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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사회 ㅣ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10
심너울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인공지능 기술로 인해 수많은 직종이 사라질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진단을 받곤 한다. 이제 10년 후인 2030년에만 몇 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과연 어떻게 해야 인공지능에 뒤쳐지지 않고 일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라는 깊은 고뇌에 잠긴다.
심너울 작가의 장르소설 《소멸사회》는 지금으로부터 24년 후인 2043년, 그리고 2043년으로부터 12년 후인 2055년의 미래, 인공지능이 깊숙이 침투해 인간의 모든 노동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는 미래를 그린 SF소설이다.
이 소설에는 3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인공지능 기술에 재능이 있지만 가난한 환경으로 인해 밑바닥 생활을 하며 일을 하지만 매일 쪼달리며 근근히 생활하는 민수, 뛰어난 글솜씨로 매일헤럴드에 수석으로 입사해 기자로 생활하는 수영, 부유층이지만 요양보호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뜻깊은 일을 꿈꾸는 노랑. 이 세명의 친구들이 각자의 환경에 따라 미래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소멸사회》는 제목 그대로 모든 것이 소멸된 사회를 이야기한다. 인간의 노동은 거의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사람들은 더욱 더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없게 된다. 수영 또한 언론사에 수석으로 입사했지만 기사는 인공지능이 대신 써주는 무력감을 느낄 분이다. 즉 희망도 소멸하고, 오프라인에서의 만남도 소멸되고 인공지능이 모든 걸 대신함에 따라 인간의 자유의지 및 인간의 소중함까지 소멸된 사회를 이야기한다. 그 소멸된 사회 속에서 공황장애, 우울증, 또는 조력자살 등 정신질환 환자가 급증한다.


조력자살을 신청한 할아버지가 노랑에게 말하는 마지막 말은 제목 그대로 꿈도 미래도 모두 소멸된 사회에 대한 깊은 절망을 나타낸다. 20대부터 할 게 없어진 사회. 대다수의 인간이 정부에서 제공하는 쥐꼬리만한 기본소득에 의존해 힘겹게 살아가야 하는 미래의 모습은 정말 암울하다.
심너울 작가는 이 암울한 미래,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이 미래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노랑의 변화를 통해 이야기해준다. 상위 1%의 집안으로 무엇 하나 부족할 것 없는 노랑은 민수의 고통도 수연의 무력감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철부지 노랑이 서서히 맞서고 부딪치는 모습을 통해 주변의 또 다른 변화가 이루어진다.현실에 대한 절망만으로는 결코 변화할 수 없음을 이야기해주며 결국 사람만이, 서로의 존재와 연대만이 희망이라는 것을 이야기해준다.
인공지능 기술을 지배하는 소수만이 살아남는 사회, 우리는 그 미래를 피할 수 없다. 이미 소설 속에 나오는 일들이 실현되고 있고 변화의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매우 빠르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세대차와 빈부격차가 더 극대화 되는 현실 속에서 저자는 무엇보다 인간의 희망이 사라져가는 사실에 대한 경고등을 밝힌다. 그리고 그 경고등 앞에서 과연 어떻게 해야 극복할 수 있는지를 궁극적인 해결책은 제시해 주지 못하지만 결코 무너져선 안 된다고 말한다.
소설 속, 미래를 살아가는 세 명의 이야기를 읽으며 지금 나의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바라보게 된다.
결코 밝은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는 입장에서 읽다 보니 지금의 미래세대들에게 깊은 죄책감과 안쓰러움이 마음을 압도하곤 한다.
"여기 사람들이 행복해질 때가 올까요?"
집이 없어 시에서 제공해 주는 배 위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바라보며 수영은 질문한다.
하지만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그 질문은 바로 읽는 독자들에게도 똑같이 반복된다. 행복해질 때가 올까?
알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끝까지 살아있는 한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리가 행복해질 때까지. 끝까지.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