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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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의 지상낙원이라는 보라보라섬을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었다.

《우리만 아는 농담》은 저자가 식당도, 가게도 많지 않은 외딴섬 보라보라섬에서 9년을 거주하며 지냈던 그 행복한 기억들에 대한 에세이다.

보라보라섬은 도시와 달리 문화생활이 흔치 않다. 물건을 구하려면 날을 잡아서 가야 하고 쉽게 정전이 되고 아이들은 맨 몸으로 수영을 하고 슬리퍼를 신고 산을 오른다. 큰 병원을 가기 위해서는 비행기를 타고 가야만 한다.

밤이면 번쩍번쩍 빛나는 레온사인으로 뒤덮인 한국의 밤과 달리 이 곳의 밤은 별들과 온전한 적막 뿐이다.

빠르게 뛸 필요도 없이 느릿느릿한 보라보라섬. 이 곳의 분위기만큼 《우리만 아는 농담》 또한 느릿느릿하다.

느리게 움직이는 보라보라섬에 맞추어 저자도 천천히 움직이며 그 섬에 동화되어 간다.

책을 읽다보면 보라보라섬에서만이 알 수 있는 것들을 저자는 깨달아간다. 가령 발달장애아인 마리오의 경우 한국이라면 학습 부진에만 집착하여 아이 치료에만 집중하겠지만 이 곳 보라보라섬은 마리오가 제일 큰 물고기를 제일 잘 잡는다는 장점을 더 인정해준다. 그 아이의 부진보다는 장점을 인정하며 온전한 일인으로 인정해준다.

여러 가지 일들을 거리낌없이 해 주며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해 주는 이 섬의 풍경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건 바로 이 이유때문이다.

느긋한 보라보라섬에서는 비교의 대상도 없고 단지 그 자체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 그 속에서 저자는 제목 그대로 보라보라섬에서만 할 수 있는 농담을 하고 삶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된다. 그 삶을 읽어나가면서 읽는 나 또한 그 행복에 심취해 간다.

반면 저자의 한국 생활에 대한 부분에서는 빠름을 외치며 불만이 서린 한국 생활의 추억이 대비된다. 언니와 조카들과의 서울 나들이에 남에게 폐를 끼칠까 봐 계속 부정의 말을 하게 되고 기사의 눈초리에 조심하게 되는 모습이 우리가 삶의 사소한 행복을 잊고 있음을 말해준다. 왜 우리는 삶의 순간을 즐기는 법을 잊었을까?

뭐가 되지 않아도 행복한 삶이 있는 곳. 내일 일은 알 수 없지만 오늘 하루를 온전히 보낼 수 있는 곳.

보라보라섬에 당장 갈 수 없겠지만 이 책을 읽는 순간만이라도 그 곳의 여유를 흠뻑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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