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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를 위로해줘
송정연 지음, 최유진 그림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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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동생이 있다.
그 동생을 처음 보았을 때 그 동생은 내게 해맑게 웃으면서 언니라고 부르며 먼저 손 내밀어 주었다.
하지만 세상이 마음처럼 쉽지 않다고 했던가.. 파도처럼 밀려 오는 힘든 일 속에 그 동생은 내게 힘든 마음을 내비치곤 했다. 그 동생에게 뭔가 위로가 되어주고 싶었지만 마땅한 말을 찾지 못했던 내게 송정연 작가의 『소녀를 위로해 줘』를 읽으면서 그 동생에게 해 주고 싶은 위로를 찾을 수 있었다.
인간은 커 가면서 가장 하기 힘든 게 위로가 아닐까? 힘든 세상살이에 휩쓸려 살아가는데 급급한 현대인들에게 타인의 힘들다는 말이 멀게만 느껴지곤 한다. 자신조차도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니까.
그리고 그 힘듬이 자연스러워진 일상 속에서 우리는 어느덧 타인의 아픔에도 무감각해져버렸다.
『소녀를 위로해 줘』의 제목의 소녀는 신체 상의 소녀가 아닌 우리 마음속에 있는 소녀를 뜻한다.
아무 걱정 없이 그 자체로 즐길 수 있었던 소녀였던 잃어버린 동심 속에 우리에게 위로받게 해 준다.
송정연 작가는 많은 영화와 오래 전 읽은 동화 속에서 위로의 소재를 꺼내준다.
늘 앞만 보며 살아가다 슬럼프에 빠진 사람들에게 '마녀 배달부 키키'를 통해 전진보다는 일시중지를 권하고 사람 사이의 관계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를 통해 각 인연의 소중함을 깨우쳐준다.
저자가 즐겨 보던 영화와 동화로부터 인생의 일시중지와 다시 시작의 버튼을 누를 수 있도록 인도한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건 "갑자기 다 떠나버리면 어쩌지?"에 나오는 영화 <카오메 식당>이다.
식당을 차렸지만 손님이 없는 텅 빈 식당이지만 불안해 하는 일상 대신 그 힘든 생활 속에서 자신의 일상을 지켜나감으로 평상심을 잃지 않은 사치에의 모습은 바로 내가 그 동생에게 해 주고 싶었던 위로였다.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사치에가 손님이 없다고 걱정만 하고,
함께 있는 사람들이 떠날까 봐 불안해하기만 했다면
결국 그 식당은 망하고 말았을 것이다.
사치에는 언젠가를 위해 늘 신선한 재료를 준비했고,
주먹밥이 메인인 식당이지만 다양한 요리를 시도하며
밖에서 구경만 하는 사람들에게 늘 미소로 화답했다.
그리고 매일 아침 수영을 하고 밤마다 기 운동을 하며
불안 대신 현실을 향유하며 다가올 내일을 믿었다.
비록 삶이 고될지라도 지금 현실에 충실하고 다가올 내일을 믿을 때 우리는 힘든 일상을 견뎌나갈 수 있다.
지금 이 자리의 나 자신에게 충실하기. 평상심을 유지하기.
나 자신을 결코 포기하지 말기. 지금의 자리에서 묵묵히 할 일을 하기.
힘들어 울고 있는 그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주었다. 지금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열심히 살라고 하지 않을테니 그냥 평소 너의 모습대로 살아가기만 하면 된다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힘든 세상이다.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버티는 세상이다.
그 세상 속에서 저자가 책과 영화를 통해 터득한 위로가 따뜻하게 마음을 적셔준다.
또한 저자에게 빵이 행복을 의미하듯 나에게는 독서가 바로 나의 행복임을 다시 깨닫게 해 줌으로 행복은 바로 멀지 않고 가까이 있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덮은 후 동생에게 『소녀를 위로해 줘』를 권했다.
당장 상황을 해결해 주진 못하지만 이 책이 분명 휴식이 되어주고 위로가 될 수 있을거라고 말했다.
위로해 주길 원한 저자의 바람이 담겨 더 없이 따뜻했던 책이다.
그리고 그 동생도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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