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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가능하다 ㅣ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평점 :
《내 이름은 루시 바턴》으로 많이 알려진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전작에 이은 연작 소설 『무엇이든 가능하다』가 국내에 출간되었다. 다만 루시 바턴이 주인공이 아닌 루시 바턴이 어릴 때 살던 앰개시 마을의 이웃들이 주요 인물이다. 이제 성인이 되어 유명한 작가가 된 루시 바턴의 고향 사람들, 토미 거프틸,패티, 찰리 등등 여러 이웃들의 이야기가 단편에 차곡 차곡 실리고 루시 바턴은 그들의 대화와 회상으로만 기억되다가 여섯 번째 단편 <동생>에서 루시 바턴이 형제를 조우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각 단편마다 새로운 이웃들의 이야기가 나오고 각 인물들이 다음 단편의 주요 인물의 이웃으로 나오며 각각 연계되는 부분은 단편이자 하나의 이야기가 되게 한다. 마치 정세랑 작가의 [피프티 피플]에서 오십 명의 인물들이 다음 이야기에 연결되어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듯 『무엇이든 가능하다』 또한 아홉 편의 단편집은 각자의 이야기면서도
전체적인 한 마을의 이야기이다.
『무엇이든 가능하다』의 주요 배경인 앰게시는 풍차가 있으며 여러 곡물을 키우는 시골이다. 그리고 그 마을 앰게시에 사는 이웃들 중 완벽한 사람은 없다. 낙농장을 소유했으나 순식간에 일어난 불로 농장이 몽땅 불탄 후 학교 경비원에 취직한 토미도, 뚱보라는 비난을 듣는 패티나 쓰레기라는 비난을 받는 루시 바턴의 조카 라일라 등등 모든 인물들의 삶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현실에 대한 불만보다는 현실을 순응해가며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특히 농장이 불타버렸는데도 신의 계시로 받으며 그 시간을 버티며 통과한 토미 거스틸을 보면 더욱 앰게시 이웃들의 삶을 느낄 수 있다.
창녀로부터 돈을 요구받는 찰리 매콜리나 루시 바턴조차 언니 비키의 원망을 듣고 어린 시절의 가난함을 완전히 벗어던지지 못한 에이블 등 많은 인물들은 흠이 있는 속에서 살아간다.
오늘을 이겨내며 내일을 바라가며 살아간다. 바로 우리 이웃의 이야기처럼 각 인물의 삶을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공감의 눈으로 써내려간다.
『무엇이든 가능하다』를 읽으며 며칠 전에 읽었던 윤성희 작가의 소설 『상냥한 사람』이 떠올랐다.
아역 배우였던 형민의 삶이지만 여러 주변 인물들의 삶으로 가지치기 해 나가며 여러 삶을 공감의 눈으로 그려냈듯이 『무엇이든 가능하다』에서도 각 인물들의 삶이 공감이 가며 따뜻하게 그려진다.
그들을 비난하기보다 그들 삶을 인정해주며 자신의 삶 속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모습들을 저자는 그려내고 있는 듯하다.
모든 삶은 그 자체로 의미있다. 불행이든 행운이든, 살아간다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다.
앰게시 마을의 이웃들을 통해 우리 주위를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바로 이 이웃들이 우리의 이야기임을 읽는 이들은 알 수 있을 것이다.