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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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을 한 후, 여자들은 많은 심리적 변화를 겪는다. 새 생명에 대한 감동과 공포, 두려움,불안  등등.. 출산 후 여성들은 감동도 잠시 뿐.. 갑자기 뒤바뀐 새 생활에 대처하기 급급하다. 

이 큰 변화를 가장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당연히 같은 시기에 같은 변화를 겪고 있는 또래 엄마들이다. 선배 또는 동료 엄마들이 해 주는 조언과 공감은 다른 엄마들에게 매우 큰 힘이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엄마들은 하나 두개 씩 엄마 커뮤니티에 가입되어 있다. 


엄마들의 커뮤니티..  소설 《퍼펙트 마더》 또한 이 엄마들의 커뮤니티 "5월맘" 모임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다룬다.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5월에 엄마가 된 엄마들의 모임이라는 뜻의 "5월맘"의 정기적인 모임에는 세 명의 중심 멤버가 있다. 


시장의 대필작가로 활동하는 콜레트

회사 복직을 앞두고 있는 넬 

사진 찍는 일을 하고 있는 프랜시 


그리고 잘 나가는 대학교수를 두고 남편의 종신계약에 따라 곧 이사를 하게 되는 스킬라와 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엄마가 된 후로도 완벽한 미모와 몸매를 자랑하는 위니.. 


늘 정기적으로 모이던 나무 밑에서의 모임 대신 싱글맘인 위니가 쉴 수 있도록 오랜만에 술집으로의 외출을 감행한다. 넬은 자신의 복직을 대비해 고용한 알마를 위니에게 소개시켜주며 이 모임에 참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오랜만의 외출. 아이들에게 시달리던 엄마들에게 이  즐거운 추억으로 마무리져야 할 이 모임은 위니의 아이를 돌봐주던 베이비시터 알마의 아이가 사라졌다는 전화 한 통화로 분위기는 급반전된다. 


이야기는 이 "5월맘모임"의 중심 멤버인 콜레트, 넬, 프랜시의 사건 추적하는 과정의 미스터리와 함께 엄마로서 겪을 수 밖에 없는 여러 고충을 함께 이야기한다. 


육아와 일 모두 잘 병행할 수 있다고 마음먹지만 집중력을 요하는 글쓰는 작업을 병행할 수 는 콜레트. 복직이 가까워짐에 따라 아이를 돌봐 줄 베이비시터와 어린이집 구하기에 급급한 넬. 남편으로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해서 가정의 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기를 요구받는 프랜시 등등 그들의 이야기는 한국의 많은 엄마들의 이야기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임신을 권장하는 사회이고 임산부들에게 새 생명에 대한 축복을 하지만 임산부에 대한 고충은 들어주지 않는 사회. 그들의 심리적 변화는 귀담아 듣지 않으며 그들이 기쁨보다 부정적인 감정이 들면 죄악시 여겨버리는 모습 등 소설은 임신을 겪으면서부터 겪게 되는 사회의 편견에 대해 공감력있게 그려낸다. 


"왜 사람들은 임시한 여자가 어떤 축복을 받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 드는 걸까요?

 왜 우리가 입는 손해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 거죠?" 


 

엄마가 되면 어느 상황에 상관없이 무조건 행복해야 하고 감당해야만 한다는 이 모성에 대한 사회의 편견은 엄마들을 더없이 외롭게 한다. 그 모성의 굴레에 "5월맘" 모임의 엄마들은 고충을 이야기하기보다 아이들 자랑에 급급하지만 실상은 아이로 인해 줄어든 부부간의 성관계로 인한 고민, 보육기관 및 베이비시터 채용의 문제점, 생활고등 여러 문제에 대처하기에 바쁘다. 


유괴된 당시 술집에 있었다라는 이유만으로 지탄받아야 하는 이 현실이 사회가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엄마들을 억압하게 하는지 작가는 매우 설득력있게 그려낸다. 


출산한 지 겨우 몇 주밖에 안 된 여자가 애를 집에 놔두고 외출을 했더라. 

가서 이 사진처럼 놀았다는 거죠? 

요즘의 모성애는 뜻이 달라져서 이래도 되나 보죠?" 


그들을 위한 배려되신 모성에 대한 기대를 먼저 채울 것을 요구받는 사회. 그 사회적 기대를 저버린 엄마들에게 무자비한 잣대를 들이대며 비판하는 이 사회의 모순... 

독자로서, 두 아이를 둔 엄마로서 작가가 그려내는 모습에 매우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맞벌이 부부가 당연시 되지만 일하는 엄마에게 당연시 요구되어지는 죄책감과 일에 지장을 줄 거라는 그들의 확신.. 


"정말요? 아기를 두고 왔는데도 기분 좋게 일하러 올 수 있었단 말인가요? 

못 믿겠는데요."  


"당신이 돌아와서 나도 아주 기쁩니다. 

내가 여기서 일한 뒤로 정말 좋은 직원들이 아기 때문에 많이 그만두었으니까요. 

사람들은 출산휴가를 받으면서 회사에는 복귀하겠다고 말하지만,

나중에 두고 보면 꽝! 이렇게 돼버리니까." 



실종된 위니의 아기를 찾는 여정 속에 그들의 숨겨져 있던 고충이 드러나며 그들은 조금씩 알아나간다. 완벽할 수는 없다고. 그들의 현실 속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그 자체만으로도 퍼펙트 마더임을 이야기하며 이 "5월맘" 모임은 각자를 깊이 이해해주며 응원군이 되어준다. 


엄마들의 이야기를 이토록 공감 되는 스릴러로 만들 수 있다니... 

작가가 그리는 여러 에피소드들 중 어느 것 하나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이 없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주어지는 굴레가 얼마나 큰지 이 소설은 거침없이 보여준다. 

내가 가입되어 있는 엄마들의 커뮤니티 모임에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이 엄마들에겐 많은 공감과 위로를 그리고 남편들에게는 엄마로서 겪는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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