미디어들이 연예인들의 운동으로 다져진 몸을 찬양하며 자기관리를 칭찬하는 글로 기사를 장식할 때 김사월은 그에 역행하는 고민을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의 기준으로 인해 자신의 몸 그대로를 사랑할 수 없으며 남들이 여자의 기준으로 그녀에게 툭툭 내뱉는 말로부터 받는 상처들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키려는 몸부림을 저자는 글 속에 담아낸다.
땀 흘리며 공연하는 가수가 땀 흡수하기 좋은 편한 옷을 입으며 공연에 집중하는 대신 한국에서는 이미지를 위해 풀 메이크업을 해야 하는 꾸밈 노동에 대한 고단함... 이 사회가 여성에게 유독 엄격하게 요구하는 꾸밈 노동에서 용기를 내어 화장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저자의 모습은 저자 또한 이 세대의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무언의 폭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말해주며 여성으로서 공감을 만들어 낸다.
지금까지 나는 겉모습을 화려하게 꾸며서 나의 부족한 부분을 감추고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을 보완해왔다.
오늘, 맨얼굴과 흰 민소매 차림의 나는 단점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생각했다. 스스로 이 고리를 끊어내지 않으면 누구도 나를 구원해줄 수 없을 것이다.
설사 비난을 받는다 해도 오늘 꾸밈을 멈추는 것은 나를 위한 일이다.
2부 누군가에게는 유명 뮤지션이 아닌 생계형 뮤지션으로 버텨내는 하루 하루를 이야기한다. 인디 음악을 하는 뮤지션으로 공연할 공간이 부족한 그들에게 또 다른 공연장이 사라져 버리는 아픔을 드러내준다.
사라져 버리는 건 결코 아름답지 않으며 아픔만 남을 뿐이며 내일이면 사라질 곳에서 그 아픔을 삼키며 노래하는 그녀의 마음이 글 속에 오롯이 느껴진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아닌 지금 이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기는 저자의 마음은 지금 변변찮은 이 직장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기는 나와 동질감을 일으키게 한다.
나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사랑스러운 모습만을 기억하고 싶었다.
막연히 '마지막이라는 것은 잔인하구나'하고 혼자 생각하고 미화해버리는 것처럼.
하지만 이 모든 걸 무시해버릴 수는 없었다.
사라지는 것의 현실은 훨씬 지독하다.
《사랑하는 미움들》은 외롭고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나가는 처절한 김사월의 세계를 보여준다. 결코 화려하지 않고 하루 하루를 버텨나가는 저자의 마음이 그려지며 글 읽는 내내 화려한 가수로서의 김사월이 아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한 여성으로서 저자를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그래서일까 책 마지막 부분 그녀의 희망 부분을 읽으며 저자를 응원하게 된다.
나의 몫만큼 가지며 오래될 수 있는 내가 되기를 희망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